‘사병 통닭 사줄 돈까지 잘라서 계엄’ 윤석열 헛소리의 논리적 결함

‘한 권으로 끝내는 논리학’ 펴낸 김준성 명지대 교수 인터뷰

김준성 명지대 교수. 김준성 교수 제공

김준성 명지대 교수(사진)는 2023년 5월 한겨레21(제1463호 참조)에서 재임 기간에 ‘바이든’이라 말해놓고 ‘날리면’이라 했다고 우기는 등 윤석열의 말이 왜 ‘헛소리’인지, 그 논리적 오류를 차근차근 분석했다. 불법적 비상계엄 선포로 파면된 윤석열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 법정에서 여전히 헛소리를 이어가는 오늘, 김 교수에게 다시 연락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윤석열이 여전히 부도덕하고 무책임한 ‘말’들을 내뱉고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어떻게 보셨습니까.

“이번 내란 사건은 ‘비상상황이 아닌데 군대를 동원해 국회를 차단하려 했다는 사건’이 핵심입니다. 그 사건의 ‘근거리 원인’, 즉 군대를 동원한 이유를 설명해야 하는데, 그 설명 없이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원거리 원인’을 끌어다가 엉뚱하게 비난하고 있습니다. 윤석열이 ‘(당시 야당이) 사병들 통닭 사줄 돈까지 잘랐다’고 계엄 선포 사실을 설명하려 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이런 식으로 따지면 누구도 어떤 일에 대해 책임질 게 없습니다. 이를테면 음주운전을 한 사람이 그 이유를 ‘회사에서 상사에게 혼나서 화가 났기 때문’이라고 하는 것과 같습니다. 어떤 사건의 근거리 원인을 무시하고 원거리 원인을 끌어오는 것을 극단으로 가져가면 ‘내가 음주운전을 한 것은 빅뱅 때문’이라고 하는 것과 같게 됩니다.

더욱이 한국의 형법은 ‘인과’(원인과 결과) 개념으로 책임을 묻는 체계입니다. 책임의 상당성을 묻는 겁니다. 상당성이란 근거리 원인, 즉 ‘직접적 원인’을 따져서 처벌한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원거리 원인과 맥락을 설명할 순 있습니다. 그렇다고 책임에서 자유롭게 하는 건 아닙니다. 윤석열은 ‘원인’과 ‘책임’의 문제는 회피하고 ‘설명’ 문제만 부각하려고 하죠. 논리적 오류를 거론할 필요도 없을 정도지만 굳이 따지자면 ‘논점 일탈(Red Herring)의 오류’나 ‘허수아비 논증(Straw Man)의 오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 ‘한 권으로 끝내는 논리학’(공유공감 펴냄)이라는 실용적인 ‘수험서’를 펴냈습니다. 책 출간 소식을 접하면서 수년 전 명지대 철학과 폐지 논란 때 반발하는 학생들과 함께하며 한국 사회의 철학이라는 학문에 대한 뿌리 깊은 오해를 설명하셨던 것이 생각납니다. 

“결국 2025년부터 명지대는 철학과 신입생을 뽑지 않고 있습니다. 저는 청소년지도학과 교수이고요.(웃음) 물론 수업은 말씀하신 대로 (수험서를 냄으로써) 비실용학문 취급을 받는 철학·철학과 이미지를 바꾸고 싶다는 의도도 있었습니다. 공직적격성평가(PSAT)나 법학적성시험(LEET)을 준비할 때 논리학을 몰라도 풀 수 있다고 보는 것 같은데, 논리학 수업을 들으면 유리하다는 점도 얘기하고 싶었고요. 최근 인공지능(AI)과 관련해 프롬프터(prompter), 즉 어떤 질문을 하느냐가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논리적으로 질문할수록 더 좋은 답이 나옵니다. 비판적·논리적·반성적 사고가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해졌습니다. AI 관련 서적의 ‘바이블’로 불리는 ‘인공지능: 현대적 접근방식’(스튜어트 러셀·피터 노빅 지음)을 보면 ‘이거 철학책 같은데’라고 느낄 겁니다. 1권은 연역(전제에서 결론을 이끌어내는 추론)에 대한 내용이고, 2권은 귀납(여러 구체적 사실에서 일반적인 법칙·결론을 이끌어내는 추론)에 대한 내용입니다. AI와 관련해 코딩 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는데, 논리학과 함께 교육한다면 훨씬 더 효과가 좋을 수밖에 없죠. 철학이 실용적으로 활용된 예는 많습니다. 한 예로 팔란티어라는 기업의 온톨로지는 데이터베이스의 인과관계를 보고 이를 재구성하는 기술입니다. 자본주의가 가장 발달한 미국에서 주요 대학들이 (한국과 달리) 왜 철학 수업을 더 강화하고 있을까요.”

—한겨레21과 언론에 바라는 점이 있을까요.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아야 한다’, 이거 하나만 지켜도 좋을 거 같습니다. 언론들이 ‘윤석열 정권을 만들어낸 핵심 세력 중 하나가 조선일보 등 일부 레거시 미디어’라는 일각의 시선에서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을까요?”

김양진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