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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 군인 간 사랑은 무죄 [뉴스큐레이터]

등록 2022-04-23 04:41 수정 2022-04-28 05:39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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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 군인이 서로 합의해 사적인 공간에서 성관계했더라도 무조건 처벌하는 군형법이 잘못됐다는 취지의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이 나왔다. 군형법 제92조의 6은 합의 여부와 관계없이 군인이나 군무원 등이 동성 간 성교한 경우 2년 이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2022년 4월21일 군형법에 따라 기소된 군 간부 ㄱ씨와 ㄴ씨의 상고심에서 유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고등군사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남성 군인인 ㄱ씨와 ㄴ씨는 독신자 숙소에서 서로 합의해 성행위 등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해 ㄱ씨에게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하고 ㄴ씨에게는 징역 3개월의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2심도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1심의 판단을 유지했다.

군형법 제92조의 6은 동성애자를 낙인찍는 대표적인 인권침해법으로 꼽혀왔다. 이 조항을 두고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도 여러 차례 제기됐다. 헌재는 2002년과 2011년, 2016년 합헌 결정을 내렸다. 다만 2016년엔 재판관 9명 중 4명이 합헌 반대 의견을 냈다. 헌재 반대 의견을 보면 ‘합의에 이뤄진 성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과잉처벌’이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동성 군인 사이의 항문성교나 이와 유사한 성행위가 사적 공간에서 자발적 의사 합치에 따라 이뤄지는 등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를 직접적·구체적으로 침해한 것으로 보기 어려운 경우에는 현행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어 “동성 간의 성행위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추행)라는 평가는 이 시대 보편타당한 규범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워졌다”고 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대법원 선고 뒤 “대한민국에서 동성 간 합의된 성관계를 처벌하는 악법이 사라지게 됐다. 헌법재판소도 조속한 시일 안에 이 법과 관련된 위헌을 결정해, 부당한 차별로 전과자가 된 성소수자 군인들이 명예를 회복할 기회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신지민 기자 godjimin@hani.co.kr

*뉴스 큐레이터는 <한겨레21>의 젊은 기자들이 이주의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뉴스를 추천하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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