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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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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최전선

등록 2024-05-18 14:21 수정 2024-05-26 21:01


매주 한 권의 시사주간지를 만든다는 건 하나의 세계를 구축하는 일이다. <한겨레21>이 구축하려는 건 목소리를 낼 권력과 통로가 없는 이들의 목소리를 매개하고, 세계 시민으로 살아가기에 필요한 뉴스를 공유하고, 동료 시민으로 더불어 살기 위해 가져야 할 생각을 담은 세계다. 이렇게 구축된 세계는 또 다른 매체들이 만든 세계와 각축하며 하나의 세상을 구성한다.

2024년 한국 사회에서 이야기를 통해 각자의 세계를 구축하는 최전선에는 웹툰이 있다. 이번호 ‘21 WRITERS ④’가 웹툰 작가 21명을 엄선해 이들의 세계가 어디에서 시작됐는지 인터뷰한 까닭이다. 21명의 작가가 그려내고 말하는 지금 여기의 세계는 다양하다. 좀비 바이러스가 퍼진 뒤 노인 사망률이 높아지자 “일부 사람이 ‘아, 국민연금 괜찮아지겠네’라며 좋아하는 장면”을 담은 미역의효능 작가의 <닭은 의외로 위대하다>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온 뒤 현실에서 그대로 재현됐다. 창궐하는 “혐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닥터 프로스트>를 만들었다는 이종범 작가는 “자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세상은 병들어간다고 생각한다. 본인이 무언가를 두려워한다는 사실을 몰라서 분노로 표출하기도 한다”고 분석한다.

정상가족과 연애를 표준으로 다루던 20세기를 넘어 나라의 경계가 사라진 결혼 생활과 가족 이야기를 그린 엄유진 작가의 <펀자이씨툰>, 여성 뮤지션과 사랑에 빠지면서 남자친구를 떠나는 여성 만화가의 이야기를 그린 들개이빨 작가의 <부르다가 내가 죽을 여자뮤지션>, 메시아를 출산하는 성모마리아가 아니라 “내가 메시아가 되고 싶은 사람”이라고 강조하는 서이레 작가의 말은 2010년대 중반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진보한 세계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한 인간이 다른 인간한테 어떤 매력을 느낀다는데 그게 뭐 대수인가. 그래서 ‘성소수자’란 식으로 정상사회에서 분리하려는 시도가 나는 굉장히 희한하게 느껴진다”는 들개이빨 작가의 일갈에 이르면 소수자라는 말이 사라진 사회야말로 진정한 평등 사회라는 생각을 새삼 하게 된다.

재개발이 횡행하면서 동네에서 쫓겨나는 존재가 ‘사람’에서 ‘동네 그 자체’로 변하고, 내가 살던 장소가 ‘이야기가 텅 빈 공간’이 되어가는 현실을 담은 최호철 작가의 <경기도 광주시청앞 송정동> 같은 만화, 정신장애인이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그저 “너무 많이 넘어졌기 때문에 잠깐 환자”일 뿐이라고 말하는 이라하 작가의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와 같은 작품 역시 우리가 처한 현실에 천착한 세계를 구축해낸다. 몇 달 사이로 고층 아파트 단지가 불쑥 들어서고, 평생 정신장애를 겪는 한국인의 비율이 27.8%(2021년 기준)에 이르는 그 현실 말이다.

만화평론가들의 모임인 ‘합정만화연구학회'와 협업한 이번호 ‘21 WRITERS ④’는 2020년 8월 소설가 21명을 인터뷰한 ‘21 WRITERS ①’(제1326·1327호), 2022년 3월 논픽션 작가 21명을 인터뷰한 ‘21 WRITERS ②’(제1405·1406호), 2023년 3월 드라마·영화 작가 22명을 인터뷰한 ‘21 WRITERS ③’(제1454호)에 이어 네 번째 특집이다. 페이지를 넘기면 웹툰 라이터스 21명이 구축한 세계가 열린다.

이재훈 편집장 nang@hani.co.kr

*‘한겨레21이 사랑한 웹툰 작가’ 21명을 인터뷰한 ‘21 라이터스 ④’는 한겨레 네이버스토어에서 낱권 구입할 수 있습니다.

‘21 WRITERS ④’ 한겨레 네이버스토어 구입 https://smartstore.naver.com/hankyoreh/category/263adeff1d78477097022d4d89153abc?c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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