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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날’ 말고 ‘장애인 차별철폐의 날’ [뉴스큐레이터]

등록 2022-04-23 02:31 수정 2022-04-23 02:39
2022년 4월21일 전장연의 서울 지하철 경복궁역 시위 모습. 류우종 기자

2022년 4월21일 전장연의 서울 지하철 경복궁역 시위 모습. 류우종 기자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이 말을 다시 하게 됐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2022년 4월21일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재개했다. 27번째 시위다. 전장연이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는 시민에 대한 사과 말씀으로 시작했다. “출근길에 불편함을 겪을 시민분들께 죄송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출근길에 지하철을 탈 수밖에 없음을 무거운 마음으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3월29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관계자들은 전장연이 시위하는 서울 지하철 경복궁역을 찾아 지하철 출근길 시위를 멈춰달라고 요청했다. 전장연은 이 요청을 받아들여 시위를 일시 중단하는 한편, 장애인 이동권 보장과 함께 활동지원서비스, 탈시설 시범사업 등의 예산 마련에 대한 답변을 촉구했다. 4월20일까지 답변을 요청했으나 인수위는 전날인 19일 언론 브리핑에서 저상버스 의무 교체,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고속·시외버스 도입 확대 계획을 밝혔다. 그러나 이미 했던 약속의 재탕이거나 구체적 이행 계획이 없는 약속의 반복이라는 게 전장연의 설명이다.

전장연은 “2023년부터 하겠다는 시내버스 저상버스 의무교체는 2021년 12월 교통약자법 개정으로 이미 의무화한 내용”이고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고속·시외버스 확대는 언제까지 얼마나 할 것인지 명확한 계획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인수위가 이야기하는 장애인 개인예산제 또한 “장애인 권리에 예산을 보장하고 그 예산 속에서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게 먼저”라고 설명했다.

다시 인수위의 답변 기한은 5월2일로 미뤄졌다. 보건복지부나 국토교통부에 의지가 있어도 기획재정부가 쥔 예산 때문에 번번이 좌절되는 상황에서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책임 있는 답변을 내놔야 한다는 것이다. 전장연은 이런 요구와 함께 4월21일 휠체어에서 내려 온몸으로 바닥을 기어 지하철을 탔다.

4월20일 문재인 대통령은 ‘장애인의 날’을 맞아 “장애인들의 이동권에 더 배려하지 못한 우리 자신의 무관심을 자책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리’가 ‘배려’의 대상인 걸까. 참고로 전장연은 이날을 ‘장애인 차별 철폐의 날’로 바꿔 부른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뉴스 큐레이터는 <한겨레21>의 젊은 기자들이 이주의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뉴스를 추천하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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