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세지옥> 북토크에 참석한 최지수 작가(가운데)와 패널들. 류석우 기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님께서 제 책의 한 구절을 언급하시면서 정책의 기조로 삼겠다고 했습니다. 그날 이후로 저는 드디어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거라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아무 부름을 받지 못했습니다. 어찌 정책의 피해자들 의견은 한마디도 듣지 않고 있나요?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들어주세요. 소는 잃더라도 외양간은 고쳐야 하지 않겠습니까?”
2023년 11월14일, 서울 광화문 교보생명빌딩에서 열린 <전세지옥> ‘북토크’에서 최지수 작가가 말했다. 최 작가가 법무부 장관을 언급한 것은 2주 전의 일 때문이었다. 11월2일 한 장관은 전세사기 범죄 대응을 발표하는 정부 합동브리핑 자리에 최 작가 책을 들고나와서 말했다. “<전세지옥>이라는 책을 봤다. 저희 정책을 펴는 기본으로 삼겠다.” 최 작가는 피해자로서 자신의 목소리를 정부에 전달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지만, 그의 이야기를 들으려 연락한 부처는 없었다.
이날 출판간담회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먼저 출판사 쪽에 제안하면서 열렸다. 민달팽이유니온과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등도 합류했다. 신탁주택 전세사기 피해자 정태운(31)씨는 “어느 누구한테도 자랑할 수 있었던 삶을 살고 있었는데, 이 사건으로 인해 모든 게 무너지고, 앞으로도 무너질 게 더 남아 있다. 그래도 저는 끝에 피해자로 남아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간담회 참석 전 대통령실 앞에서 ‘곧 쫓겨나는 신탁 전세사기 피해자입니다. 제 목소리 좀 들어주세요'라는 피켓을 들고 “15년 일해 마련한 집에서 내쫓기게 될 처지”라고 호소했다.
최근 전세사기를 소재로 한 연극 <부동산 오브 슈퍼맨>을 선보인 극단 신세계의 대표 김수정씨(40)는 “공연을 만들 때 지수 작가와 좀 비슷한 마음이었다”고 했다. 그는 “ 연극을 통해 사회 정의를 외치는 작업을 주로 해왔는데 , 사회 정의만 외치다가 정작 제 주거지와 관련된 사회적 정의에서 처참하게 무너져 내렸다 ” 며 “ 가만히 있어도 누르면 갑자기 눈물이 터지는 상황을 다 경험하셨을 텐데 , 연극을 만들기 위해 여러 사례를 마주하면서 조금은 더 단단해진 것 같다 ” 고 말했다 . 한 참석자는 “피해자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주변에 나누기 어려운데 책으로 대신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책으로 경험을 나눠줘 감사하다”며 인사를 전했다. 최 작가는 “전세사기 피해자가 이 책을 읽으면 너무 슬플 것 같다. 전세사기 피해자가 아닌 사람들이 책을 읽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세사기 피해자이자 전국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은 이철빈씨는 “전면적인 실태조사와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듣는 창구를 마련해달라”며 “국가에서 피해를 먼저 지원해주고 살리고 난 다음에 비용을 정산해줄 수 있는 방안 등 선제적인 조치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류석우 기자 raint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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