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세계가 20개월 넘도록 코로나19 바이러스와 힘겹게 싸우고 있다. 2021년 9월 중순까지 사망자만 467만 명, 누적 확진자는 22억6700만 명에 이른다. 여러 종류의 백신이 개발돼 공급되지만, 치유보다 ‘불평등’의 상처가 도드라진다. 다양한 변이 바이러스까지 활개 치면서 인류는 기약 없는 ‘위드 코로나’ 모드로 전환 중이다. 무엇이 문제일까?
진화생물학자이자 공중보건 연구자인 롭 월러스는 신작 <죽은 역학자들>(구정은·이지선 옮김, 너머북스 펴냄)에서 바이러스가 아닌 인간에게서 문제의 근원을 찾는다. 특히 그가 주목하는 건 ‘애그리비즈니스’, 즉 이윤 창출이 최고 덕목인 기업형 공장식 농축산업이다. 코로나19는 야생 바이러스가 인간 세상으로 넘어온 ‘종간 이동’ 감염병이라는 게 과학계의 통설이다. 지은이도 실험실 배양설이 아닌 야생 기원설에 동의한다. 그런데 바이러스 팬데믹과 공장형 축산업이 무슨 관계냐고? 바이러스의 ‘이주’ 현상은 인간의 무분별한 ‘탐욕’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다.
인간 활동으로 야생 지역이 파괴되면서 많은 야생종이 자취를 감췄지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동물도 있다. 박쥐, 거위, 천산갑, 쥐 등이 그렇다. 이들을 숙주로 삼은 병원균이 오랜 서식지에서 가축과 인간의 세상으로 경계를 넘어온 결과, 종간 감염이 더 빈번해지고 병원체도 다양해졌다. 앞서 사스(2002년), 메르스(2012년), 에볼라(2013년) 대유행도 그런 사례다. 이들 감염병의 병원균은 모두 코로나바이러스다. 본디 야생동물이 고향이던 바이러스의 종간 이주 뒤에 대규모 농축산업이 있다고 지은이는 말한다. 왜 그럴까? 바이러스는 자기복제(번식)를 한다는 점에서는 생명체 같지만, 다른 생물(숙주)에 기생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유전자 물질 덩어리라는 점에서는 무생물에 가깝다. 숙주 기생이라는 숙명 탓에 바이러스는 독성이 너무 강해선 안 된다. 숙주를 죽이면 자신도 죽기 때문이다. 이는 자연 상태에 존재하는 ‘면역학적 방화벽’이다. 바이러스가 숙주에 안착하려면 다양한 면역체계를 뚫어야 한다. 문제는 공장식 축산이 이런 ‘면역 방화벽’을 무너뜨린다는 점이다. 유전적으로 비슷한 동물 수만 마리가 밀폐 공간에 갇혀 있으면 병원체로선 마구잡이 공격이 가능하다. 언제든 새로운 숙주가 준비돼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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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는 주류 과학계에서 종간 감염에 대한 연구와 대응이 부실한 이유로 ‘자본의 포섭’을 꼽는다. 애그리비즈니스가 병원체의 종간 접촉면을 넓히고 신종 감염병의 동학을 만들어내는 것에 역학자들은 무기력하거나 눈을 감는다는 것이다. 코로나19의 기원을 야생 먹거리 시장에서 찾는 것도 전형적인 서구의 ‘오리엔탈리즘’이다. 기업과 정부, 심지어 대안농업 운동가들도 혐의에서 자유롭지 않다. 지은이는 생태적 농업의 가치 회복에서 희망을 찾는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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