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 탁! 탁! 탁! 탁! 탕! 기다란 쇠막대기로 화장실 바닥 타일을 두들기던 중 한 곳에서만 다른 소리가 났다. 안이 비어 울리는 소리였다. ‘탕탕’. “여기가 약간 떠 있는 거예요. 겉보기엔 별문제 없어 보이지만 무거운 물체가 떨어지거나 하면 잘 깨집니다.” 박안종 소장이 말했다. 그는 30여 년을 건설사에서 일한 경력이 있는 베테랑이다. 5년 전부터 사전점검 대행업체 홈체크에서 소장으로 일하고 있다. 최근 아파트 부실공사가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면서 사전점검 대행업체에 대한 수요도 빠르게 늘고 있다. <한겨레21>은 홈체크의 사전점검 현장에 두 차례 동행해 어떤 방식으로 점검이 진행되는지를 들여다봤다.
2024년 6월4일 경기 양주의 한 신축 아파트단지. 입주예정자 박성준(24)씨는 아버지의 권유로 사전점검을 신청했다고 했다. 20평 남짓한 집을 박 소장을 포함해 3명의 전문가가 샅샅이 훑었다. 박 소장과 다른 직원 한 명이 짝을 지어 육안으로 점검하고, 나머지 직원은 각종 기계로 점검을 시작했다. 이들이 가져온 장비만 10여 가지다. 기본적인 줄자와 쇠막대기 외에도 공기질 측정기와 라돈 수치 측정기, 수평과 수직을 점검하기 위한 레벨 측정기, 단열과 누수를 확인하기 위한 열화상 카메라 등이 동원됐다. 현관부터 점검을 시작한 박 소장이 빠르게 하자를 짚어내기 시작했다.
“우측 신발장 하단 마감 불량. 벽 도배 틈새. 이런 것들이 세월이 지나면 틈이 더 벌어져요. 여기 보면 문도 잘 안 닫히죠. 단차가 있어서 그래요.” 박 소장이 차분히 하나씩 가리키며 하자 유형을 언급할 때마다 옆에 있던 직원이 사진을 찍고 단말기에 하자를 입력했다. 이제 막 현관 점검을 마쳤을 뿐인데 20여 곳의 하자가 발견됐다.
‘쾅’. 열화상 카메라로 거실을 둘러보던 신상민 부장이 돌연 창문을 세게 닫았다. 창문 양옆 벽 중에 한쪽만 심하게 흔들렸다. “원래 이쪽에 단열재를 넣거든요. 그럼 그 단열재와 골조, 창호 사이에 틈새가 생기잖아요. 거기 우레탄폼을 채워 넣어야 하는데 깊숙한 틈새까지 폼을 채워 넣기가 힘들어요. 그러다보니 보통은 대충 적당히 폼을 쏘고 가요. 그럼 이런 일이 발생하는 거예요.” 이런 틈이 점차 벌어지면 겨울철 단열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웃풍이 발생하는 원인이다.
약 2시간 이어진 점검에서 발견된 하자는 123개나 됐다. 엄청난 수치처럼 보이지만 박 소장은 “이 정도면 양호한 수준”이라고 했다. “오늘 같은 경우는 타일 들뜬 거랑 창틀 흔들리는 것을 제외하면 큰 하자는 없는 편이에요. 마감도 이 정도면 잘돼 있는 편이고요.” 다만 사전점검을 신청한 박씨는 “이 정도로 많이 나올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주택법 시행규칙을 보면, 시공사는 입주 45일 전까지 입주예정자가 2일 이상 사전점검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전에는 보통 입주예정자들이 직접 점검했다. 사전점검 대행업체가 생긴 건 2010년대 후반에 들어서다. 홈체크도 2018년 처음 문을 열었다. 2018년 4억원이던 매출은 2023년 69억원으로 약 17배 늘었다. 사전점검 가구수도 같은 기간 1067건에서 1만8944건으로 약 18배 늘어났다.
사전점검 제도는 1990년대부터 건설사별로 자율적으로 운영됐다. 이 때문에 하자를 발견하더라도 법적으로 시공사가 하자를 보수해야 할 의무는 없었다. 신축아파트 하자에 따른 분쟁 이슈가 계속되자 정부는 2019년 ‘아파트 등 공동주택 하자예방 및 입주자 권리 강화방안’을 내놨다. 이에 따라 2021년부터 하자가 발견되면 사업자가 입주 전까지 해당 하자 수리를 완료하도록 의무화한 주택법 개정안이 시행됐다. 사전점검에서 발생한 문제를 시공사가 반드시 보수하도록 한 것이다. 또 300가구 이상의 공동주택의 경우 건축사나 대학교수 등 전문가들로 품질점검단을 구성해 사전검사를 진행하도록 했다.
다만 품질점검단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2022년 광주 서구 화정 아이파크 붕괴 참사 당시 사고 48일 전 품질점검단이 점검했던 사실이 드러나며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여기에 2023년 4월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 등 부실시공으로 인한 사고들이 연달아 발생하며 사전점검 대행업체에 정밀 검사를 의뢰하는 가구가 급격히 늘어났다. 홈체크가 진행한 사전점검 가구수는 2021년 1만592건, 2022년 1만1152건으로 비슷했지만 2023년 1만8944건으로 2개 가까이 증가했다.
사전점검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하자 유형은 ‘미시공’이다. 스위치 커버가 없다거나, 문틈 하부 실리콘 마감 등을 하지 않은 채로 사전점검을 받는 것이다. 홈체크에서 2024년 6월 진행한 한 신축 아파트 사전점검(800여 가구 중 70가구 점검) 결과, 819개의 하자 중 506건이 미시공 하자였다. 이런 미시공 사례가 많아지자 국토교통부도 나섰다. 신축 아파트 사전점검 전에 내부 마감 공사를 완료하고 감리의 확인을 받도록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최근 준공을 앞둔 신축 아파트 단지에서 계단이나 복도, 외벽 휘어짐 등의 하자가 발견되면서 사전점검 대행업체에 공용부를 점검해달라는 의뢰도 많아지고 있다. 공용부 점검은 가격대가 높아 보통 입주예정자협의회 등 입주예정자 단체에서 의뢰하는 경우가 많다. 2024년 6월16일 경기도 이천의 한 신축 아파트단지 공용부 점검에 동행했다. 이정욱 팀장 등 홈체크 직원 두 명이 주차장과 아파트 복도 계단, 놀이터 등을 살폈다. 아파트 외벽을 살펴보던 이 팀장이 손짓했다.
“여기서 보면 육안으로 봐도 문제가 있는 게 보이거든요. (3~5층 사이) 얼룩이 보이시죠? 저게 조인트(층과 층이 연결되는 부분)인데 조인트가 저렇게 잘 보이면 문제가 있는 거예요. 층간 조인트에 균열이 간 상황인데, 이렇게 되면 문제가 나중에 저기로 물이 스며들어 누수가 발생하게 됩니다.” 이 팀장이 말했다.
아파트 내 계단에서도 미세한 균열이 발견됐다. “이 아파트는 심한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균열이 발생했어요. 이런 균열은 최종적으로 마감할 때 탄성재로 공사하게 되어 있는데 그런 시공을 성실히 하지 않으면 이런 하자가 발생해요. 이 부분은 시공사에서 다시 해야죠.” 아파트 계단은 층과 층이 이어지는 조인트 부분의 균열을 확인하기 쉬운 공간이다. 이 팀장은 “계단의 조인트 부분 같은 경우 입주예정자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날 약 3시간 동안 진행한 점검 결과 외부 벽면 균열 외에도 90여 개의 하자가 발견됐다. 다만 이렇게 공용부를 점검하더라도 완벽한 점검은 어렵다. 콘크리트 강도 미달이나 철근 누락과 같은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에 대한 철근 탐사나 비파괴 강도 측정 등 정밀 검사는 입주 이후 설계 도면을 받은 뒤에야 할 수 있다. 그마저도 시공사가 반대하면 하기 어렵다.
도배나 타일과 같은 하자와 달리 콘크리트나 철근은 직접적인 안전과 관련된 문제다.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나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 참사 모두 콘크리트 타설이나 철근 누락 등의 문제가 있었다. 홈체크에 입주 이후 진행한 비파괴 검사 등에서 콘크리트나 철근에 문제가 발견된 사례가 있었는지 물으니 “연 2~3차례 발견된다”고 했다. 아파트뿐만 아니다. 최근 강남의 한 빌딩 건물주가 의뢰한 점검에서도 콘크리트 강도가 건물주가 제시한 수치보다 훨씬 낮게 측정됐다.
문제는 입주 이후 점검에서 이런 하자를 발견해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없다는 점이다. 작은 하자면 보수를, 큰 하자면 보강을 할 수 있지만 둘 다 어려운 경우엔 답이 없다. 시공사와 협의를 거쳐 보상받을 순 있지만, 좁혀지지 않으면 국토부 분쟁조정위원회나 소송까지 가야 한다.
국토부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2019~2023년)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가 처리한 하자 분쟁사건은 연평균 4300여 건이었다. 하자심사를 받은 1만1803건 중 실제 하자로 판정받은 비율은 전체의 55%(6483건)에 불과하다. 결국 제일 좋은 방법은 애초에 공사를 제대로 하는 것이다. “골조는 기본적으로 한 번 시공하면 쉽게 건드릴 수 없어요. 그래서 처음 시공할 때 완벽하게 시공해야 합니다. 구조 자체를 거둘 수가 없기 때문이에요.” 이 팀장의 말이다.
양주·이천=류석우 기자 raint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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