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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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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1년=포장 용기 하나도 안 쓰기 ?년

[1.5도 라이프 도전기③] 일상생활 탄소배출량 어떻게 계산할까
육류 위주 한 끼는 비건 한 끼의 12배
종이봉투·초콜릿·스마트폰 등 일상에서 알기 어려운 ‘탄소 빌런’들
등록 2024-08-10 16:04 수정 2024-08-15 16:56
항공 분야의 탄소배출량은 전세계 탄소배출량(368억t)의 2.1% 수준이다. 게티이미지뱅크

항공 분야의 탄소배출량은 전세계 탄소배출량(368억t)의 2.1% 수준이다. 게티이미지뱅크


2023년 지구의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1850~1900년)과 견줘 1.45도 올랐다.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향후 5년 내 1.5도를 넘길 가능성은 80%다. 전세계가 ‘이것만은 막아야 한다’고 외치는 지구온도 1.5도 상승이 눈앞에 다가온 것이다. 사실 우리는 이미 반복되는 폭우와 폭염 같은, 기후붕괴에 따른 변화를 체감하고 있다. 

더 이상 방법이 없을까. 기업과 정부 탓을 하며 손 놓고 있어야 할까. 엄청난 탄소를 배출하며 만들어진 에너지도 제품도 결국은 인간이 사용한다. 이 때문에 국외에선 개인이 삶의 방식을 바꾸는 것에서 탄소배출량 감소의 답을 찾으려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개인의 소비 변화가 기업을 바꾸고 에너지 사용 변화가 에너지 생산 방식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한겨레21은 녹색전환연구소와 함께 ‘1.5도 라이프스타일 한 달 살기’라는 제목의 실험을 기획했다. 기후붕괴에 관심 있는 시민들이 한 달 동안 자신의 일상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을 일일이 확인해 기록하는 동시에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시도도 함께하는 실험이다. 기록하는 분야는 소비와 먹거리, 주거, 교통, 여가 및 서비스 등이다. 참가자들의 탄소배출량 줄이기 목표는 2030년까지 40% 감축인 한국의 탄소중립 계획에 맞췄다. 한국인 1명당 연평균 탄소배출량은 13.6t(2018년 기준)인데, 여기에서 도로 등 공공 인프라에서 나오는 탄소배출량을 빼고 가구 및 개인 소비에서 나오는 탄소배출량은 9.8t 정도다. 이 9.8t에서 40%를 감축한 5.9t이 참가자들의 연평균 탄소배출량 목표 수치다. 결과부터 말하면, 23명의 시민이 참여한 이번 실험은 결국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시민 23명의 도전기엔 실패할 수밖에 없는 저마다의 이유가 있었다. 한겨레21이 한 달 동안 매주 간담회 등을 하며 이들의 이야기를 찬찬히 들여다본 결과, 기후붕괴 문제는 우리가 익히 아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 모순들과 밀접하게 닿아 있었다. 구조적 모순에는 대중교통이나 의료 인프라의 지역 격차 문제, 최근 한겨레21이 집중적으로 다룬 학교급식실 조리원들의 노동환경 문제 등이 엮여 있었다.

소비 부문의 감축 계획을 명시한 프랑스 등 유럽 국가와 달리 한국 정부의 탄소중립 계획은 평범한 시민의 삶과 동떨어져 있다. 이번 실험은 그 빈 부분을 채우기 위해 시작됐다. 개인의 의지와 노력만으로 줄일 수 없는 부분은 어떤 게 있을까. 어떤 시스템은 탄소배출을 더 많이 하도록 유도하는 건 아닐까. 이번 표지이야기는 이런 문제에 관한 심층 탐사다.-편집자주

2020년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에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실렸다. 한 연구진은 캐나다와 미국 시민들이 탄소배출량에 대해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4개의 질문을 했다. 질문 중 하나는 이런 것이었다. ‘탄소배출량에서 비건으로 1년 사는 것은 어떤 포장 용기도 쓰지 않으면서 몇 년 사는 것과 같을까.’ 시민 965명 가운데 이 질문을 포함한 4개 질문의 정답을 모두 맞힌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소고기와 초콜릿의 공통점

위 질문의 정답은 ‘11년’이다. 채식은 육식 위주 식단에 견줘 탄소배출량을 확연히 줄일 수 있다. 영국의 기후단체 ‘카본 브리프’(Carbon Brief)는 “식물성 식품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이 일반적으로 동물성 식품보다 10~50배 적다”며 “육류 위주 식단에서 채식 또는 비건 식단으로 전환하면 배출량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1.5도 라이프스타일 한 달 살기’ 실험에 사용한 탄소 계산기도 붉은 육류 위주의 한 끼에서 7.7㎏, 비건식 한 끼에선 0.6㎏의 탄소가 배출된다고 계산했다. 특히 육식 중에서도 소고기의 탄소배출량이 높았는데, 이를테면 설렁탕은 한 그릇에 10㎏의 탄소를 배출하는 것으로 나왔다. 소고기에서 탄소가 많이 나오는 이유는 소가 메탄을 배출하는 반추동물이기도 하지만, 소를 키우는 데 많은 사료와 토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소고기 생산을 위한 벌채와 개간 과정에서 숲에 오랫동안 저장돼 있던 탄소가 방출된다. 아마존의 열대림이 대표적이다. 카본 브리프에 따르면 열대림 벌채 과정에서만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8%가 발생한다. 소가 뜯어먹을 풀을 위해 사용되는 비료 또한 문제가 된다. 일반적으로 비료 1t을 만들려면 1~4t의 탄소가 발생한다.

소고기 같은 동물성 식품만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건 아니다. 식물성 식품 가운데서도 의외로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제품이 있다. 대표적인 게 초콜릿이다. 다크초콜릿 1㎏ 생산을 위해선 47㎏의 탄소가 발생한다. 이렇게 많은 탄소가 발생하는 이유는 상당 부분 소고기 제조 과정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코코아 생산을 위해 기존의 열대림을 벌목하고, 수많은 비료를 사용하면서 탄소가 배출된다. 심지어 질량이 아닌 단백질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다크초콜릿과 소의 탄소 배출량이 역전되기도 한다. 초콜릿에서 단백질 100g을 얻기 위해 배출되는 탄소는 90㎏이 넘는다. 소에서 같은 단백질을 얻기 위해선 50㎏의 탄소가 배출된다.

1.5도 라이프스타일 한 달 살기 실험에서 사용한 탄소 일기장. 먹거리 종류만 해도 100개가 넘는다. 음식 옆에 양과 인원수를 써넣으면 탄소 배출량이 계산된다.

1.5도 라이프스타일 한 달 살기 실험에서 사용한 탄소 일기장. 먹거리 종류만 해도 100개가 넘는다. 음식 옆에 양과 인원수를 써넣으면 탄소 배출량이 계산된다.


백화점에서 주는 종이봉투 매립하면

“사람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건 과소 추계하는 경향이 있어요. 비닐봉지 쓰는 게 문제라고 많이들 생각하잖아요. 비닐에서도 탄소가 많이 배출될 것 같고. 그런데 실제로는 육식을 할 때 훨씬 많은 탄소가 배출되죠.” 고이지선 녹색전환연구소 선임연구원이 말했다.

흔히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꼽히는 비닐은 오히려 탄소배출량이 적다. ‘거의 모든 것의 탄소발자국’ 저자 마이크 버너스리는 이렇게 말한다. “영국의 슈퍼마켓들은 비닐봉지 사용을 줄이려고 무척 애써왔다. 돋보이는 친환경 정책이니만큼 비난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그런 노력이 기후붕괴를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됐을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비닐봉지 한 개당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은 3g이다. 물론 비닐이 환경친화적이라는 건 아니다. 비닐은 수천 년 동안 분해되지 않고 환경에도 좋지 않아 사용을 자제해야 하는 것은 변함이 없다. 다만 탄소배출 측면에서만 보면 종이봉투보다 낫다. 백화점이나 마트에서 사용하는 종이봉투는 재활용하지 않을 경우 한 개에 80g의 탄소가 발생한다. 심지어 종이봉투를 매립할 경우 썩으면서 더 많은 탄소와 메탄이 나온다.

일상생활에서도 눈에 보이지 않는 탄소는 발생한다. 하루 종일 사람과 가장 많이 붙어 있는 스마트폰은 한 대당 약 30㎏의 탄소가 나온다. 다만 제작 과정에서 전체 탄소배출량의 76%가 발생한다. 이후 사용하는 과정에서 24%가 추가로 발생하는데 데이터센터와 네트워크 이용에 21%, 전기 사용으로 배출되는 탄소는 3%에 그친다. 일상적 사용보다 만들어질 때 두 배 이상의 탄소가 배출되는 셈이다.

뉴욕타임스에 실린 연구에 언급된 또 하나의 질문은 이랬다. ‘뉴욕에서 런던으로 비행기를 타고 가는 것은 햄버거 몇 개에서 나오는 탄소배출량과 비슷할까.’ 답은 278개다. 평균적인 미국인 1명이 1년3개월 동안 소비하는 햄버거 개수다. 비행기는 왜 이렇게 많은 탄소를 배출할까. 비행기는 이륙할 때 비행기 무게의 3분의 1 정도를 연료로 채우는데, 이 연료가 연소하면서 무게의 3배에 이르는 탄소가 배출된다. 특히 탄소배출이 높은 고도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기후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 또 이륙부터 일정 고도에 도달해 순항하기까지 가장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므로, 가까운 거리일수록 더 많은 탄소가 배출된다. 프랑스에서 2시간30분 미만의 단기 비행기 운행을 금지한 이유다.


가까운 거리일수록 탄소배출 많은 비행기

영국 정부에서 발표한 ‘온실가스 리포트: 논쟁점 2022’(Greenhouse Gas Reporting : Conversion Factors 2022)에 따르면 국내선 항공편은 ㎞당 255g을 배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400㎞로 계산했을 때 편도 비행에 배출되는 탄소만 102㎏ 정도다. 동일한 거리를 중형 내연기관차와 철도를 이용하면 각각 64㎏, 5.6㎏의 탄소가 나온다.

국가녹색기술연구소가 2023년 12월 발간한 ‘항공 분야 탄소중립 추진 현황’을 보면 2022년 기준 항공 분야의 탄소배출량은 7억8450만t으로, 전세계 탄소배출량(368억t)의 2.1% 수준을 기록했다. 한국에서 1년 동안 나오는 탄소배출량이 약 6억7천만t(2021년 기준)이니 가히 ‘탄소 빌런’이라 부를 만하다.

녹색전환연구소는 이번 ‘1.5도 라이프스타일 한 달 살기’ 실험을 위해 300개가 넘는 항목에 대한 탄소배출량을 계산했다. 국내엔 자료가 거의 없기 때문에 주로 ‘기후변화에 관한 유엔 기본 협약’(UNFCCC)이나 연구를 진행한 경험이 있는 ‘핫 오어 쿨 인스티튜트’(Hot or Cool Institute) 등 국외에서 만든 자료를 참고했다. 한 달 살기 실험은 더 정교하게 계산하기 위해 300개가 넘는 항목을 썼지만, 간편한 계산기(정보무늬 링크 참조)도 만들었다. 5분이면 당신의 연평균 탄소배출량을 점검해볼 수 있다.

류석우 기자 raintin@hani.co.kr

1.5도 라이프스타일 계산기 큐알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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