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통보 연인 19층 아래로 던진 30대 구속
신변보호 받던 ‘과거 교제 여성’ 가족 살해한 20대 구속
장소와 날짜, 관계만 다른 비슷한 사건이 연달아 발생한다. 언론은 잠깐 떠들썩할 뿐 가해자가 어떤 처벌을 받는지 알려 하지 않는다. 성폭력 피해 생존자이자 반성폭력 활동가인 마녀는 끝까지 쫓는다. 마녀는 2014년부터 여성 피해자와 연대하면서 가해자의 형사재판을 방청하고 기록하고 있다. 그 흔적이 남아 있는 마녀의 수첩을 공개한다. 당신의 기억에서 잊힌 ‘그때 그 사건들’은 전국 각지의 법원에서 여전히 진행 중이다. 2021년 11월 수첩 가운데, 페미사이드(여성살해) 관련 사건은 보라색으로 구분하고 번호를 붙여 수첩 내용을 옮겼다. _편집자
오늘도 난 기억하고 기록하기 위해 법정에 간다. 언론이 보여주는 사건의 내용은 파편에 불과하며, 형사 사법절차가 보장하는 정의 역시 ‘말할 수 있는’ 피고인에게 초점을 두기 때문에, 피해자는 살아서도 고통받고 죽어서는 외면당한다.
재판 당사자가 아닌 피해자라는 위치 때문에, 특히 숨졌기 때문에 항변 기회를 박탈당한 경우 재판 전 과정에 대한 모니터링이 적극 필요하다.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의 방어권을 보장한다’며 피해자에 대한 인신공격과 모욕이 뒤따르는 경우가 많아서다. 판사가 원칙에 따라 재판하여 적절하게 소송지휘를 하는지, 검사는 입증 책임을 다하며 피고인의 피해자 추가 가해에 적극 대응하는지, 피해자 변호사는 피해자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지, 피고인 쪽이 방어권 보장을 이유로 사건과 관계없이 피해자를 공격하는 일은 없는지 등을 꼼꼼하게 살피면서 판결 내용을 재판 과정과 결부해 해석하고 알리고 있다.
피해자의 삶과 죽음에 대한 공적인 기록이 왜곡되지 않도록, 그가 덜 억울하도록 나뿐만 아니라 ‘살아 있는 연대자’들이 형사 사법절차를 감시하기 위해 점점 더 많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IMAGE2%%]1. 20개월 영유아 대상의 학대와 성폭력, 살인으로 이어진 사건. 외부 관심이 높아 방청권 배부. 피고인 쪽 공소사실 모두 인정. 검찰, 지난 기일에 ‘화학적 거세’를 위한 정신감정 요청. 피고인, 여성 대상 착취 범죄 수차례. 사건 초기 피고인은 본인을 친부라고 했으며, 영유아 대상의 친족성폭력 사건의 세계적 증가 추세와 맞물려 추가 범죄 여부 확인 요망.
2. 피해자 가족이 피해자의 실명 등을 밝히며 사건을 ‘데이트폭력’으로 명명하는 언론과 ‘상해치사’로 기소한 검찰에 문제제기→ 데이트폭력으로 우회해 표현하지 말고 살인으로 명확하게 표현할 필요, 교제살인을 폭행치사·상해치사로 기소하는 관행 여전, 살인죄로의 공소장 변경 여부 확인해야. 피고인 쪽은 혐의 인정하고 피해자 쪽과의 연락이 어려웠으며 용서를 구한다는 취지의 발언. 피해자 쪽은, 피해자가 병원에 있던 3주간 단 한 차례도 사과한 적 없다며 법정에서 보이는 모습은 감형을 위한 것이라며 울분.
3. 해당 재판부터 공개재판으로 전환. 그동안 재판부는 증인신문 이외의 재판 과정도 비공개로 진행. 숨진 피해자 중 한 명의 가족이 지속적으로 재판 공개를 요구했으나, 공판검사는 공개 여부에 대해 모호하게 의견 전달. 성폭력 사건 재판의 경우라도 증인신문 일부를 제외한 일반적인 재판 과정은 공개하는 것이 대부분인데, 이 사건 재판은 진행 과정이 매끄럽지 않았음. 피고인 쪽이 계부인 피고인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피해자의 최초진술을 들은 정신과 의사 등을 증인으로 신청.
4. 피고인 강윤성은 전자발찌를 찬 상태로 두 명의 여성을 연쇄적으로 살해. 구속 당시 기자들에게 발길질과 욕설을 하다 수사·재판이 진행되면서 갑자기 읍소. 전과자인 강씨가 감형을 위해 연극한 것으로 판단. 강씨는 사이코패스 점수가 유영철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인물. 이후 진행된 재판에서 다시 억울함을 강조하며 국민참여재판 신청. 피고인 국선변호인 사임.
5. 친부인 피고인은 수사·재판 과정에서 피해자인 딸에게 정신적인 문제(망상 증상 등)가 있고, 그 연인이 흥분한 상태에서 신고를 부추기고 수사관이 적극적으로 진술을 권유해 진술 신빙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자신의 범죄사실을 부인. 피해자는 친부에게 성폭행 피해를 당한 뒤 경찰에 신고하고 임시거처에서 머물다가 사망. 언론은 이런 죽음에 대해 ‘극단적 선택’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데, 실제 피해자는 선택한 게 아니라 죽음으로 몰려간 것. 재판 진행 과정에서도 친딸인 피해자의 죽음에 감정적인 모습 보인 적이 없음. 항소심에서도 여전히 혐의 부인 중.
6. 검찰: 비밀번호를 알아내지 못해 피해자 휴대전화 포렌식(디지털 증거 추출) 불가능→ 피고인 비밀번호 변경 의심. 피고인 쪽: 변경한 바 없으며, 피해자가 도발했다고 주장, 피해자 쪽이 연락을 받지 않아 사과를 전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발언. 피해자 쪽: (피해자의 어머니 증인 출석) 영상 보며 구간별 설명 뒤 살인임을 강조.
7. 약물 등을 이용한 성폭력과 불법촬영 등의 피해를 호소하며 피해자 숨짐. 검찰은 해당 피해자의 사건에 대해 준강간치상 및 불법촬영 등 불기소 처분→ 피해자의 동의를 받지 않았다는 피의자 정씨의 말에도 정씨의 일방적 주장을 전부 수용하고 사건 이후 피해자가 피해자답지 않게 행동했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피해 불인정.. 불법촬영, 폭행 등의 피해를 호소하는 추가 피해자 등장→ 첫 번째 피해자 사건 중 불법촬영 건 재기수사명령 등을 거쳐 두 건 모두 불구속 기소. 현재 피고인, 호화 변호인단 구성해 대응 중.
8. 계부인 피고인에 의해 성폭행을 당했다는 피해자의 최초진술을 들은 정신과 의사 증인 출석. 피고인 쪽은 증인이 자의적인 판단으로 피해자 진술을 해석했다고 주장. 피해자는 최초진술 과정에서 ‘꿈이었으면 좋겠다’고 언급→ 친모의 동석하에 진행된 경찰 조사 과정과 유서 등에서 피고인의 성폭행을 부인하는 취지로 말한 바가 있어 이에 대한 진술 신빙성 점검 필요. 외부 전문가의 견해에 다소 보수적인 시각으로 접근하는 한국 법원이 이번 사건을 어떻게 판단할지 지켜봐야 함.
9. 피고인은 항소심 들어서도 지속적으로 반성문 제출. 피해자 부모이자 피고인의 부모인 탄원인들이 선처 요청 지속. 가족 대상 페미사이드의 경우 이렇게 피해자 대변인이 없는 사례 존재→ 항소 기각(1심의 징역 30년 유지)
10. 검찰 구형: 무기징역, 재판 진행되면서 검사 증원(1명→ 3명), 부실수사 및 소극적 재판 진행에 대한 비판을 의식한 구형. 영장 반려 등 피해자들이 숨지기 전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검찰 잘못도 막대. 피고인 최후변론: 숨진 피해자의 휴대전화 포렌식 이후 확보한, 사건과 직접적 연관이 없는 사생활 관련 자료를 이미지 첨부해 심각한 수준으로 피해자 모욕, 변호인에 대한 외부 비판을 법정 모독이라고 주장. 재판부는 소송지휘 포기, 피해자 변호사 이의제기 전무, 검사 이의제기 소극적→ 유족 반발로 이후 비공개 진행.
11. 8월 공판에서 검찰이 신청한 심리검사 결과를 받아들여 공주치료감호소에 감정 유지 결정→ 12월1일 재판부는 타인에 대한 공감보다는 자기중심적이며 반사회적 성격이 의심된다는 정신감정 결과 일부 공개. 1심에서 검찰은 사형을 구형한 바 있고, 2심 재판부는 2015년 마지막 사형수 확정사건에 견줘 심리해야 한다고 언급→ 2심 검찰 구형 및 선고 모두 지켜봐야 함. 이 사건 역시 피해자 가족이 직접 뛰어다니며 증거를 모으고 피고인의 여죄를 밝힘. 수사기관의 무능과 태만이 여실히 드러남.
마녀 반성폭력 활동가
*폭력적인 배우자와 결별하는 과정에서 여성들은 어떤 선택을 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한겨레21>의 ‘페미사이드 500건의 기록’ 특별 웹페이지(stop-femicide.hani.co.kr)에 접속해 확인해보세요.
※여성폭력으로 긴급한 구조·보호 또는 상담이 필요한 경우 여성긴급전화 ☎1366 에 전화하면 365일 24시간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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