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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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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광주 1시간대’ 달빛고속철도, 갑니데이-언능 와야

두 지역의 숙원, 예타 면제와 특별법으로 추진
지역 균형 발전 효과와 경제성이 관건 될 듯
등록 2023-09-28 09:18 수정 2023-10-02 23:23
달빛고속철도 노선도. 대구시 제공

달빛고속철도 노선도. 대구시 제공

역대급 긴 추석 연휴를 앞두고 설레는 매일을 보내고 있습니다. 해외여행은 못 가더라도 국내여행은 놓칠 수 없겠죠. 평소 가보지 못했던 곳을 가보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대구에 사는 저에게 전라도 여행은 늘 저에게 버킷리스트처럼 남아 있습니다. 이런저런 여건을 고민하다 결국 여행을 포기한 적이 벌써 여러 번입니다. 3시간 넘게 고속버스에 앉아 있을 자신이 없어요. 기차로는 에스알티(SRT)를 타고 오송역까지 올라간 뒤 다시 광주송정역으로 내려가야 합니다.

경상도엔 전라도가, 전라도엔 경상도가 서로 오갈수 없는 ‘섬’처럼 여겨집니다. 이런 ‘동서분단’ 현상을 해결해줄 달빛고속철도 건설 소식이 들려옵니다. 달빛고속철도는 대구를 뜻하는 ‘달구벌’, 광주를 뜻하는 ‘빛고을’의 앞 글자를 따서 이름 붙인 대구와 광주를 잇는 고속철도인데요. 2023년 8월22일 국회에서 ‘달빛고속철도 건설을 위한 특별법안’이 발의됐습니다. 이 법안은 의원 261명(국민의힘 109명, 더불어민주당 148명, 정의당 1명, 무소속 3명)이 공동 발의해 헌정 사상 최다 의원이 발의했다는 기록을 세웠는데요. 철도와 관련한 특별법이 발의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대구에서 광주까지

달빛고속철도가 생기면 대구에서 광주까지 1시간28분 만에 갈 수 있습니다. 서울(1시간45분)보다 가깝죠. 전체 노선 길이는 198.8㎞로 대구(서대구)~경북(고령)~경남(합천·거창·함양)~전북(장수·남원·순창)~전남(담양)~광주(송정) 등 6개 광역단체와 10개 기초단체를 지나갈 예정입니다. 사업비 4조5158억원을 들이는 대규모 사업입니다.

달빛고속철도를 처음 추진한 것은 무려 20여 년 전인 1999년인데요. 경제성이 낮다는 이유로 번번이 무산됐습니다. 달빛고속철도의 비용 대비 편익(B/C) 값은 0.483으로 낮았는데요. 그러다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1년 6월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 처음 반영됐습니다. 당시 국토교통부는 “지역균형발전과 지역 거점 간 연결성 강화 효과가 크고,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가로축 철도망을 확대하는 등 정책 필요성을 고려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에 발의된 법안에는 필요할 경우 예비타당성조사를 면제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 담겼습니다. 비용 대비 편익 값이 낮아 예비타당성조사 통과를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인데요. 수도권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이 인구소멸 위기에 처했습니다. 일자리, 교육, 문화 등 대부분 인프라가 수도권으로 몰리고, 쏠림 현상은 점점 심해지고 있죠. 소비할 사람이 줄어드니 지역에서 추진하는 국가사업의 경제성은 점점 낮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특별법 기본방향에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지방을 활성화하는 국토의 균형발전”이라는 조항이 담긴 이유이기도 합니다.

정치 성향 다른 두 지역, 철도로 서로 이해할까?

정치 성향이 정반대인 영호남이 달빛고속철도를 중심으로 뭉친 이유는 그리 복잡하지 않습니다. 법안 발의 뒤 대구시는 보도자료를 통해 “달빛고속철도 건설로 남부권 경제공동체가 형성되면 약 7조3천억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3만 명 이상의 고용창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습니다. 지역 간 이동이 전무하다시피 했던 두 지역 사이 교통이 편리해지면 서로에게 새로운 시장과 가능성이 만들어지는 셈이죠.

하지만 당장 경제성이 부족한 사업에 많은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선거를 의식한 ‘선심성 정책’이라는 비판도 나옵니다. 대구시와 광주시는 이르면 2023년 안 국회 본회의에서 법안이 통과되길 기대합니다. 대구와 광주 사이를 1시간대로 오가는 시대, 곧 올까요?

대구=김규현 기자 gyuhyun@hani.co.kr

*명절마다 전국 각 지역의 따끈따끈한 이슈를 <한겨레> 전국부 기자들이 전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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