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동두천시 상봉암동 소요산 자락에 있는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 건물. 이종근 선임기자
경기도 동두천시 상봉암동 소요산 자락에는 낡은 2층 건물이 울타리에 둘러싸인 채 방치돼 있다. 군대 막사를 본떠 내부를 설계한 이 건물은 과거 미군 ‘위안부’를 강제로 격리해 수용했던 옛 동두천 성병관리소 건물이다. 이곳 성병관리소는 1973년부터 1988년까지 국가가 운영했던 ‘낙검자(검사 탈락자) 수용소’인데, 정부는 과거 미군을 대상으로 성매매하는 여성들이 성병 보균자 진단을 받으면 이곳에 가둔 뒤 완치될 때까지 페니실린을 투여했다.
이곳 옛 성병관리소로 가는 길목 앞에서 2025년 1월13일 기준 138일째 ‘동두천 옛 성병관리소 철거 저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가 노숙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성병관리소 철거를 막기 위해서다. 앞서 동두천시는 2024년 9월 소요산 개발 사업을 위해 이 건물을 철거하겠다며 철거 예산 2억2천만원을 편성했고 같은 해 10월2일에는 철거업체까지 선정했다. 지역 시민단체와 여성·평화단체 등이 꾸린 공대위는 수차례 이어진 철거 시도를 저지하며 성병관리소를 지켜냈다.
공대위는 동두천시가 “역사적 보존 가치가 있는 성병관리소를 공론화 과정도 없이 철거하려 한다”고 비판한다. 성병관리소는 정부가 미국과의 동맹 강화를 위해 여성을 착취하는 ‘포주’ 역할을 했다는 증거다. 하지만 전국에 40곳 넘게 있었던 성병관리소는 이제 동두천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건물조차 남아 있지 않다. 대법원이 2022년 9월 기지촌 여성에 대한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지만, 이 역사를 기억하려는 사회적 움직임은 그간 부족했던 탓이다.
철거 대신 대안이 있을까? 공대위는 “성병관리소는 보존가치가 큰 근현대문화유산”이라며 “건물을 철거하지 말고 역사와 문화예술이 깃든 평화와 인권의 기억공간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건물 원형을 보존하면서 미군 위안부 역사박물관을 만들어 이곳에 있던 여성의 이야기를 담는 장소가 돼야 한다”(안김정애 기지촌여성인권연대 공동대표)는 구체적인 제안도 나온다. 이렇게 역사를 기억하는 쪽으로 성병관리소를 보존한다면 다크 투어리즘을 활용하는 방식 등으로 건물을 보존하면서도 소요산 개발을 진행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그간 동두천시는 공대위 쪽의 이런 입장에 귀를 닫은 채 철거를 추진해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2024년 12월12일 공대위와 박형덕 동두천시장이 직접 만나 간담회를 했고, 같은 달 23일에는 공대위와 시 관계자들이 만나 의견을 나눴다. 공대위와 시는 성병관리소 철거 문제를 두고 보존과 철거 가능성을 모두 열어둔 대화협의체를 구성해 구체적인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공대위는 성병관리소를 철거하겠다는 동두천시의 입장은 여전하다고 의심한다. 하지만 물리적 대치가 반복되던 때와 비교하면 상황이 달라진 것도 사실이다. 양쪽의 대화가 본격화하는 2025년, 옛 성병관리소는 어떤 길을 걷게 될까.
동두천(경기)=이준희 한겨레 기자 givenhapp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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