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업가들이 모여 함께 살았던 코리빙 커뮤니티 ‘논스’ 시절 거주민들이 함께 찍은 사진. 김수진 제공
나는 6년째 공유 거주 ‘코리빙' 라이프스타일을 살아가고 있다. 시작은 서울 강남의 창업가 코리빙 커뮤니티 ‘논스'.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며 따뜻한 밥을 먹고, 밤엔 창업 고민도 털어놓던 곳이었다. 하지만 젠트리피케이션(원주민 내몰림)으로 내가 살던 코리빙 강남 지점 운영이 중단됐다. 함께 살던 여성들은 새 보금자리를 찾기로 결심했다. ‘나 혼자 산다’가 기본인 시대에 대가족처럼 함께 살 집을 구하는 건 쉽지 않았다. 지금은 신촌 경의선숲길 근처에 ‘뉴호라’라는 이름으로(원래 살던 집 이름이 '오호라’였다가 새롭게 독립했다는 뜻으로 ‘뉴호라’라고 지었다) 새 둥지를 틀었다. 이 공간을 찾기 위해 가장 열심히 뛰어다닌 건 룸메이트 수인이었다. “같이 사는 게 내 삶의 최우선 순위였어”라며 브이로그도 올리는 그를 보며 궁금해졌다. 왜 그토록 함께 살기를 선택했을까? 매일 아침 부엌에서 마주치는 그와 나눈 대화다. 그리고 우리 대화는 자주 이렇게 시작된다. “우리 진짜 같이 살아서 다행이지 않아?”
―그때 그렇게 열심히 집을 알아봤던 이유, 지금 생각하면 뭐였던 것 같아?
“논스에 들어오기 전에는 솔직히 ‘함께 사는 게 과연 가능할까?' 하는 긴장도 됐어. 하지만 논스에서 함께 사는 가치를 알게 된 뒤, 문득 혼자 살게 된 내 모습을 상상해봤어. 좁은 원룸에 혼자 살면서, 힘든 일이 있어도 위로받지 못한 채 하루를 보내는 모습이 사회적 고립처럼 느껴지더라고. 주변의 따뜻한 사람들로부터 ‘감정적 환기'가 되는 집에서 사는 것, 그게 내가 계속 코리빙을 선택하고 싶은 이유야.”
—수인이 만든 영상을 보면 우리를 ‘아웃라이어'라고 표현하는데, 그게 어떤 의미인지 궁금해.
“나는 대학교 자퇴를 두 번 했고,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살았고, 20대 후반에 대학교에 돌아가서, 일과 학업을 병행하고 있어. 그러다보니 계속 경계선에 있는 사람처럼 느껴졌어. 나처럼 트랙에서 조금 벗어난 사람들은 자주 스스로를 의심하게 돼. ‘내가 잘못 살고 있는 건가?’ 오스트레일리아는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겹쳐진 나라로 서로 다르다는 것이 기본 전제거든. 반면 한국은 인종과 문화가 동일하다는 전제를 가진 ‘평균’에 대한 사회적 압력이 강한 나라잖아. 학력, 회사 등 정해진 기준치에서 벗어난 사람들은 스스로가 사회가 요구하는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다고 느끼기 쉬운 것 같아. 근데 커뮤니티 안에서 서로 다른 사람들이 모여 살아보니까, 그런 불안이 조금씩 줄어들더라고.”
―그 말, 되게 와닿는다. 사실 한국 사회의 표준 경로가 너무 바늘 같아서 누구나 아웃라이어로 내몰리기도 해.
“맞아. 뉴호라에서 함께 살기로 결정한 우리는 어쩌면 다들 어딘가에 속하지 못했던 경험이 있어서, 다른 사람의 ‘다름’에도 수용성이 높은 것 같아. 그리고 성장을 좋아하고,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이라는 공통점이 있어. 나는 그런 다름이 무너지지 않게 서로가 서로를 지지해주는 환경이 진짜 중요하다고 생각해. 그게 커뮤니티가 가진 힘 같아. 우리끼리 모여 부엌에서 마주치고, 반상회에서 고마운 순간을 나누고, 그렇게 조금씩 ‘내가 이렇게 살아도 괜찮은 사람이구나'라는 감각을 되찾아가는 것 같아.”
수인의 말처럼, 뉴호라에 모인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조금씩 ‘이상한' 사람들이다. 창업하는 사람, 예술 하는 사람, 직장과 학업을 병행하는 사람. 사회의 틀에서 벗어난다는 건 외롭고 두려운 일이지만, 여기선 그 ‘다름’이 우리를 하나로 묶는다. 우리는 다 조금씩 이상했고, 그래서 같이 살기로 했다. 아웃라이어들의 작은 마을에서, 우리는 서로에게 가장 따뜻한 이웃이 돼가고 있다.
김수진 컬처디렉터
① 뉴호라 유튜브
www.youtube.com/@newhorahouse
“우리가 왜 같이 사냐면요.” 추운 겨울, 함께 집을 알아보며 회의 60시간을 거쳐 이 집을 만들기까지, 고생도 웃음도 많았던 그 과정을 직접 담았어요. 말로 설명하기엔 아쉬운 순간들이 영상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어요. 우리만의 이유로 함께 살고 있는 사람들이 궁금하다면, 꼭 한번 눌러보세요.
② 미래혁명가들의 베이스캠프 논스https://www.youtube.com/watch?v=G4KYYIXfOco&list=PLmeme46u9r2D_fRiZBouaTbmfjsWmZ_su
함께 사는 것의 가치를 처음 알게 해준 커뮤니티. 해결하고 싶은 문제를 스스로 풀어가는 사람들이 모여 살고, 일하고, 서로를 응원했어요. 우리가 만난 것도, 이곳 덕분이었죠. 우리가 살던 집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미래의 공동체 마을을 만들고 있는 논스가 궁금하다면 이 영상을 추천해요.
③ 5시에 일어나는 놈들
https://www.youtube.com/@5시에일어나는놈들
창업가들이 새벽 5시에 일어나 하루를 여는 이곳엔 도전하는 초창기 바이브가 가득해요. 지금은 ‘대장간’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저도 풋살 하면서 이 커뮤니티와 인연을 맺었는데요, 다들 땀과 열정으로 빛나는 사람들이었어요. 불편을 감수하면서도 같은 가치를 지키려는 사람들, 그 에너지가 궁금하다면 꼭 한번 들러보세요.
*남플리, 남들의 플레이리스트: 김수진 컬처디렉터와 정성은 비디오편의점 대표PD가 ‘지인’에게 유튜브 영상을 추천받아, 독자에게 다시 권하는 칼럼입니다. 격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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