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피씨(SPC) 계열 공장에서 발생한 끼임 사고로 50대 노동자가 사망했다. 2022년 10월 에스피씨 계열사인 에스피엘(SPL) 경기 평택 공장에서 20대 노동자가 소스 교반기에 끼여 사망한 이후 허영인 에스피씨 회장이 대국민 사과에 나섰지만, 채 1년도 지나지 않아 비슷한 사고로 노동자가 숨진 것이다.
경찰 등에 따르면 경기 성남의 샤니 제빵공장에서 일하던 50대 노동자 ㄱ씨가 2023년 8월8일 낮 12시40분쯤 반죽 기계에 배 부위가 끼이는 사고를 당했다. ㄱ씨는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병원에 이송됐고, 이후 호흡이 회복돼 응급수술을 받았지만 끝내 8월10일 낮 12시30분쯤 숨을 거뒀다.
ㄱ씨는 사고 당시 원형 스테인리스통에 담긴 빵 반죽을 리프트 기계로 올려 다른 반죽통에 쏟아 넣는 업무를 했다고 한다. 2인1조로 근무가 이뤄졌는데, 동료 작업자 ㄴ씨가 ㄱ씨를 발견하지 못하고 리프트를 하강 작동시키면서 사고가 일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함께 작업한 ㄴ씨를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는 한편, 에스피씨 안전관리책임자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아울러 폐회로텔레비전(CCTV)을 돌려 보며 작업 과정에서 회사 쪽이 안전상 조처를 제대로 했는지도 확인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한겨레21>에 “회사에서 잘못한 부분이 없는지도 들여다보고 있다”며 “순차적으로 관련자들을 불러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별도로 고용노동부 성남지청도 사고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고 한다.
앞서 2022년 10월 에스피엘 평택 공장에서 20대 노동자가 소스 교반기에 끼여 사망한 사고 이후 에스피씨는 허 회장이 직접 대국민 사과를 한 뒤 향후 3년간 1천억원을 투입해 안전경영 시스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고는 계속 이어졌다. 심지어 이번에 사고가 일어난 샤니 공장에서도 불과 한 달 전인 2023년 7월 손가락 절단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김용균재단 등 70여 개 시민사회단체가 모인 ‘파리바게뜨 노동자 힘내라 공동행동’(공동행동)은 8월9일 “샤니 제빵공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산재사고는 끼임사고로 동일한 유형이고, 에스피씨그룹 계열사에서 반복되고 있다”며 “동료 노동자의 부주의나 우연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 안전을 책임지지 않는 에스피씨 그룹의 기업 경영 및 생산 방식과 조직관리라는 구조적인 문제와 연결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에스피씨 쪽은 ㄱ씨 사망 소식이 알려진 이후 입장문을 내고 “현재 관계 당국의 조사에 성실히 임하며, 정확한 사고 원인 파악과 후속 조치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사건 수습과 재발 방지를 위해 모든 힘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류석우 기자 raint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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