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당뇨’는 부모가 자녀의 식생활을 관리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
1형당뇨(췌도부전) 관련 기사에는 이런 취지의 댓글이 종종 달린다. 하지만 이는 1형당뇨에 대해 알지 못한 채 쓰는 편견 섞인 글이다. 1형당뇨 발병은 나쁜 식습관과 관련이 없다. 1형당뇨를 ‘소아당뇨’로 통칭하는 것도 옳지 않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통계를 보면, 2023년 기준 1형당뇨 환자는 4만8693명인데 19살 이하는 4075명으로 8.3%에 불과하다. 이렇듯 일반적으로 1형당뇨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사회에 퍼져 있다. 1형당뇨는 정확히 어떤 질환일까.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해봤다. 기사에 담긴 정보는 김미영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대표의 저서 <우리는 1형당뇨를 선택하지 않았습니다>와 각종 의학 논문 정보를 기반으로 작성했다.
—1형당뇨는 어떤 질환이고 왜 발병할까.
“1형당뇨는 몸속에 혈당을 낮추는 인슐린이 분비되지 않아서 생기는 자가면역질환이다. 췌장 안의 ‘췌도’라는 특수세포는 혈당을 올리는 글루카곤 호르몬을 분비하는 알파세포, 혈당을 낮추는 인슐린을 분비하는 베타세포 등으로 구성된다. 1형당뇨는 자가면역기전(자신의 면역시스템이 자신을 공격)에 의해 베타세포가 파괴돼 발생한다. 원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고, 이런 상태는 갑작스레 발생한다.”
—2형당뇨와 무엇이 다른가.
“1형당뇨는 갑작스럽게 몸이 인슐린을 전혀 생산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면 2형당뇨는 인슐린은 일부 분비되지만 상대적으로 부족한 경우가 많고 서서히 진행된다. 또한 혈당을 낮추는 인슐린이 제대로 기능하지 않기도 한다. (인슐린 저항성) 2형당뇨는 식생활과 스트레스 등 환경적 요인, 유전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 반면 1형당뇨는 나쁜 식습관과 관련이 없고, 유전적 요인도 낮은 편이다.”
—1형당뇨가 의심되는 증상은.
“1형당뇨가 발병하면 다식(음식을 많이 섭취), 다뇨(소변을 자주 보게 됨), 다음(물을 많이 마심) 증상이 나타난다. 소변을 통해 당과 수분이 빠져나가기 때문에 탈수 증상을 겪게 되고 이로 인해 갈증과 식욕이 증가한다. 인슐린 부족으로 몸에 에너지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에 피로감을 느끼고 체중은 감소한다. 감염 등에 취약한 상태가 되거나 예민해지기도 한다.”
—국내 1형당뇨 인구 구성은 어떻게 되나. ‘소아당뇨’라 불리기도 하는데.
“앞서 말한 심평원의 2023년 통계를 보면, 1형당뇨 환자는 4만8693명이고, 2형당뇨 환자는 347만8052명이다. 1형당뇨 환자가 두 가지 형태의 당뇨 환자를 합친 수의 1.4% 정도다. 예전에는 소아·청소년 시기에도 진단받을 수 있다고 해서 ‘소아당뇨’로 불리기도 했으나, 이는 옳지 않다. 1형당뇨는 전 연령층에서 발병한다. 19살 이하 2형당뇨 환자 수 9128명에 견줘 1형당뇨 환자는 4075명이어서 소아·청소년 1형당뇨 환자가 더 적기도 하다.”
—1형당뇨는 완치가 가능한가.
“현재로서는 완치가 불가능하다. 1형당뇨 진단 후 증세가 호전돼 외부에서 인슐린 투여를 중단하는 시기(허니문기)도 있지만, 결국 인슐린 투여를 지속해야 한다. 췌장 이식의 경우도 일반적으로 고려되는 것은 아니다. 췌장만 단독 이식하면 성공률이 다른 장기에 비해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젊은 나이에 췌장 이식을 하면 세월이 지난 뒤 다시 인슐린을 투여해야 한다. 공여자를 찾기 어려운 점도 과제다. 의료계는 주로 당장 이식받지 않으면 생명을 유지하기 어려운 경우에 췌장 이식을 검토한다.”
—1형당뇨인은 보통 부모나 가족 중 1형당뇨를 겪은 사람이 있나.
“1형당뇨는 유전 질환이 아니다. 오히려 일반적으로 알려진 2형당뇨보다 유전적 소인이 적다. 부모가 1형당뇨가 있어도 자녀가 겪을 확률은 매우 낮다. 상대적인 발병률이 높아지긴 하겠지만, 한국 기준 1형당뇨 유병률(질병을 가진 인구를 대응되는 전체 인구로 나눈 것)은 0.1% 미만으로 매우 낮기 때문이다.”
—1형당뇨인은 모두 합병증을 겪을까. 합병증엔 어떤 것이 있나.
“1형당뇨를 진단받은 뒤에도 혈당관리를 잘하면 합병증 없이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다. 다만 혈당관리가 잘 안되면 여러 합병증을 겪을 수 있다. 우선 고혈당성 혼수, 저혈당 쇼크, 케톤산증(혈액이 산성화되는 것. 피로, 구토, 복통, 빈맥, 저혈압 등의 증상) 등 급성 합병증이 올 수 있다. 또한 장기간 혈당관리가 되지 않았을 때는 망막 미세혈관 손상, 신장기능 저하, 말초신경 손상, 뇌혈관 질환 등을 겪을 수 있다.”
—1형당뇨는 혈당이 높아지는 병인데 왜 저혈당도 생기나.
“인슐린 주입 용량이 과도하거나, 인슐린 주입 후 식사를 거르면 저혈당이 발생할 수 있다. 1형당뇨는 혈당을 낮추는 인슐린을 분비하는 세포가 파괴되는 질환인데, 이 경우 혈당을 높이는 글루카곤 분비 기능도 함께 이상이 생긴다. 이 때문에 인슐린을 적정량보다 많이 주입하면 저혈당이 오는 것이다.”
—1형당뇨를 겪으면 신체활동이나 운동을 하지 못하게 될까.
“비당뇨인보다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은 건 사실이나, 관리를 잘한다면 하지 못할 운동은 없다. 1형당뇨인 중에서는 축구, 야구, 테니스, 수영 등 종목별로 유명 운동선수로 활약하는 이들도 있다. 2020 도쿄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테니스 선수 알렉산더 츠베레프(독일), 유럽 챔피언스리그 6회 우승을 달성한 축구 선수 나초 페르난데스(스페인), ‘역사상 가장 위대한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소속 선수 100인’에 오른 전 아이스하키 선수 보비 클라크(캐나다) 등 스포츠 스타도 1형당뇨를 겪고 있다.”
—1형당뇨 병명을 췌도부전으로 바꾸자는 논의가 나오는 이유는.
“한국1형당뇨병환우회와 대한당뇨병학회를 중심으로 병명을 ‘췌도부전’(췌도가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다는 의미)으로 바꾸자는 논의가 나온다. 당뇨라는 말이 이 병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는 의견이 많기 때문이다. 당뇨는 소변에 당이 배출되는 병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1형당뇨 환자는 혈당관리를 잘하면 소변으로 당이 나오지 않는다. 또한 소변에서 당이 배출되는 것은 고혈당으로 인한 2차 증상 중 하나일 뿐이다. 또한 환자들은 소변이나 당 등의 부정적인 단어들 때문에 오해와 편견 어린 시선에 상처받는다고 말한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 질환을 당당히 공개하고 관리하기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점도 병명 개정 논의가 나온 이유다.”
박준용 기자 juney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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