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넷플릭스 드라마 <성난 사람들>. 넷플릭스 제공
방향지시등 표시도 없이 앞차가 끼어듭니다. 무시당한 듯합니다. 일단 경적을 울립니다. 속도를 냅니다. 옆 차선으로 끼어들었다가 차 앞으로 들어갑니다. 할 일을 했다는 뿌듯함이 듭니다. 나뿐만 아니어서 다행입니다. 최근 골든글로브 남녀주연상을 받은 <성난 사람들>(BEEF, 2023년)에서도 대니 조(스티븐 연)는 앞 부분에서 ‘성난 랠리’로 에이미(앨리 웡)과 엮이게 됩니다.
왜 차를 타면 화가 나 있을까. 이론 중 하나는 사람이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차가 사람을 대신합니다. 보이는 것은 차 브랜드입니다. △△를 타는 사람은 난폭하고, ○○를 타는 사람은 초보다. ‘편견’이 결합한 몇 가지 속설이 도로의 감정을 지배합니다. 도로의 계급도 한껏 드러냅니다. 외제차를 몰 때와 소형차, 스포츠실용차(SUV)를 몰 때, 차의 승차감과 속도와는 무관하게 주위 사람들의 끼워주기나 끼어들기가 달라집니다. 소형차를 몰면 속도를 줄이자마자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상향등을 켰다 끄며 위협을 가하기도 합니다.
차는 보이지만 그 속의 사람은 보이지 않습니다. ‘모르는 사람’을 우리는 경계합니다. 오래된 생존 본능에서 나온 것이겠죠.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고 아파트 층간소음과 비슷합니다. 이사하면 아이를 데리고 아랫집으로 인사하러 가라고 합니다. 그렇게 알고 나면, 위층에서 쿵쿵거릴 때 ‘오늘은 ××가 신났구나’ 생각하게 된다고 합니다.
‘운전석’을 인터넷 앞에 앉은 상황과 비교하곤 합니다. 모르는 사람을 향해 화를 냅니다. 기자들도 이런 화를 많이 당합니다. 그 사람에게 닿으면 비수가 될 말을 댓글로 쏟아냅니다. 극단적인 말로 증오의 피라미드를 쌓아올린 유튜브 채널에서 정치인을 오해하고 증오합니다.
<성난 사람들>에서 에이미와 대니는 언제나 화가 나 있습니다. 화가 나 있지만, 아주 우울합니다. 에이미는 쇼윈도 결혼생활과 자신이 일궈온 사업체를 팔아야 하는 인생의 위기에 있습니다. 대니는 부모가 하던 모텔이 불탄 뒤 ‘한국형 가장’으로서 집안을 이끌어야 하는 책임감을 느끼지만 제대로 되는 일이 없습니다. 대니는 사막으로 차를 몰고 가 부동산과 대출업체에 전화를 걸면서 햄버거를 토할 때까지 먹습니다. 여러 번 샀다가 반품하는 화로는 자살도구로 쓰려던 것이었습니다. <혼자 사는 사람들>(홍성은 감독, 2021년)에서 진아(공승연)는 혼자서 밥을 먹고 다른 사람들과 섞이는 것을 극도로 싫어합니다. 그가 대화를 하면서 자주 듣는 말은 “왜 그렇게 화가 나 있어”입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저격한 사람의 주변 사람들을 취재한 기사를 보면 ‘늘 혼자 있던 사람’으로 기억했습니다. 한나 아렌트는 외로움이 테러의 근원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영국에선 2019년 여덟 명 중 한 명이 ‘의지할 수 있는 가까운 친구가 한 명도 없다’고 말했는데, 2014년에는 열 명 중 한 명이 그런 대답을 했습니다.(<고립의 시대>, 노리나 허츠) 그나마 2018년 영국에는 ‘외로움부’ 장관이 생겼습니다. 영국 외로움부 설립은 노동당 하원의원이던 조 콕스를 기리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조 콕스는 지역구민들과 면담한 뒤 돌아가다가 칼에 찔려 희생됐습니다. 증오의 말들은 외로움이 외치는 말인 것 같습니다.
구둘래 편집장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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