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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세력’ 못 끊는 국민의힘 후보 찾기

당 내부에선 한가한 외모 저격에 비전 실종… 당 바깥에선 ‘극우 리스크’ 본격화
등록 2025-04-24 19:41 수정 2025-04-25 14:11
국민의힘 김문수·안철수·한동훈·홍준표 대선 경선 후보가 2025년 4월23일 서울 영등포구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후보자 선출을 위한 2차 경선 토론회 미디어데이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김문수·안철수·한동훈·홍준표 대선 경선 후보가 2025년 4월23일 서울 영등포구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후보자 선출을 위한 2차 경선 토론회 미디어데이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키높이 구두’와 ‘보정 속옷’까지 언급한 토론회 끝에 6·3 조기 대통령 선거 국민의힘 2차 경선 진출 후보 4명이 2025년 4월22일 확정됐다. 김문수, 안철수, 한동훈, 홍준표(가나다순) 후보다. 내란 우두머리를 배출한 정당에서 8명의 후보가 난립한 것도 모자라 경선 과정에서 눈과 귀를 어지럽히는 ‘혐오 개그’가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4월24~25일 일대일 맞수 토론을 거쳐 5월3일 후보를 확정하지만 이후에도 ‘한덕수 단일화’나 ‘반이재명 빅텐트’ 구상을 빌미로 계속 ‘흥행몰이’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찬탄·반탄’ 2:2 2차 경선 구도

“오늘 오기 전에 ‘청년의 꿈’에서 이거는 꼭 질문해보라고 해서 몇 가지 질문하겠다. 우선 키도 크신데 뭐 하러 키높이 구두를 신으십니까?”(홍준표 후보) “청년이 아닌 것 같으신데요. 그런 질문하시는 거 보면.”(한동훈 후보) “됐습니다. 그다음에 생머리냐 보정 속옷을 입었느냐 이런 질문은 유치해서 안 하겠습니다.”(홍준표 후보) “유치하시네요.”(한동훈 후보)

후보가 8명이나 되다보니 A와 B조로 나눠서 진행한 4월20일 국민의힘 1차 경선 토론회에서는 옹졸한 발언들이 쏟아졌다. 우선 홍준표-한동훈 후보 간의 외모 꾸미기 논쟁은 토론장 밖으로까지 이어졌다. 한동훈 후보 캠프 특보단장을 맡은 신지호 전 의원은 “눈썹 문신 1호 정치인이 이미지 정치를 비판할 자격이 있느냐. 경상도 상남자인 줄 알았는데 하남자다”라는 글을, 홍준표 후보는 “외모에 집착하고 셀카만 찍는 건 나르시시스트에 불과하다”는 저격 글을 각각 페이스북에 올렸다.

한쪽에서 독설을 날리는 사이, 다른 쪽에서는 허무 개그다. 김문수 후보에게 집요하게 인공지능(AI) 전략을 묻던 안철수 후보는 결국 “AI 잘 모르시죠?”라고 물었다. 김문수 후보는 “저는 지도자가 된다면 안철수 후보님께 반드시 (AI를) 물어보겠습니다”라는 말을 반복했다.

헌법재판소의 만장일치 대통령 탄핵 결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내란을 옹호하고 탄핵을 반대하는 입장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2차 경선 진출자 4명은 ‘내란 옹호, 탄핵 반대’ 후보가 2명(김문수·홍준표), ‘계엄 반대, 탄핵 찬성’ 후보가 2명(안철수·한동훈)인 구도다. 4월20일 토론회에서는 한동훈 후보가 “홍 후보님께서 12월3일 10시반에 당대표 입장이었으면 계엄을 막았겠습니까, 대통령 잘한다 하셨겠습니까?”라고 묻자 홍준표 후보는 “난 뭐 대구시장으로 있었는데 뭐. 가정을 해서 물어볼 건 없죠”라고 눙쳤다. 김문수 후보는 4월23일 와이티엔(YTN) 라디오에서 “이번 선거는 ‘탄핵에 찬성하냐 반대하냐’를 두고 치르는 선거가 아니”라고 했다.

국민의힘 1차 경선은 4월21~22일 이틀 동안 진행한 국민 여론조사를 100% 반영해 2차 경선 진출자를 선정했다. 조사 앞부분에서 참여자가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라고 밝히면 조사를 진행하지 않는 방식으로 ‘역선택’ 방지를 했다고 한다. 1차 경선의 순위와 득표수는 공개하지 않았다. 황우여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장은 4월22일 2차 경선 진출자를 발표하며 “그동안 한분 한분 자랑스러운 후보님들 아주 멋졌다”고 자평했다. 2차 경선은 일반 국민 여론조사와 당원 선거인단 투표가 50%씩 반영되며 4월27~28일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후보 2명이 5월3일 전당대회에서 맞붙어 최종 후보를 결정한다.

4월24일 전국지표조사(NBS) 발표 기준 4월 넷째 주 국민의힘 후보 적합도는 홍준표 14%, 한동훈 13%, 김문수 11%, 안철수 8% 순이고, 차기 대통령 적합도는 이재명 41%, 홍준표 10%, 김문수 10%, 한동훈 8%, 안철수 3%, 이준석 3% 순이었다. 정당 지지도는 더불어민주당 38%, 국민의힘 35%, 조국혁신당 5%, 개혁신당 2%, 진보당 1%, 태도 유보 18%였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고)

2025년 4월19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배의철·김계리 변호사와 함께 식사하는 모습. 김계리 변호사 페이스북 갈무리

2025년 4월19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배의철·김계리 변호사와 함께 식사하는 모습. 김계리 변호사 페이스북 갈무리


‘한덕수 단일화’ 카드 만지작

경선 토론장 밖에서는 언론 적대 발언이 이어졌다. 4월16일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회의원회관에서 이명주 뉴스타파 기자가 “국민의힘이 ‘국민께 죄송하다’ ‘끝까지 책임을 다하겠다’고 했는데 무엇이 죄송한 것이냐”고 묻자 “뉴스타파는 언론이 아니라 찌라시”라며 이 기자의 손목을 낚아채 수십 미터를 끌고 갔다. 같은 날 홍준표 후보는 정책 비전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뉴스타파 기자의 질문에 “됐어. 난 저기(언론사)는 답 안 해”라고 반말로 대꾸한 뒤 퇴장했다. 다음날 오마이뉴스 기자의 질문에는 “우리한테 적대적인 언론은 맨 마지막에 질문하세요”라고 호통치기도 했다.

국민의힘 바깥에서는 ‘윤석열과 극우 리스크’가 본격화하고 있다. 윤석열 변호인단 소속 배의철 변호사와 김계리 변호사는 최근 ‘윤어게인(YoonAgain) 신당’ 창당을 예고했다가 4시간 만에 보류하기도 했다. “계엄을 통해 계몽됐다”던 김 변호사는 4월19일 페이스북에 윤석열과 식사한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내 손으로 뽑은 나의 첫 대통령. 윤버지(윤+아버지)”라는 글과 함께였다. 광화문 극우 집회를 이끌어온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도 4월19일 “국민의힘 (경선 후보) 8명은 절대로 당선 안 시킨다. 우리 존재를 보여줄 것”이라며 대선에 나설 뜻을 밝혔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도 일찌감치 ‘부정선거 척결과 반국가세력 척결을 완수하겠다’며 출마 선언을 한 상태다.

이 와중에 미국과의 통상 협상을 서두르고 있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4월24일 국회에서 2025년도 추가경정예산안 시정연설을 통해 “지금 이 시각에도 세계 수십여 개 국가가 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추진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우리도 가능한 한 신속하게 협상에 돌입해 국익을 극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정연설 전 조국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 의원들은 한 대행을 향해 “여기는 당신이 올 자리가 아니다”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경선 후보 중에서도 한 권한대행과의 단일화에 부정적이었던 홍준표 후보는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당내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세력과, 한덕수 대행과도 함께 하겠다”고 입장을 바꿨다.

야권에서는 이러한 ‘국민의힘 후보 찾기’ 행보를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추미애 민주당 의원은 4월23일 국민의힘 경선이 “윤석열 떠받들기 시합을 벌이는 염치도 모르는 바퀴벌레판”이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황운하 조국혁신당 원내대표는 4월24일 “대선이 40일 남짓 남은 상황에서, 주제넘게도 미국이 요청한 관세 협상 자리에 협상 대표단을 파견했다”며 “내란대행 한덕수가 대통령 놀음에 빠져 허우적대더니 급기야 대한민국 외교·안보까지 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5월 초 각 당 본선 후보 확정

한밤중의 계엄과 대통령 탄핵으로 시작된 조기 대선은 이제 각 당이 후보를 확정해가며 본격 레이스에 돌입한다. 4월19일 진보당이 경선 끝에 김재연 상임대표를 대선 후보로 선출한 것을 시작으로 4월27일엔 민주당이 마지막 순회 경선인 강원·제주·수도권 합동연설회를 열어 대선 후보를 선출한다. 4월30일에는 사회대전환 연대회의가, 5월3일 국민의힘이 제21대 대통령 선거 후보를 확정한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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