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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훈’ 피라미드

등록 2025-02-07 07:12 수정 2025-02-13 10:48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2025년 1월26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서 열린 광화문 전국 주일 연합예배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2025년 1월26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서 열린 광화문 전국 주일 연합예배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는 주류 언론의 관심 밖에 있던 인물이다. 2000년대 초반까지는 부흥사로 지역 소규모 교회를 돌며 이름을 알렸다. 이후 선거 때마다 기독당의 원내 진입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극우 개신교 집회에도 꾸준히 참여했지만 주목받진 못했다. 그랬던 그가 극우 진영의 우두머리로서 어지러운 한국 정치 한복판에 서 있다. 무엇이 그를 이곳으로 이끌었을까.

전 목사가 극우 정치의 주류로 부상한 건 2018년 6월 사전선거운동 혐의로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됐다가 보석으로 출소한 뒤부터다. 당시 광화문에선 박근혜 탄핵 정국부터 이어져온 태극기 집회가 열리고 있었지만 힘이 떨어진 상태였다. 전 목사는 이때 김문수 현 고용노동부 장관과 보수논객 정규재씨 등과 연대한다. 그리고 2018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문재인 퇴진 등을 외쳤다. 서명삼 서강대 종교학과 교수는 바로 이 시기부터 전 목사의 행보가 이전과 달라졌다고 분석한다. “기독교 기반 정당을 만들어 정치권에 들어가려 했던 시도가 계속 실패했고 결국 감옥까지 가게 돼요. 그런데 출소하고 나서 확 바뀌어요. 변승우 목사를 비롯해 (기독교 근본주의와 연관된) ‘오순절-은사주의자’들과 손잡고 전형적인 부흥회 스타일의 집회를 시작해요. 정치적인 메시지도 강하게 냈고요.”

서 교수는 전 목사가 출간하고 추천사도 쓴 ‘하나님과 트럼프’(스티븐 E. 스트랭 지음)가 계기가 됐을 거라고 추측했다. 이 책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016년 대선 승리를 은사주의적 관점으로 해석한 내용이다. “(이 관점에서) 정치적 견해는 문제가 아닙니다. 정치는 의견이 다르더라도 협상하고 타협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종교적으로 선악 이분법을 선명하게 나누는 관점을 취하면, 정치적 견해를 달리하는 이들과 같은 하늘 아래 있을 수 없고 박멸해야 하는다는 거예요. 이걸 한국식으로 가져와서 국회의원 상당수가 빨갱이고, 악의 무리라고 표현하는 겁니다.” 전 목사가 영향을 받았다는 이 인식은 지금 극우 집회에서 가장 광범위하게 유통되는 논리이고, 내란 우두머리 피고인 윤석열도 공유하는 세계관이다.

한겨레21은 2019년 전 목사를 열렬히 따랐던 한 지지자의 이야기에서 출발해 전 목사의 행보를 되짚어봤다. 전 목사는 교묘한 거짓말과 다단계 구조로 돈과 사람을 끌어모았다. 그리고 ‘집회 1번지’ 광화문을 지역 근거지로 정치적 세력화를 꾀했다. 적이라고 인식되면 법을 신경 쓰지 않고 철저히 응징하면서 비로소 현실 세계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특임전도사와 같은 맹목적 추종자들은 늘 주변에 있다가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최전방에 섰다. 이동욱 경기도의사회 회장은 “사람에 대한 테러와 공격은 계속 있었지만 언론은 자기네들끼리 싸우는가보다 하고 별 관심이 없었다”며 “문제를 제대로 짚고 넘어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렇게 위법과 폭력, 선동은 반복됐다. 한편에선 부정선거 음모론이 자랐다. ‘전광훈 월드’는 그렇게 성장했다.

류석우 기자 raint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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