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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과 민주당은 개헌 논의에 불을 붙일까?

정치인·시민사회 원로 등 개헌 논의 ‘시동’
뒷짐 지던 국민의힘 태세 전환, 신중론도 대두
등록 2025-02-15 10:24 수정 2025-02-19 14:06
2023년 1월12일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분권형, 4년 중임 대통령제 개헌을 제안했다. 한겨레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2023년 1월12일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분권형, 4년 중임 대통령제 개헌을 제안했다. 한겨레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책임정치를 위해서는 권력이 분산된 4년 중임제가 필요하다. 제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임기 1년을 단축해서 그런 방식의 개헌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2022년 1월1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5년 단임제를 4년 중임제로 바꿔 책임정치를 가능하게 하고 국정의 연속성을 높여야 한다. 국회 내에 ‘헌법개정특별위원회' 구성을 제안한다.”(2022년 9월28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

“대통령 5년 단임제를 4년 중임제로 바꿔 책임정치를 실현하고, 대통령 결선투표제 도입으로 연합정치를 보장해야 한다. 국무총리 국회 추천제와 감사원 국회 이관 등 제왕적 대통령제 극복을 위한 조치도 필요하다.”(2023년 1월12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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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윤석열이 내란 등 혐의로 2025년 1월26일 기소되면서 탄핵 재판과 형사 재판이 본격 시작됐다. 극우 세력을 중심으로 백래시(반동)가 이어지고 있지만, 윤석열 내란이 어느 정도 진압됨에 따라 헌법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정치계, 학계, 시민단체 등에서 쏟아지고 있다. 개헌을 통한 정치 개혁은 한국 정치의 오랜 과제다. 그러나 다수당이자 다음 대선에서 집권이 유력한 더불어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는 소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윤석열 탄핵에 반대하며 헌법재판소까지 공격하고 있는 국민의힘은 국면 전환 카드로 개헌을 제안해 혼란을 더하고 있다.

헌정회·대화문화아카데미 “국회 양원제로”

현재 헌법 개정과 관련해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는 단체는 대한민국헌정회(회장 정대철 전 새천년민주당 대표최고위원)다. 헌정회는 1년 동안의 논의를 거쳐 12·3 내란 직전인 2024년 11월27일 국회박물관에서 개헌안을 발표했다. 그 뒤 원로 정치인들과의 3차례 간담회, 20여 개 개헌 관련 시민사회단체와의 간담회 등을 열었다. 원로 간담회엔 김원기, 문희상, 정세균, 박병석, 김진표, 정운찬, 이낙연, 김부겸, 서청원, 김무성, 손학규, 황우여, 전병헌 등의 정치인이 대거 참석했다.

헌정회의 헌법안은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행정권을 나누는 ‘분권형 대통령제’다. 대통령 임기는 4년 중임(2선)이며, 대통령은 외교·국방·통일을, 국무총리는 내정을 맡는다. 또 행정부의 장관 등 고위직 임명은 미국처럼 모두 국회 동의를 받도록 했다. 의회는 양원제를 도입해 4년 임기, 80명의 상원과 4년 임기, 200명 이상의 하원으로 구성된다. 또 대통령과 국회의 선거를 함께 치르게 해 교착상태가 나타나지 않게 했다. 이시종 헌법개정 소위원회 간사위원(전 충북지사)은 “제왕적 대통령과 단원제 국회의 무한 충돌을 양원제를 통해 조정하려 한다. 또 상원이 지방을 대표해 분권과 균형발전을 추구했다.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해 양당이 모두 개헌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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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국회의원 모임인 대한민국 헌정회 정대철 회장이 2024년 12월3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전직 국회의장과 국무총리, 정당 대표를 초청해 긴급 간담회를 열었다. 연합뉴스.

전직 국회의원 모임인 대한민국 헌정회 정대철 회장이 2024년 12월3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전직 국회의장과 국무총리, 정당 대표를 초청해 긴급 간담회를 열었다. 연합뉴스.


윤석열 기소 뒤 가장 먼저 목소리를 낸 그룹은 ‘7공화국을 여는 사람들’로 2월3일 국회에서 개헌 토론회를 열었다. 이 그룹은 윤석인 희망제작소 이사장, 조준호 이에스지코리아 이사장(민주노총 전 위원장), 김동진 시민이 만드는 헌법운동본부 공동집행위원장 등이 만든 개헌 운동 모임이다. 윤석인 이사장은 “8년 전 박근혜 탄핵 때 마무리했어야 하는 일이 여기까지 왔다. 이제 지난번과 같은 실수를 되풀이해선 안 된다. 탄핵이 인용되고 대선으로 갈 것이다. 준비가 미흡하지만 이제 개헌 운동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발표자인 김동춘 성공회대 명예교수는 “2017년 박근혜 탄핵의 주축은 시민과 언론이었는데, 모든 권력이 민주당으로 넘어갔다. 민주당은 2017년처럼 대선 전에는 개헌을 안 할 것이고, 집권 뒤에도 개헌은 어려울 것이다. 그래서 시민사회는 위와 아래에서 모두 개헌 요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2006년 이후 개헌 운동을 펼쳐온 대화문화아카데미의 새헌법위원회(위원장 박은정 이화여대 명예교수)도 1월20일 새 헌법안을 발표했다. 집필자로는 박 위원장 외에 박명림 연세대 교수, 박찬욱 서울대 명예교수, 장영수 고려대 교수, 조진만 덕성여대 교수, 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 등이 참여했다. 새 헌법안 가운데 권력 구조의 핵심은 헌정회의 안과 같이 국회를 양원제로 바꾸는 것이다. 상원은 임기 6년, 100명 상한이며, 하원은 임기 4년, 300명 상한이다. 하원은 3선까지만 허용한다. 행정부에서 대통령은 현재처럼 5년 단임이고, 외교·국방·통일 분야를 담당한다. 국무총리는 국회에서 추천해 대통령이 임명한다. 박은정 위원장은 “1987년 이후 한국 사회에서 발전했지만, 권위적 대통령제 아래서 후진적인 정치가 누적됐다. 3권의 엄격한 분립에 대한 성찰이 부족해서 지난 20년 동안 뼈저린 경험을 했다. 대화문화아카데미의 기존 헌법안 중 권력 구조 부분을 손봤다”고 말했다.

윤석열 탄핵과 처벌을 주도적으로 요구해온 ‘윤석열즉각퇴진 사회대개혁 비상행동’도 사회 개혁과 개헌 방안을 준비 중이다. 비상행동은 1월부터 사회대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주요 과제를 논의해왔다. 2월15일에 초안이 나오면 개헌 내용도 뽑아낼 계획이며, 3월9일 대토론회도 연다. 윤순철 사회대개혁특별위원장은 “개헌은 필요하다. 이번 내란 과정에서 많은 국민이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인식했다. 개헌은 1단계 권력 구조, 2단계 시민권, 사회권으로 나눠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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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7월17일 우원식 국회의장은 국회 중앙홀에서 열린 제헌절 행사에서 2026년 헌법 개정과 이를 위한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공동 취재 사진.

2024년 7월17일 우원식 국회의장은 국회 중앙홀에서 열린 제헌절 행사에서 2026년 헌법 개정과 이를 위한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공동 취재 사진.


돌변한 국민의힘… 김경수·김동연·김두관도 찬성

개헌과 관련해 정치권에서 가장 주목받는 사람은 우원식 국회의장이다. 국회의 수장이고, 그 자신이 개헌론자이기 때문이다. 우 의장은 2024년 7월17일 여야 정당에 “2026년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를 하는 것을 목표로 개헌을 추진하자. 헌법개정특별위원회부터 구성하고 국회의장 직속 개헌자문위원회도 발족시키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개헌특위는 아직 구성되지 않았고, 개헌 자문위도 11월19일 국민의힘의 추천위원이 없는 채로 발족했다.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인 김종민 의원(무소속)은 “개헌 일정이 나오지 않아 그동안의 여러 개헌안을 검토하며 새 개헌안을 정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란 전 개헌 자문위원 추천조차 하지 않은 국민의힘은 내란 직후 갑자기 개헌하자고 국회와 민주당에 요구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024년 12월13일 우원식 국회의장, 12월18일 이재명 대표를 만나 개헌을 제안했다. 권 원내대표는 2025년 2월11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도 개헌을 제안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2월6일 개헌을 제안했다. 성일종 국회 국방위원장도 2월6일 국회에서 토론회를 열어 개헌을 제안했다. 이 당의 잠재적 대선 후보인 오세훈 서울시장도 2025년 2월12일 국회에서 개헌 토론회를 열었다. 국민의힘 내부의 개헌특별위원장을 맡은 주호영 국회 부의장은 2월12일 한겨레21과 한 통화에서 “1987년 이후 한 번도 개헌을 못했고, 많은 대통령이 실패했다. 지금 다시 이대로 가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민주당에서도 많은 정치인이 개헌을 요구하고 있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2월12일 한겨레21과 한 통화에서 “12·3 내란 이후 개헌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60~70% 정도로 높다. 대선 전에 ‘계엄이 없는 나라’를 만드는 1단계 개헌을 하고, 대선 과정에서 2단계 개헌 논의를 시작해 2026년 지방선거 때 국민투표로 확정하자”고 제안했다. 김동연 경기지사도 2월12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분권형 4년 중임제 개헌을 제안했다. 김두관 전 경남지사도 2월11일 광주를 방문해 분권형 개헌을 제안했다. 정세균·김부겸 전 총리도 대선에서 개헌 논의를 시작해 대선 직후나 2026년 지방선거 때 마무리하자고 제안했다.

 

윤석열의 내란 직후인 2024년 12월5일 독일에서 급히 귀국한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오른쪽)가 국회를 방문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났다. 연합뉴스

윤석열의 내란 직후인 2024년 12월5일 독일에서 급히 귀국한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오른쪽)가 국회를 방문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났다. 연합뉴스


입 다문 이재명에게 소극적이란 비판도

그러나 민주당에서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인 이재명 대표는 내란 이후 개헌 관련 의견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유는 두 가지로 보인다. 하나는 윤석열 내란에 대해 공동 책임이 있는 국민의힘에서 ‘국면 전환용’으로 개헌을 내세운다는 점이다. 윤호중 민주당 개헌특위 전 위원장은 “국민의힘이 내란을 옹호하고 윤석열 대통령을 지키려 한다. 권성동 원내대표가 개헌을 제안했지만, 개헌 생각이 있는 것 같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그런 세력과 개헌을 논의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도 “개헌에 대해서는 사회 전체가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다만, 우원식 의장이 국회의 여러 특위 만들 때 국민의힘이 개헌특위를 반대했다. 그런데 내란 뒤에 갑자기 개헌을 하자고 던졌다. 그 점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이유는 현재 헌법에 따라 그대로 대선을 치르는 것이 이 대표와 민주당의 집권에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대선 앞에 현상 변경을 하면 자칫 국민의힘의 재집권에 틈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판단은 지나치게 소극적이란 비판도 받는다. 김경수 전 지사는 “개헌에 대한 요구가 전에 없이 높다. 정치체제에 근본적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공유돼 있다. 따라서 개헌 일정을 밝히는 등 적극 대응하는 것이 민주당에 불리할 것이 없다. 탄핵이나 대선에도 오히려 도움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민 의원도 “개헌은 오히려 이 대표에게 좋은 카드가 될 수 있다. 지금 이 대표에 대한 반대가 강한데, 개헌과 새로운 정치를 제시한다면 이를 돌파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국회 부의장은 “몇십 년 동안 개헌이 안 된 것은 대통령 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 때문이었다. 개헌하려면 개인적 유불리만을 따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우 의장은 개헌에 대한 고민을 이렇게 말했다. “오랫동안 개헌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현재 개헌 문제가 여야 사이에 첨예한 이슈가 돼 있다. 탄핵 국면에서 국회의장도 쉽게 개헌 이야기를 꺼낼 수 없다. 적절한 타이밍을 봐야 한다.”

 

김규원 선임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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