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닐팩, 종이상자, 쇼핑봉투, 쓰레기 봉투….
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에서 코로나19 확진·격리자의 기표용지를 투표함으로 나르기 위해 사용된 도구들이다. 2022년 3월4~5일 확진·격리자의 사전투표 과정에서 기표한 투표용지를 직접 투표함에 넣지 않고 바구니나 봉투에 담아 옮기는 ‘대리 투입’ 방식 때문에 혼란이 빚어졌다.
공직선거법(제151조 2항)에 따라 ‘한 투표소당 투표함 하나’를 고수해야 하기 때문에 코로나19 확진·격리자용 투표함은 따로 마련하지 않았다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는 설명했다. 그러나 선관위는 이런 방식을 제대로 홍보하지 않았고, 사전투표에 참여하는 확진자 규모 예측도 실패하면서 불신을 자초했다. 선관위 내부 매뉴얼도 구체적이지 않았다. 이른바 ‘대리 투입’ 방식이 이번에 처음 도입된 것은 아니다. 장애인 등 교통약자는 투표함이 있는 기표소에 접근하기 어려운 경우 공직선거관리규칙(제67조의2 1항)에 따라 임시기표소에서 기표한 뒤 투표용지를 투표사무원을 통해 투표함에 넣어왔다. 선관위는 이번 사전투표에서 수요 예측에 문제가 있었을 뿐 현재의 대리 투입 방식은 원칙에 따른 것으로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정말 그럴까.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 장애가 있는 이용우씨는 계단을 오르내리기 힘들다. 3월5일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의 한 사전투표소를 방문했지만 엘리베이터가 없어 1층 임시기표소에서 투표했다. 그 뒤 투표사무원이 기표한 투표용지를 ‘임시기표소 투표지 운반 봉투’에 집어넣고 바구니에 넣어 2층으로 올라갔다. 그는 <한겨레21>과 한 통화에서 “봉투가 열려 있어 당황스러웠다”고 했다.
선관위 관계자는 “임시기표소는 투표소 내 시설이기 때문에 밀봉하면 안 된다. 투표사무원뿐 아니라 참관인까지 전 과정을 지켜보고 있어 비밀투표나 직접투표의 원칙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한겨레21>에 설명했지만, 이런 답변은 ‘투표용지가 온전히 투표함에 투입됐을까’ 하는 이씨의 불안감을 해결하지 못한다. 장애인 인권단체는 선거 때마다 임시기표소 말고 애초에 장애인도 접근 가능한 투표 환경을 마련하라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3월9일 대통령선거일에는 ‘직접 투입’ 방식으로 선관위 방침을 바꾸면서 대선이 마무리됐다. 사전투표 부실관리 논란은 어떤 잔상을 남길까.
고한솔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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