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선수에서 은퇴했지만, 이근호의 삶은 더 바빠졌다. 회장(프로축구선수협회), 위원(해설), 이사(대한축구협회), 대표(축구 아카데미)…. 2024년에는 위원장이라는 직함이 추가됐다.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서 열리는 홈리스월드컵 조직위원장이다. 매년 열리는 홈리스월드컵을 대표하는 조직위원장은 영국 프리미어리그 아스널의 전설적인 감독 아르센 벵거나 영국의 유명 배우 마이클 신 등도 거쳐간 자리다. 월드컵 개최 100일을 앞둔 2024년 6월14일, 이 위원장을 만나 홈리스월드컵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홈리스월드컵 조직위원장을 맡게 된 계기는.
“그전까지는 잘 알지 못했던 분야다. 영화나 유튜브 등을 보고 나서 홈리스월드컵이라는 게 축구를 통해 메시지를 전하는 큰 대회가 될 수 있음을 알게 됐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해야겠다는 생각에 제안을 수락하게 됐다.”
—조직위원장으로서 어떤 일을 하고 있나.
“인터뷰한다거나 홍보하는 데 있어 적극적으로 홈리스월드컵을 알리고 있다. 지금은 ‘패스포홈 챌린지'(#passforhome·홈리스월드컵을 응원하는 메시지를 해시태그와 함께 SNS에 공유하는 일)를 전세계적으로 알리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손흥민 선수라든지 황희찬 선수에게 챌린지를 같이 할 수 있게끔 공유도 하고 있다.”(손흥민과 황희찬은 2024년 6월 이 챌린지에 참여했다.)
—동료 선수들이나 주변에도 홈리스월드컵에 대해 잘 아는 분이 많이 없을 것 같다.
“아무도 없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웃음) 그래서 더 알려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뭐든지 홍보가 제일 중요하지 않나. 많은 사람이 알아야 동참하거나 또 즐길 수 있다. 정말 큰 대회인데 잘 알려지지 않으면 좀 안타까울 것 같다.”
—자립준비청년이나 위기청소년과 같이 홈리스월드컵에 참여하는 분들의 상황에 대해 잘 알고 있나.
“잘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나도 알지 못했던 부분을 홈리스월드컵을 통해 배우는 중인 것 같다. 주변에 집이라는 안정적인 공간을 보장받지 못하는 분이 많이 있다는 것을 이번 계기로 알게 됐다. 그리고 그것이 개인의 문제가 아니고, 국가에서 제도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조직위원장을 맡기 전과 비교해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있다면.
“솔직히 홈리스라는 단어 자체를 처음 알게 됐다. 홈리스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땐 ‘노숙인'이라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는데 홈리스와 노숙인은 다르다는 것을 제일 크게 깨달았다. 길거리에서 지내는 분들뿐만 아니라 고시원이나 피시방 같은 곳에서 지내는 분들도 있고, 자립을 시작하는 자체가 어려운 친구들도 있다. 홈리스라는 단어 자체가 이런 부분을 배우게 했다.”
—홈리스월드컵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주고 싶나.
“제 경험을 빗대서 이야기해주고 싶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 다녀왔는데, 당시엔 아무래도 즐기기보다는 하나의 시합으로서만 많이 준비하고 긴장된 마음으로 했다. 그런데 4년 뒤에 러시아 월드컵을 해설위원으로 다녀왔는데 밖에서 본 월드컵은 정말 축제더라. 선수 때 즐기지 못한 것이 새삼 아쉬웠다.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라는 자긍심을 가지되, 월드컵을 즐길 수 있는 그런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
—은퇴하고 많은 일을 하고 있다. 은퇴 이후의 제2막은 축구 행정 쪽으로 나아가려는 건가.
“사실 축구 선수를 은퇴하고 지도자를 먼저 시작하는 게 가장 쉬운 길이긴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20년 넘게 프로선수 생활을 하면서 쏟았던 에너지를 다시 이어나가기가 쉽진 않았다. 에너지를 충전하기 위해 새로운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들어오는 제안을 거절하기보다는 경험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홈리스월드컵도 함께하게 됐다. 이런 경험이 축구 행정 쪽으로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 다만 앞으로의 길을 정해놓고 하는 건 아니다.”
류석우 기자 raint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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