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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병살인’ 청년, 끝내 징역 4년형 [뉴스큐레이터]

등록 2022-04-02 08:17 수정 2022-04-02 08:17
한겨레 김정효 기자

한겨레 김정효 기자

몸이 아픈 아버지를 제대로 돌보지 않고 끝내 숨지게 한 20대 청년에게 징역 4년형이 확정됐다.

대법원은 2022년 3월31일 존속살해 혐의로 기소된 20대 청년 ㄱ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에서 인정된 범죄사실에 따르면, 그의 아버지는 2020년 9월 뇌출혈로 대구의 한 병원에 입원해 치료받다가 6개월여 만에 퇴원했다. 경제적 사정이 문제였다. 그는 ‘모든 일상생활의 동작을 수행하는 데 전적으로 타인의 도움이 필요한 상태’(2021년 4월15일 의사 진단서)에 있던 아버지를 돌봐야 할 의무를 전적으로 짊어지게 됐다. 2021년 4월 아버지에게 처방약을 주지 않고 7일 동안 10개의 치료식만 제공하다가 5월에는 그마저도 중단했다. 아버지는 영양실조 상태에서 폐렴으로 숨졌다. ㄱ씨는 2021년 8월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고 그해 11월 항소심 판결도 원심을 유지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틀리지 않다고 봤다.

그는 이른바 ‘간병살인’ 청년 강도영(가명)씨로 세상에 알려졌다. 탐사보도 매체 <셜록>의 취재로 그가 월세, 가스비, 전기료, 통신비, 인터넷 이용료 등을 못 내는 극심한 생활고를 겪었고 국가에서 이렇다 할 지원을 받지 못한 사회복지 사각지대에 놓였던 사실이 보도됐다. 보건복지부는 ‘가족 돌봄 청년 지원대책 수립 방안’을 발표하는 한편 본격적인 실태조사에 나섰다.

뒤늦은 대책으로 구제하지 못한 그의 어느 하루는 1심 판결문 속 피고인 진술로 남았다. ‘피해자가 본인을 불러 배고픔이나 목마름을 호소하면 마음이 약해져서 한 번씩 영양식을 호스에 주입하는 등 마음이 오락가락하는 상태였다. 그러던 중 마음을 독하게 먹고 아예 피해자 방에 들어가지 않고 그냥 죽을 때까지 내버려두기로 하였다. (중략) 피고인은 피해자 방에 한 번 들어가 보았는데, 피해자는 눈을 뜨고 있으면서도 피고인에게 물이나 영양식을 달라고 요구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고, 피고인은 이를 가만히 지켜보면서 울다가 그대로 방문을 닫고 나온 뒤 피해자가 죽을 때까지 방에 들어가지 않았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뉴스 큐레이터는 <한겨레21>의 젊은 기자들이 이주의 놓치지 않았으면 하는 뉴스를 추천하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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