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라카와 요시노리’(白川義則·백천의칙)
만주 독립군을 살육한 간도특설대 장교였던 백선엽(2020년 작고)의 창씨명이다.
“백선엽 장군을 비롯한 (장군) 12분이 수모를 겪고 있다. ‘친일반민족행위자’ 문구를 삭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조만간 발표가 있을 것.”
2023년 7월5일 경북 칠곡에서 열린 백선엽 동상 제막식에 참석한 박민식 국가보훈부 장관이 기자들을 만나 한 말이다. 대전 현충원 장군2묘역에 묻힌 백선엽의 ‘안장자 기록’에 짤막하게 적힌 친일반민족행위자 기록을 지우겠다는 것이다. 앞서 2009년 대통령 소속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는 백선엽을 친일반민족행위자로 분류했다. 그런데도 한국전쟁에서 세운 공으로 태극무공훈장을 받은 것을 근거(국가묘지법)로 2020년 대전 현충원에 묻혔다.
제막식 앞에서는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민족문제연구소 구미지역위원회는 “동포에게 총을 겨눈 친일반민족행위자 백선엽에 대해 정부·국회가 법 개정 등 후속조치를 하지 않아 현충원에 묻히는 역설적 상황이 생겼다. 그 탓에 보훈부·경상북도가 후안무치하게 친일 군인을 영웅으로 떠받들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백선엽은 100살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자신의 친일행위를 반성하지 않았다. 그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1993년 일본에서 출판한 <대게릴라전-미국은 왜 패배했는가>를 보면 짐작할 수 있다. “(간도특설대는) 소규모이면서도 군기가 잡혀 있던 부대였기에 게릴라를 상대로 커다란 전과를 올렸던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우리들이 추격했던 게릴라 중에는 많은 조선인이 섞여 있었다. (…) 우리가 전력을 다해 토벌했기 때문에 한국의 독립이 늦어졌던 것도 아닐 것이고, 우리가 배반하고 오히려 게릴라가 되어 싸웠더라면 독립이 빨라졌다고도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동포에게 총을 겨눈 것은 사실이었고, (그 때문에) 비판을 받더라도 어쩔 수 없다.”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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