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가 2024년 9월3일 서울 종묘에서 외부인들과 차담회를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어지간한 사건은 명함조차 내밀지 못하는 12·3 윤석열 내란사태 국면에서, 대통령 배우자의 석 달 전 차담회가 그나마 관심을 끄는 데는 나름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차담회 날이 일반인은 관람할 수 없는 휴관일이었다. 둘째, 차담회 공간인 망묘루는 미개방 건물이다. 망묘루는 조선시대 종묘 관원들의 업무 공간으로, 국가유산청(옛 문화재청)이 2024년 5월 한시적으로 특별 개방한 적이 있다. 셋째, 차담회에 이용된 찻상과 의자는 종묘관리소 직원들이 각별히 경복궁과 창덕궁에서 따로따로 빌려왔고, 무슨 일인지 창덕궁에서 온 의자는 여태 되돌려주지 않고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 김 여사의 그날 차담회가 공적 일정인지 개인 일정인지조차 확인되지 않고 있다. 김 여사 일행은 외국인 남녀 2명과 스님, 신부 각 1명씩 등 모두 6명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는 김윤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의 관련 질의에 “방문 목적과 취지는 경호 및 보안상 이유로 알려줄 수 없다”고 답했다. 이 행사와 관련한 내부 협의 내용과 대통령실과 주고받은 공문서 사본 요청에는 “대통령실의 구두 협조 요청에 따라 진행되어, 관련 서류는 별도로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역대 정부와 현 정부 모두 대통령실 행사의 경우 궁능 장소 사용에 관례적으로 예외를 적용해왔다”고 굳이 덧붙였다. 김윤덕 의원실은 12월11일 “국가 주요 사적을 개인 목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명백한 규정 위반인 만큼 어떤 목적으로 이용했는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종묘는 1995년 석굴암·불국사, 해인사 장경판전과 함께 한국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안영춘 기자 jo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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