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닥을 드러낸 오봉저수지. 연합뉴스
끝이 보이지 않던 ‘강릉 가뭄’을 돌이켜 생각해보면 공교롭게도 ‘19일 시작, 19일 끝’으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08년 만의 가장 극심한 가뭄’이라는 평가를 받는 강원도 강릉 가뭄의 심각성이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2025년 8월19일입니다. 당시 김홍규 강릉시장은 기자회견까지 열어 다음날인 “8월20일 오전 9시부터 각 세대의 계량기 50%를 잠그는 제한급수를 시행한다”고 밝혔습니다.
제한급수 소식에 전국의 관심이 강릉에 집중됐습니다. 당시 다른 지역은 갑작스러운 폭우로 곤란을 겪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강릉의 사정은 절박했습니다. 당시 강릉 지역 생활용수의 87%를 공급하는 오봉저수지의 저수율은 21.8%(평년 68.0%)에 불과했습니다. 한 달 사이에 비가 오지 않으면 ‘수돗물 공급 중단’이 현실이 될 것이라는 불안감이 강릉시 전역을 강타했습니다.
결국 행정안전부가 8월30일 저녁 7시 ‘재난사태’를 선포했습니다. 가뭄 같은 자연재난으로 인한 첫 재난사태 선포였습니다. 재난사태가 선포됐지만, 다음날 저수율 15%가 붕괴하고 강릉시는 수도 계량기 75% 잠금 조처를 했습니다. 그래도 저수율이 계속 떨어지자 9월6일부터는 저수조 100t 이상을 보유한 아파트(공동주택) 113곳과 대형 숙박시설 10곳 등 총 123곳의 대수용가(물을 많이 사용하는 곳)를 대상으로 사실상 시간제 제한급수를 실시하는 등 강릉 가뭄은 최악으로 치달았습니다. 강릉커피축제 등 각종 행사까지 전면 취소되는 등 상인들은 단수에 따른 ‘영업 중단’이라는 공포에 떨어야 했고, 시민들은 시간제 단수에 따른 고통을 견뎌야 했습니다.

강릉시가 가뭄 극복을 위한 물 절약을 호소하는 펼침막을 내건 모습. 박수혁 기자
강릉 가뭄 사태의 반전은 9월12일 시작됐습니다. 두 달 만에 생명수 같은 단비가 내리면서 연일 최저치를 기록하며 11.5%까지 떨어졌던 저수율이 반등하기 시작한 겁니다.
저수율이 10% 이하로 하락하면 ‘시간제·격일제 단수’를 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나마 이를 피할 수 있었던 것은 군 장병과 소방관, 이웃 지방자치단체 등 범정부적 노력 덕분입니다. 이들은 500대 넘는 물탱크차를 직접 운전해 매일같이 정수장과 오봉저수지를 오가며 물을 공급했습니다. 시민들의 절수 노력도 눈물겨웠습니다. 다행히 연이어 비가 내리면서 9월19일 오후 6시부터 시간제 제한급수가 전면 해제됐고, 시민들은 일상을 되찾게 됐습니다.
하지만 이대로 끝일까요? 사실 강릉 가뭄은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강릉은 2024년 8월에도 저수율이 30% 미만으로 떨어져 재난안전대책본부 비상 2단계까지 가동했다가 9월 들어 내린 비 덕분에 제한급수까지는 하지 않았습니다. 반면 만성적인 물 부족 문제를 겪던 속초시는 2021년 상수원인 쌍천 땅속 암반층에 차수벽을 설치해 저수량 63만t 규모의 지하댐을 건설하면서 물 부족에서 벗어났습니다. 만약 2026년에도 강릉에서 가뭄이 반복된다면 이는 누구의 잘못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강릉(강원)=박수혁 한겨레 기자 psh@hani.co.kr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단독] 윤영호 “민주당 의원들에게도 통일교 자금 수천만원 전달” [단독] 윤영호 “민주당 의원들에게도 통일교 자금 수천만원 전달”](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5/1205/53_17649329847862_20251205502464.jpg)
[단독] 윤영호 “민주당 의원들에게도 통일교 자금 수천만원 전달”

조진웅, 소년범 의혹 일부 인정…“성폭행은 무관”

쿠팡 손배소 하루새 14명→3천명…“1인당 30만원” 간다

전국 법원장들 “12·3 계엄은 위헌…신속한 재판 위해 모든 지원”

우라늄 농축 ‘5대 5 동업’ 하자는 트럼프, 왜?

김상욱 “장동혁, 계엄 날 본회의장서 ‘미안하다, 면목 없다’ 해”

김현지 “김남국과 누나·동생 사이 아냐…난 유탄 맞은 것”

전국 법원장들 “내란재판부 법안 위헌성 커…심각한 우려”

김혜경 여사, ‘우리들의 블루스’ 정은혜 작가 전시 관람

추경호 ‘기각’ 판사 “윤석열과 2분 통화, 내란 공모 가능한가요?”















![[단독] 세운4구역 고층 빌딩 설계, 희림 등과 520억원 수의계약 [단독] 세운4구역 고층 빌딩 설계, 희림 등과 520억원 수의계약](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resize/test/child/2025/1205/53_17648924633017_17648924515568_2025120450403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