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8월15일 광복절 카자흐스탄 키질로르다(러시아어로 크질오르다)에 있던 홍범도 장군의 유해가 조국으로 돌아왔다. 이틀 동안 국민추모 기간을 가진 뒤 8월18일 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대전현충원이 있는 유성구는 홍범도 장군 유해 안장을 기념하고 그의 애국정신을 기억하기 위해 명예도로 지정을 추진했고, 그해 10월16일 도로명주소위원회 심의를 거쳐 ‘홍범도장군로’ 명예도로를 지정했다.
대전 지하철 현충원역 3번 출구에서 현충원 입구까지 약 2.02㎞의 홍범도장군로에는 “평생을 민족의 독립을 향한 일념으로 일제에 맞선 장군의 숭고한 애국정신을 마음속 깊이 담아 이 길에 ‘홍범도장군로’라는 이름을 부여합니다”라고 적힌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명예도로는 5년 동안 사용되고, 사용 기간이 끝나기 한 달 전에 도로명주소위원회 심의를 거쳐 연장할 수 있다.
이 홍범도장군로가 논란이 된 건 홍범도 장군의 육군사관학교 내 흉상 이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서다. 2023년 9월7일 브리핑에서 이장우 대전시장은 “홍범도 장군의 인생 궤적 추적을 다시 확실하게 해야 한다고 본다”며 “공보다 과가 많은 상황이라면 현충원 앞에 조성된 홍범도장군로도 폐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시장의 발언은 홍범도장군로를 논란의 중심에 서게 했다. 사흘 뒤인 9월10일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대전현충원의 홍범도 장군 묘역을 참배한 자리에서 “망둥이가 뛰면 꼴뚜기도 뛴다더니 이 시장이 꼴뚜기였다. 정권에 과잉 충성하려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하는 행동이 마치 친일단체 일진회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고 이 시장을 직격했다.
이에 이 시장은 같은 날 오후 페이스북에 “부패한 송사리 한 마리가 대전천을 더럽히고 가는구나. 썩고 부패한 송사리가 갈 곳은 감옥뿐”이라며 ‘민주당 돈봉투’ 의혹의 중심에 있는 송 전 대표를 비난했다.
홍범도장군로를 둘러싼 언쟁은 이어졌다. 민주당 황운하 의원은 9월13일 대전시의회를 찾아 이 시장의 홍범도장군로 폐지 발언과 관련해 “역사에 대한 무지”라며 “그저 ‘리틀 윤석열’로 불리고 싶은 속 좁은 생각으로 한 발언”이라고 공격했다. 그러자 이 시장은 페이스북에 “황운하 의원님! 본인이나 잘하세요. 일하는 시장 비난할 시간 있으면 민주주의와 선거 공부 더 하시라”고 받아쳤다. 9월11일 주간업무회의에서 이 시장은 “대전현충원은 어느 한 분만을 위한 곳이 아니라 국가를 위해 헌신하신 모든 분을 기리는 곳이기에 현충원 앞 도로명은 현충원로가 맞는다”며 “홍범도장군로의 이름을 바꿔야 한다”고 다시 강조했다.
명예도로 지정 권한이 있는 유성구는 “홍범도장군로 폐지는 절대 없다”는 입장이다. 정용래 유성구청장은 “2년여 전 홍범도 장군의 유해를 대전에 모셔오며 많은 시민의 의견을 받아 명명한 길”이라며 “유성구 안에 있는 도로명 지정은 구청장 권한이니 절대 바뀔 일은 없다”고 말했다.
대전=최예린 기자 floy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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