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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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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기로 남방큰돌고래, 소송 제기할 법적 지위 생긴다

등록 2023-11-17 20:09 수정 2023-11-18 14:14
2015년 7월15일 제주시 종달항 해상에서 남방큰돌고래 복순이가 점프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5년 7월15일 제주시 종달항 해상에서 남방큰돌고래 복순이가 점프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주도가 멸종 위기에 놓인 제주 남방큰돌고래에 법적 권리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하는 법 개정을 추진한다. 제주도는 2023년 11월13일 “국내 최초로 ‘생태법인’ 제도를 도입해 제주의 환경·생태적 가치를 지키고 국내 생태환경 정책의 새로운 표준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생태법인은 생태적 가치가 중요한 자연과 동식물 등에 법적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다. 인간만이 권리와 의무의 주체라는 인간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탈인간주의적 관점이 반영됐다. 법은 자연과 동물을 권리의 주체로 인정하지 않고 물건으로 본다. 법에서 권리의 주체가 되는 대상은 인간이거나, 사람이 아닐 경우엔 법인뿐이다. 2018년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를 막기 위해 산양 28마리를 원고로 내세운 소송 등 국내에서 동물이 ‘원고’가 된 소송이 몇 차례 제기됐지만, 법원은 이를 각하했다. 현행법상 ‘소유물’에 불과한 동물은 소송을 제기할 자격이 없다는 취지였다.

제주도는 늦어도 2025년에는 남방큰돌고래를 생태법인 1호로 지정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남방큰돌고래가 생태법인으로 지정된다면 서식지 훼손 우려에 대리인을 통해 손해배상소송 등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남방큰돌고래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제주 연안에만 서식한다. 해양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인데 최근 해양 쓰레기, 해상풍력발전단지 확대, 잘못된 관광 행태 등으로 서식 환경이 나빠지면서 개체 수가 약 120마리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2022년 방영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나오면서 남방큰돌고래를 보려는 관광객이 크게 늘기도 했다.

서혜미 기자 h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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