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진숙 신임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2024년 7월4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인사브리핑에서 지명 소감을 말하기 앞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방송과 통신의 융합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해 방송의 자유와 공공성 및 공익성을 높이고 방송통신위원회의 독립적 운영을 보장함으로써 국민의 권익보호와 공공복리의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2024년 7월8일 오전, 경기도 과천에 청문회 준비를 위해 마련된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 사무실로 들어서던 이진숙 후보자는 종이를 꺼내어 방통위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방통위법) 제1조 1항을 읽어 내려갔다. 이 후보자는 “청문회를 거쳐서 방통위원장으로 임명된다면, 헌법과 법률이 저에게 부여하는 직무를 최선을 다해서 성실하게 수행하겠다”고 덧붙였다.
‘공공성’ ‘공익성’ ‘공공복리’ 등 좋은 단어는 다 언급했지만 듣는 이들은 혼란스러웠다. 윤석열 정부의 방송통신 정책이 공공성(Publicness)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기 때문이다.
학계에선 공공성을 정의할 때 ‘절차적 공공성’ ‘주체로서의 공공성’ ‘내용으로서의 공공성’ 등 세 가지를 꼽는다.
이 기준에 따라 윤석열 정부의 방통위원장 임명과 방통위 운영 내용을 살펴보면, 2023년 8월 국회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이동관 전 방통위원장을 임명하면서 절차적 공공성은 철저하게 외면됐다. 위원장을 포함한 상임위원 5명의 합의로 운영해야 할 방통위는 대통령이 임명한 위원장과 위원 ‘2명 체제’로 문화방송(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해임과 와이티엔(YTN) 민영화 등을 밀어붙였다. 역시 절차와 주체의 공공성이 보장됐다고 볼 수 없는 지점이다. 이렇게 윤석열 정부가 입맛대로 밀어붙이는 방송 정책이 ‘내용으로서의 공공성’을 보장할 리 만무하다.
2024년 7월4일 지명된 이진숙 후보자는 일성으로 “전임 방통위원장 두 명은 어떤 불법적인 행위에도 가담하지 않았다. 정치적인 탄핵을 앞두고 기관의 업무가 중단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떠났다”는 변호를 내놨다. 이 후보자의 발언은 그가 과거 전쟁터를 누비며 취재하던 MBC 기자 이진숙이 아니라, ‘또 다른 이동관’일 뿐임을 방증한다.
이진숙 후보자에게 주어진 임무는 단 하나, ‘MBC 장악’이다. MBC 구성원들은 두려움 섞인 시선으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2008년 방통위 출범 이후 진보, 보수를 가리지 않고 정권마다 방통위를 압박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려는 움직임은 있었지만 윤 정부만큼 노골적이었던 적은 없었다는 게 언론계와 학계의 시선이다. 그 노골적인 행태를 깊이 들여다본다.
이재호 기자 p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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