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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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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쓰지 않아도 잘 먹고 잘 사는 마을

덴마크 생활공동체 스반홀름 자원봉사자 유수정의 플레이리스트
등록 2024-06-07 19:36 수정 2024-06-16 09:00
덴마크 스반홀름에 머물며 페인트칠하는 모습. 유수정 제공

덴마크 스반홀름에 머물며 페인트칠하는 모습. 유수정 제공


아이티(IT) 회사를 3년 다녀 한 달의 안식휴가가 주어진 유수정(32)은 10년 전부터 인생에서 한 번쯤 가보고 싶었던 그곳에 가기로 했다. 음악가 김목인의 노래로만 들었던 덴마크의 아름답고 신기한 공동체 ‘스반홀름’으로. 1978년, 더 나은 삶, 지속 가능하고 생태적인 공동체를 꿈꾸며 만들어진 이곳은 현재 어른 60명과 아이 40명이 모여 살며, 각자 수입의 82%를 공동체에 공유하는 시스템으로 돌아가고 있다. 자연 속 작지만 아름다운 집을 배정받아 함께 밥을 먹고, 공동 육아를 하고, 공동 소유를 실천하는 이곳은 상시 자원봉사자를 받는데, 하루 6시간 공동체의 일손을 도우면 무료 숙식을 제공한다. 회사원으로 살다가 이곳에 와 페인트칠하며 한 달을 보낸 수정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사실 오기 전엔 노동이 고될까 걱정했는데 할 만했어요. 반복적인 작업이 명상처럼 느껴지기도 했죠. 아름다운 자연에서, 맛있는 밥을 얻어먹으며, 전세계에서 온 자원봉사자들과 친해졌어요. 사람들이 떠날 때 벽에 낙서하고 가는 전통이 있는데, 거기 이런 말이 적혀 있었어요. ‘천국이 있다면 이곳의 모습일 것이다.’ 설마 싶었죠. 하지만 지내고 보니 그 의미를 알게 됐어요. 너무 행복해서 천국 같다는 게 아니라 걱정이 없어서 그렇다고. 의식주가 해결되고 각자도생 사회에서 하던 내 집 마련, 야근, 오늘 뭐 먹지? 등의 걱정을 안 해도 되니 마음이 참 편했어요.”

서울에서 혼자 살아가는 수정의 관심사는 온통 ‘나’였다. 내 커리어, 내 미래, 내 돈, 내 행복. 그러나 지난해부터 무언가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나’만 생각한 나머지 삶이 납작해지는 기분을 느꼈지만 해결할 수 없었다. 하지만 자본주의가 옅은 이곳에서의 경험은 수정에게 전과는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힘을 길러줬다.

“여기 자원봉사자들을 보면서 많이 배웠어요. 특히 일본에서 온 미쿠랑 나나는 정말 남을 살피는 사람들이거든요. 어색해하는 저에게 다가와서 말을 걸어주고, 관심을 가져주고. 타인을 기분 좋게 하는 걸로 행복을 느끼는 사람들 덕에 하루하루 즐겁더라고요. 그래서 느꼈죠. 저런 게 진짜 멋있는 거구나.”

스반홀름에서 만난 사람들은 본인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그 삶과 닿아 있도록 현실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반면 수정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며 직장인으로서 자신이 하는 일을 설명할 때마다 작아지는 자신을 발견했다. 진짜로 자기 일이 좋아서 하는 사람들 가운데 있으니 대비가 명확했다. 그런 고민을 털어놓자 젊은 나이에 교사를 그만두고 공동체에 합류한 마을의 정육 담당자이자 27년째 취미로 꿀벌을 관리하는 아저씨가 조언했다. 인생을 살면서 한 번쯤은 자기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돌아봐야 할 때가 있다고. 하나씩 따져보며 ‘이건 내가 잘못 사는 것 같은데’ 하면 변화가 필요할 수 있다고.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지향하는 영속농업(Permaculture) 프로젝트를 하는 사람, 환경을 위하는 일이 없을까 하다 농사에 관심을 갖게 된 사람 등을 보며 다들 참 진취적이고 자기를 사랑한다고 느껴졌어요. (왜?) 결국 사람은 죽음을 생각할 수밖에 없잖아요. 죽을 때 후회가 없고 싶고. 이때 자기를 더 사랑하는 사람은 최후의 나를 더 생각할 것 같고, 그럼 아무리 사회에서 넌 이렇게 살아야 한다, 이게 좋은 거다 해도 자신에게 떳떳한 선택을 하는 것 같아요.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살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부끄럼 없이, 내가 살고 싶은 대로. 자신을 사랑한다는 건 결국 그 방향으로 가는 거라고 수정은 생각했다. 그런 생각으로 회사에 복귀하니 훨씬 가벼운 마음이 들었다.

정성은 비디오편의점 대표PD·<궁금한 건 당신> 저자

 

유수정의 플레이리스트

김목인 <스반홀름>
https://youtu.be/bJVwFuppvGM?si=JS0_2NEvbmntQPZU

이 여행을 가능하게 했던 단 하나의 이유, 김목인의 노래다. 10년 전 이 노래가 나왔던 스물두 살 때부터 친구와 나는 유독 이 노래를 좋아했다. 가보지 않은 곳에 대한 동경. 목가적이고 푸르른 가사. 이 곡이 수록된 김목인의 2집은 최근 <스페이스 공감>이 뽑은 2000년대 100대 명반 중 하나로 선정됐다.

하오니의 빵탐험
https://youtu.be/hSdaflsY0XM?si=tI5bnt7pXV-JkKdY

스반홀름에 다녀온 뒤 발효빵에 관심이 생겼다. 그곳에선 호밀빵에 여러 토핑을 올려 먹는 오픈 샌드위치가 주식이었는데, 속이 놀랍도록 편했다. 뱃살도 사라지게 해 놀라웠던 빵인데 만드는 과정도 신기하다. 사워도 만드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보세요!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https://youtu.be/_d8cm5ZdzsQ?si=iX0aDRr5VuvnuLEE

인생에 고민이 생길 때마다 듣는 가장 좋아하는 예능 채널. 사람들의 무거운 고민거리를 유머러스하게 한없이 가볍게 만들어준다. 라디오처럼 틀어놓고 할 일 하다보면 분명히 피식 하는 당신을 볼 것이다.

 

*남플리, 남들의 플레이리스트: 김수진 컬처디렉터와 정성은 비디오편의점 대표PD가 ‘지인’에게 유튜브 영상을 추천받아, 독자에게 다시 권하는 칼럼입니다. 격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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