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 신소영 기자
갈등 과정의 과격함으로 더 중요한 맥락을 덮는, 노동쟁의를 둘러싼 익숙한 풍경이 반복됐다. 2022년 2월10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택배노조 CJ대한통운본부가 회사 본사를 점거했다. 깨진 유리문, 어지럽힌 사무실 사진이 퍼졌다. 기업은 불법점거로 하루 10억원씩 손실을 본다고, 집계해 발표했다. ‘경영계’도 함께 나섰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정부에 ‘즉각적이고 엄정한 법집행을 촉구’했다. ‘위력과 불법을 서슴지 않는 조직은 이미 우리 사회의 정당한 구성원으로 보기 어렵다’고도 했다.
불법점거, 업무방해, 소비자 불편, 과격 시위. 배경에 더 중요한 맥락을 품고 있다고, 노동조합은 호소했다. 2월17일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주장한 맥락은 이런 것이다.
맥락① 2020~2021년 택배노동자 22명이 과로로 숨졌다. 택배노동자는 주 6일, 70~80시간씩 일했다. 그 현실을 시민은 안타까워했다. 2021년 6월 ‘택배기사 과로사 방지 대책 사회적 합의’에 이르렀다. 소비자(시민)가 택배요금 인상을 감수하는 대신, 그렇게 얻은 수익을 회사는 택배노동자 과로를 막는 데 쓰기로 했다.
맥락② 다른 주요 택배사는 보험료나 분류작업 비용 등 택배노동자의 과로를 줄이는 데에 오른 택배요금 전액(170원)을 썼다. CJ대한통운은 51.9원만 썼다고, 노동조합은 분석했다. 사회적 합의로 만든 표준계약서의 과로 방지 내용도, 부속합의서를 덧붙여 그대로 적용하지 않았다.
기업 본사의 설명은 또 다를 것이다. 그렇다면 대화하면 된다. 어느 언론은 노동자의 대화 상대는 본사가 아니란다. 대리점이라고 한다. 특수고용노동자인 택배기사-대리점-본사로 이어지는 괴상한 고용 구조가 외려 방패가 된다. 대리점은 본사의 자장 안에 같은 ‘을’일 뿐인데. ‘우리 사회의 정당한 구성원’으로 제대로 된 대화 상대조차 구할 수 없는 노동자, 택배노동자만의 문제는 아닐 터, 가장 고질적인 맥락이다.
방준호 덜 열정적인 중재자
관심분야: 노동, 자산, 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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