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민간 인권센터 ‘인권재단 사람’이 잠깐 문을 닫는다. 2021년 9월30일 서울시 마포구를 떠나 은평구에 자리잡는 2022년까지 숨을 돌린다. “8년 전 만들어진 인권센터가 지금의 변화를 모두 담을 수 없습니다”라며 인권재단 사람 이사회와 사무처는 누리집에서 터전을 옮기는 이유를 설명했다. “공간 대관을 넘어 공간을 통해 인권운동의 성장을 지원하고, 인권옹호 네트워크를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것이 필요”해서 “코로나19 이후 마주한 비대면 일상에서도 인권운동이 가진 힘이 더욱 확대될 수 있게 기술과 공간이 만나야 해서”다. 임시 사무실에서 전화 업무는 계속 이어간다.
인권재단 사람은 2013년 4월29일 문을 열었다. 2914명이 함께 지은 참 요상한 공간이었다. 문을 열자마자 있는 계단 왼편의 벽은 책장. 인권 서적이 채우고 있었다. 아직 비어 있는 부분은 마치 이 공간을 찾아올 이들과 함께 채우겠다는 포부와 초대 같았다. 3층짜리 모든 층, 모든 공간은 교통약자가 접근할 수 있게 엘리베이터가 있고, 화장실은 성별 구분 없는 1인 화장실이었다. 모든 공간에 문턱도 없앴다. 지금은 익숙해졌지만 어쩌면 국내 최초 인권활동 공유 오피스였는지도.
인권재단 사람이 그릴 새로운 공간은 어떤 모습일까. “소수자를 환대하는 공간, 사무 공간이 없어도 편히 활동할 수 있는 공간, 작은 인권단체의 성장을 지원하는 공간, 코로나19 이후 비대면-대면 행사와 회의가 가능한 공간, 인권을 옹호하는 시민이라면 편히 찾아올 수 있는 공간의 역할을 더 담아내고자 한다”고 인권재단 사람 사무처장 정민석은 <한겨레> 칼럼에서 말했다. 사람 사이 유대감을 진득하니 느낄 수 있는 공간이 되면 좋겠다. 굳이 ‘웰컴 키즈존’이라는 말을 쓰지 않아도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고 양육자가 눈치 보지 않는 공간이 되면 좋겠다. 어르신을 포함해 누구나 편히 화장실 들를 수 있는 곳이면 좋겠다. 작은 일상의 배제를 가뿐히 뛰어넘고, 차별과 혐오가 들어서지 않는 공간이 될 것이다. 이제껏 그래왔듯.
임경지 학생, 연구활동가
관심 분야 주거,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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