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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 지난 글이 되길

등록 2025-03-28 23:09 수정 2025-04-01 17:55
헬기가 산불을 끄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산불재난특수진화대원들의 뒷모습. 안창영 페이스북 갈무리

헬기가 산불을 끄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산불재난특수진화대원들의 뒷모습. 안창영 페이스북 갈무리


매일 아침 빗소리가 들리길 바라면서 눈을 뜬다. 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스마트폰으로 날씨 앱을 켜고 한반도 위에 비구름대가 어디까지 펼쳐져 있는지 살펴본다. 경남 산청·하동에서 산불이 발생한 지 7일째인 2025년 3월27일 아침, 비구름대는 산불 발생 지대를 교묘하게 비켜서 있었다. 의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안동과 청송, 영양과 영덕으로 퍼진 경북 일대에는 아예 건조특보가 내려졌다. 산불이 역대 최대 규모로 커지면서 산청에서 산불을 끄던 산불전문예방진화대원(예방진화대원)이 숨지고, 경북 산촌 곳곳에 터를 잡고 평생을 살던 노인들이 숨지고, 의성에서 산불을 끄기 위해 헬기를 몰던 조종사가 추락해 숨지고, 영덕에서 산불을 살피던 산불감시원이 숨졌다. 하늘이 이렇게나 야속한 적이 있었을까 싶다.

그도 이렇게나 정신없는 불을 만난 적이 있었을까 싶다고 했다. 산불은 보통 길게 늘어서 있는 불길을 1㎞ 정도씩 나눈 뒤 동료 대원들과 나란히 올라가며 끈다. 그런데 이번 산불은 불길이 커다란 동그라미 형태여서 한쪽을 끄고 돌아서면 다른 쪽에서 바람을 타고 불길이 날아왔다. 불길에 갇혀 죽을 뻔했다는 대원도 있었다. 그런 현장에 우두커니 서서 “이건 사람이 끌 수 있는 불이 아니다”라고 생각했다고, 강풍 소리가 들리는 휴대전화 너머로 산불재난특수진화대원(특수진화대원) 안창영이 말했다. 강원 강릉에 사는 안창영은 3월25일 새벽 3시 의성 산불 현장에 뛰어갔고, 3월26일 영덕으로 이동해 이틀째 불을 끄고 있다고 했다.

하늘이 야속하고 기후가 이상하다고 해서 사람에게 잘못이 없다고 할 순 없다. 우선은 산림청의 조림(인위적으로 숲을 조성하는 것) 정책 탓이라는 지적이 크다. 산림청은 매년 산불 대형화를 우려하면서도, 산불에 취약한 소나무 등의 침엽수 조림 비율을 급속도로 늘려왔다. 게다가 산림청이 활엽수 위주의 나무와 덩굴식물 등을 솎아내는 숲 가꾸기를 진행하고 산불 진화를 위해 임도(산림도로)를 여기저기 만드는 정책을 펼친 것도 산불 확산에 기여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숲 가꾸기는 숲을 건조하게 하고 확장된 임도는 골바람을 형성한다.(이번호 표지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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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성을 지닌 진화대원이 극소수인 것도 문제다. 안창영과 같이 산불 진화에 전문성을 지닌 특수진화대원은 한국의 산불 진화대원 1만143명 가운데 4.2%(435명)에 불과하다. 반면 며칠간의 졸속 교육을 거쳐 단기 계약직으로 뽑고, 평균 나이가 61살인 예방진화대원은 94.7%(9604명)에 이른다. 그나마 특수진화대원의 처우가 좋은 것도 아니다. 흩어져서 산불을 끄다보면 고립되기 일쑤여서 한 명당 한 개씩 무전기 지급을 호소했지만, 아직 전원 지급되지 않았다. “산불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다보니 이번에도 예방진화대원들로 급하게 팀을 짜서 보낸 것 같아요. (산청에서) 숨진 분들은 장비도 제대로 갖추지 않고 산에 올라갔다고 하더라고요. 하다못해 방염텐트라도 있어서 불길에 갇혔을 때 뒤집어쓰고 있었으면 살 수 있었을 텐데요.” 안창영이 말끝을 흐렸다.

이 글이 독자들에게 읽힐 때쯤에는 시원한 비가 내려 산불이 모두 진화됐길 간절히 바란다. 그런 뒤라면 마음껏 ‘사람의 잘못’을 따져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이재훈 편집장 nang@hani.co.kr

※‘만리재에서’는 편집장이 쓰는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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