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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 신고했지만 살해당했다 [뉴스 큐레이터]

등록 2022-09-17 03:33 수정 2022-09-17 08:33
2022년 9월15일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 앞에 한 시민이 추모의 꽃을 놓고 있다. 한겨레 신소영 기자

2022년 9월15일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 앞에 한 시민이 추모의 꽃을 놓고 있다. 한겨레 신소영 기자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화장실에서 여성 역무원이 살해당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가해자는 피해자를 스토킹하던 직장 동료 남성으로, 성폭력처벌법 위반 등 5개 혐의로 기소돼 1심 선고를 하루 앞두고 있었다.

가해자 전아무개(31)씨는 2022년 9월14일 저녁 8시56분 순찰하기 위해 신당역 여자화장실에 들어가던 피해자를 뒤쫓아가 흉기를 휘둘렀다. 피해자는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으나 숨졌다.

가해자는 오래전부터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와 입사 동기인 전씨는 불법촬영물을 유포하겠다고 피해자를 협박하며 스토킹해왔다. 피해자가 2021년 10월 전씨를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로 1차 고소했을 때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은 법원에서 기각됐다. ‘주거가 일정하고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2022년 1월 피해자는 전씨를 스토킹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로 2차 고소했다. 전씨는 직장에서 직위해제된 상태에서도 스토킹을 지속했지만 추가 영장은 신청되지 않았다. 서울서부지법의 1심 선고를 하루 앞둔 9월14일, 전씨는 여자화장실 앞에서 1시간10여 분 동안 피해자를 기다리다가 뒤쫓아 들어가 범행을 저질렀다. 경찰은 보복범죄 정황이 발견되는 대로 전씨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을 적용할 방침이다.

“여성을 상대로 한 범죄에 대해 효과적이고 단호한 대응 방안을 적극 검토하라.” 9월15일 한덕수 국무총리는 신속한 원인 파악과 재발 방지책 마련을 관계 부처에 지시하며 이렇게 말했다. 정권과 총리의 이름만 바꿔가며 반복돼온 말이다. “여성 대상 강력범죄 예방을 위해 범죄 유발 환경을 대폭 개선해나가겠다.”(2016년 6월1일 황교안 국무총리) “강력범죄가 아동·노인·장애인·여성 같은 약자에게 자행되면 더 무겁게 처벌하는 방안을 검토해달라.”(2018년 11월6일 이낙연 국무총리) “정부는 여성이 안심하고 일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2020년 5월17일 정세균 국무총리)

그럴듯한 말은 반복되고, 대책은 실효성이 없으며, 피해는 반복된다. 사건 발생 장소인 신당역 화장실 앞에는 ‘강남역 살인사건 6주기 무엇이 달라졌나’라는 제목의 팻말이 놓였다. 국화꽃과 함께.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뉴스 큐레이터는 <한겨레21>의 기자들이 이주의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뉴스를 추천하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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