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의 죽음을 목격한 노동조합 간부를 콕 집어 “(자살을) 말리지 않았다”는 기사를 <조선일보>가 내보냈다. 해당 간부는 현재 트라우마 치료 중이다.
전국건설노동조합 강원지부 간부 ㄱ씨는 2023년 5월1일 동료 간부 양회동(50)씨가 경찰의 노조 표적 수사에 반발해 분신하는 모습을 눈앞에서 목격했다. 양씨가 분신하기 전 평소 친분이 있던 ㄱ씨와 YTN 기자를 미리 현장으로 불렀고 이들이 현장에 도착하자 행동에 옮긴 것이다. <조선일보>는 현장에 있던 시시티브이(CCTV) 영상 속 ㄱ씨가 “(양씨를 말리려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고 “뒷걸음질 치며 휴대폰을 꺼냈”다며 ‘건설노조원 분신 순간, 함께 있던 간부는 막지도 불 끄지도 않았다’는 제목의 기사를 5월16일 내보냈다. ㄱ씨가 동료의 죽음을 방관한 게 아니냐는 문제 제기였다.
사건을 수사한 경찰의 설명은 달랐다. 경찰 관계자는 <한겨레> 박수혁 기자와 한 통화에서 “동료가 왔을 때 양씨가 라이터를 든 채 ‘가까이 오지 마라’고 경고해 가까이 다가가지도 못하는 상황이었다. 괜히 다가갔다가 자극받은 양씨가 라이터를 먼저 댕길 수도 있고 들어가서 말렸다가 둘 다 같이 죽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또 “현장에 있던 YTN 기자들도 노조 간부(ㄱ씨)가 양씨에게 ‘하지 말라, 그러지 말라’고 계속 말렸다고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건설노조도 기자회견을 열어 “ㄱ씨가 휴대폰을 꺼낸 것은 다른 간부에게 상황을 알리기 위함이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해당 보도로 ㄱ씨는 이미 ‘동료의 죽음을 방관한 사람’이 됐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에스엔에스(SNS)에 “동료의 죽음을 투쟁의 동력으로 이용하려 했던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고 썼다. 보수 성향 시민단체인 ‘신전대협’은 5월17일 이 간부를 ‘자살 방조’ 혐의로 고발했다.
“언론이 자살 현상에 대해 보도할 때에는 충분한 근거 없이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 흥미를 유발하거나 속보 및 특종 경쟁의 수단으로 자살 사건을 다루어서는 안 된다. 언론은 자살 보도에서 자살자와 그 유족의 사생활이 침해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한국기자협회 ‘자살보도 윤리강령’에 나오는 대목이다.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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