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더 이상 기다리지 않기로 했습니다.”
몸 안의 인슐린이 어느 순간 분비되지 않아 평생 외부에서 인슐린을 주입해야 하는 질환, 1형당뇨. 1형당뇨인과 가족들이 만든 환자단체 ‘한국1형당뇨병환우회’의 창립 선언문에 적힌 말이다.
이 말에는 1형당뇨인들이 앞장서 사회 인식을 바꾸고, 스스로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정부, 의료진, 제약회사, 의료기기 회사 등이 무언가 해주길 수동적으로 기다리지 않겠다는 얘기다. 글로벌 1형당뇨 커뮤니티의 슬로건도 한국1형당뇨병환우회와 같이 ‘우리는 기다리지 않는다’(We Are Not Waiting)다.
1형당뇨인과 가족들은 왜 이런 선언을 했을까? 그들은 ‘기다릴 수 없는’ 현실에 처했다. 정부가 지원을 확대해왔음에도, 여전히 사회·경제적으로 위기 상황에 부닥친 1형당뇨인이 많다. 2024년 1월 충남 태안에서는 1형당뇨 아이와 부모 일가족이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부모가 남긴 유서에는 경제적 부담이 크고 아이가 아파 힘들다는 내용이 적혔다. 전자기기로 된 혈당관리 기기 사용법을 습득하기 힘든 고령층 1형당뇨인 또한 건강을 위협받는다. 노년층 1형당뇨 환자가 수면 중 저혈당으로 급작스럽게 숨지는 일도 종종 발생한다.
이런 현실을 바꾸기 위해 한 1형당뇨 아이 어머니가 문제 해결에 뛰어들었다. 대기업 엔지니어로 일하던 김미영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대표는 2012년 아들이 1형당뇨를 진단받은 뒤부터 환자들의 삶을 개선하는 데 열중했다. 현실에서 환자와 환자 가족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의문을 던진 이들도 적지 않았다. 처음엔 정책 입안자들과 만나기도 쉽지 않았다. 활동 과정에서 김 대표는 송사에 휘말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김 대표는 환우회 동료들과 함께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갔다. 그는 국내에 도입되지 않았던 최신 당뇨관리 기기를 도입해 정부가 건강보험으로 지원하도록 했다. 이 기기의 사용법을 알려 수많은 1형당뇨 환자와 가족의 삶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어린이집에서 1형당뇨 아이가 안전하게 관리받을 수 있도록 법적 근거 조항도 만들었다.
김 대표와 환자들은 남은 과제가 많다고 말한다. 여전히 1형당뇨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만연하고, 정부의 의료적 지원 사각지대도 넓다. <한겨레21>은 김 대표와 1형당뇨인들의 삶이라는 렌즈를 통해 그들이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는’ 이유를 깊게 들여다봤다.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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