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기구 작업을 하던 중 지하로 떨어졌다. 철제빔을 설치하다 빔에 끼였다. 쓰레기를 치우던 노동자는 근처에서 떨어진 돌에 맞았다. 땅을 파는 굴착기 크레인에 달린 버킷(통)이 덮쳐 숨졌다. 천장 콘크리트를 해체하던 노동자가 떨어진 콘크리트 잔해에 맞았다. 작업하러 간 노동자가 지상 1층 리프트 출입구 안에서 목숨을 잃은 채 발견됐다. 이렇게 6명이 산업재해로 숨졌다. 2021년 현대건설 하청노동자들이 겪은 일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과 노동건강연대 등으로 구성된 ‘산재사망대책마련 공동캠페인단’은 2022년 4월27일 서울 종로구 현대건설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2021년 최악의 산업재해 사망 기업’으로 현대건설을 뽑았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하는 ‘2021년 중대재해 사고 사망자 2명 이상 발생기업’ 자료에 근거해, 원청·하청을 모두 합쳐 사고 건수를 집계한 결과다. 1위는 현대건설, 2위는 대평이었다. 대평에서는 화장품 원료를 만들다가 일어난 폭발사고로 노동자 5명이 숨졌다. 공동 3위는 대우건설, 태영건설이었다. 현대건설은 2007년, 2012년, 2015년에도 ‘최악의 살인 기업’으로 선정됐다.
산재 사망 사고가 가장 많이 일어난 기업 3곳에서 일하다가 숨진 노동자 19명은 모두 하청노동자였다. 민주노총은 보도자료를 내어 “원청의 책임과 의무를 강조하고자 하청기업에서 일어난 사망 사고까지 원청 기준으로 합산했다”며 “올해 1월부터 안전관리 의무를 다하지 않은 기업의 책임자를 처벌할 수 있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으나, 재계는 처벌법을 무력화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2019년에도 지적된 현실은, 2022년에도 계속된다. ‘재벌이나 대기업이 사업을 발주하면 시공업체가 공사를 맡아서 힘들고 위험한 작업은 원청, 하청, 재하청으로 하도급되고… 책임은 아래로 내려가서 소멸하고 이윤은 위로 올라가서 쌓인다.’(김훈의 <한겨레> 칼럼 ‘아, 목숨이 낙엽처럼’)
이정규 기자 j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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