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시영 건강돌봄시민행동 활동가. 박시영 제공.
건강돌봄시민행동은 2025년 8월 국가간병지원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병원의 ‘환자 가려 받기’가 이뤄지고 있다는 조사 결과(제1575호 참조)를 내놓았다. 국가 지원을 받아 간호간병통합병동(이하 통합병동) 서비스를 운영하는 병원들이 중증이거나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의 입원을 거부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통합병동 서비스는 정부 지원으로 환자가 통합병동에서 하루 2만원대 본인 부담금만 내고 간호사의 전문적인 간병을 받는 제도다.
건강돌봄시민행동은 통합병동을 운영하는 전국의 상급종합병원(47곳)과 지역의료원(35곳) 등 82곳에 거동이 불편한 환자를 가정해 입원을 문의했다. 응답한 50곳의 병원 중 4곳만 입원이 가능하다고 했다. 확고한 거부 의사를 밝힌 병원만 32곳이나 됐다.
병원 수십 곳에 일일이 전화해 입원 여부를 조사한 이가 박시영 건강돌봄시민행동 활동가(사진)다. 그는 수년간 간병과 돌봄 시민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다. “누구도 병 앞에서 인간다운 삶을 포기하지 않도록 제도를 바꾸는 것”이 목표다. 그와 나눈 일문일답.
―‘환자 가려 받기’ 조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중증장애인인 강주성 건강돌봄시민행동 대표 활동가가 통합병동 입원을 거절당한 일이 있었다. ‘혼자 거동이 가능해야 입원할 수 있다’는 이유다. 이 문제는 대표 개인의 일이 아니라, 단체 모두가 문제점을 공감한 사안이었기에 실태조사를 하게 됐다. 현행 의료법상 간호간병통합병동은 오히려 신체적·인지적 기능이 저하된 환자를 우선 입원시켜야 한다. 병원은 이 기준을 정반대로 적용하고 있었다.”
―거동이 불편한 환자를 가정하고 전화해보니 병원들의 태도는 어땠는가.
“병원이 공통으로 강조한 입원 기준은 ‘혼자 식사하거나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어야 하며, 호출 벨을 눌러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인지 기능이 있는 환자’여야 한다는 점이다. 치매나 섬망, 시각장애가 있거나 낙상 위험이 크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개인 간병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통합병동 입원이 어렵다는 안내를 받았다.”
―기억에 남는 병원들의 대응 사례가 있다면.
“‘하나부터 열까지 (환자에게) 다 해드려야 하는 상태라면, 저희는 못 모셔요’라고 대답한 병원이 있었다. 돌봄과 간병이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이 드는 대답이었다. 병원의 민낯이 보였다.”
―이런 대응들이 어떤 문제를 만들 수 있다고 보고, 어떻게 대응할 계획인가.
“현재 국가 간병 서비스에서 시각장애인, 고령자, 치매 초기 환자, 장기이식 회복 환자 등 병원 자체적으로 정한 일정 수준 이상의 지원이 필요한 환자들은 사실상 배제되고 있다. 의료기관이 통합병동 운영기준을 공개하고, 의료법에 따라 정확히 이행하고, 위반 기관에 행정적 처분을 해야 이런 일이 줄어든다고 생각한다. 병원의 위법 운영 실태를 꾸준히 공론화하고,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실효성 있는 감독과 제재를 요구할 계획이다.”
―돌봄과 간병 시민단체에서 일하게 된 계기는.
“민간 간병보험 약관을 보다 의문이 생겨 시민단체에 연락한 게 시작이었다. 간병시민연대 활동에 함께하게 되었고, 이후 점점 더 분명한 문제의식을 갖게 됐다. 사적 보험을 통해 나 자신을 보호하는 것이 과연 옳은 방식인지, 또 그것이 지속 가능한지를 고민했다. 결국은 간병과 돌봄 제도 자체를 바꾸는 데 힘을 보태는 게 더 근본적인 해결이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활동가로서 목표는.
“누구나 아플 수 있는 사회에서, 아프다는 이유만으로 가난해져서는 안 된다. 아프다는 이유로 외로워져서도 안 된다. 내가 바라는 것은, 누구도 병 앞에서 인간다운 삶을 포기하지 않도록 제도를 바꾸는 것이다. 간병과 돌봄의 책임도 개인이 아닌 사회가 함께 나누어야 한다.”
―한겨레21에 하고 싶은 말은.
“한겨레21은 오랜 시간 사회적 약자의 삶을 조명하고 기록하는 데 꾸준함을 보여준 언론이라 생각한다. 앞으로도 ‘어디에도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언론, ‘말할 수 없던 이들'의 곁에 서줄 수 있는 언론으로서 그 자리를 지켜주길 기대한다.”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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