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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취약하면 파시즘이 온다[새 책]

‘12·3 계엄 국면’ 다룬 계간지 봄호들
등록 2025-04-04 19:14 수정 2025-04-10 12:37


2024년 12월3일 계엄 이후 더디게 오는 봄 때문에 계간지들은 저마다 분주했다. 계간 ‘문화과학’(통권 제121호)은 2025년 봄호를 ‘내란, 광장정치’ 특집호로 만들었다. 이 잡지는 ‘12·3 계엄 국면’ 이후를 다루며 한국 민주주의의 구조적 취약성으로부터 비롯되는 파시즘적 가능성을 설명했다. 신진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계엄 주도 세력의 계획은 민주주의를 방어하는 여러 구조적 힘과 우연적 요소로 실패했지만, 민주주의에 도전하는 또 다른 구조적 힘과 우연적 요소에 의해 성공”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계간 ‘문학과사회’(제149호) 별책부록 ‘하이픈’은 ‘탄핵-일지’라는 제목으로 15명의 소설가, 시인, 문학평론가가 계엄과 광장에 관한 경험담과 사유를 펼친다. “복제 윤석열과 변종 윤석열은 예비되어 있다”는 김기태 소설가의 말은 앞서 언급한 신 교수의 말과 연결되며 암운을 드리운다. 출판사를 운영하는 서효인 시인은 “출판을 통제한다는 말에 내일부터 일을 할 수 없는 건가 싶었다”며 내란의 경험을 5·18과 엇갈아 기록했다. “앞서 죽은 자가 있어 오늘 산 자가 따른다. 그 따름 앞에 다시 만난 세계가 있으면 한다.”

‘역사로 돌아보는 12·3 계엄사태’를 특집으로 다룬 계간 ‘역사비평’(제150호)은 한국 현대사 속 계엄의 역사를 3개 국면으로 나눠 살핀다. 강성현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 소장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전후와 한국전쟁 당시 계엄을 다루며 계엄이 정치적 반대 세력을 억압하고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대량 폭력을 정당화하며 헌정 질서를 잠식하는 도구로 활용됐다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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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간과 동시에 한 달 동안 인터넷서점 알라딘 인문/사회 잡지 분야 판매 1위를 기록한 계간 ‘황해문화’(제126호)는 광장에서 낭송되거나 시위대 사이에서 독서모임 도서로 활용되기도 했다. 전성원 편집장은 “서점에서 재주문이 거듭 들어왔고 책을 더 찍어야 하나 고민할 정도로 큰 호응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 책은 시민 51명이 각자 겪은 내란과 광장의 현장을 담아 ‘우리가 꿈꾸는 새로운 세상’을 썼다. 진태원 편집주간은 “광장의 상호증언 연대”를 어떻게 지속적인 한국 민주주의의 동력으로 삼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헌법재판소의 선고는 2025년 3월을 넘겼다. 광장을 수놓은 시민들은 탄핵 선고가 끝이 아니라 시작이며 이젠 우리가 우리를 구할 차례라고 말했다.

 

이유진 선임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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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이 찜한 새 책


모성의 공동체
박현정 지음, 윤석남 그림, 연립서가 펴냄, 2만3천원

한국 페미니즘 미술 1세대 작가인 윤석남이 작업한 ‘여성 독립운동가’ 초상 연작. 여성 독립운동가의 궤적을 따라 작가 겸 출판인 박현정이 그들에게 전하는 편지글 형식으로 글을 썼다. 의병장 윤희순, 기생 김향화, 천황제에 반대한 아나키스트 가네코 후미코 등의 삶이 아름다운 만듦새의 책으로 되살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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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이 불탈 때
조엘 자스크 지음, 이채영 옮김, 필로소픽 펴냄, 1만8천원

생태 문제를 다뤄온 프랑스 철학자가 초대형 산불, ‘메가파이어’에 대한 진실을 파헤친다. 한쪽에선 단일림을 조성하는 등 숲을 철저하게 착취하면서 기후위기를 촉발했고, 다른 한편에서는 숲을 방임해 타기 좋은 물질이 축적되는 데 일조했다고 본다. 공생의 실천으로 ‘불의 문화’를 되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계급의 숨은 상처
리처드 세넷·조너선 코브 지음, 김병순 옮김, 문예출판사 펴냄, 1만8800원

“내 나이 여든 살, 계급 전사로서 나의 시대는 끝났다. 그러나 앞으로도 노동 계급의 진정한 적이 누구인지 정확하게 인식하는 계급 의식이 더욱 투철한 사회가 도래하기를, 나는 희망한다.” 리처드 세넷의 1972년작. 2023년 영국 버소 출판사에서 재출간된 것을 번역했다. 노동 계급의 의식과 감정을 파고든 고전.

 

 


청년이 시를 믿게 하였다
이훤 지음, 난다 펴냄, 1만5천원

미국 조지아공대에서 기계공학을 공부하고 시카고예술대학에서 사진을 공부한 이훤의 시와 산문. 영어와 한국어를 오가며 뉘앙스에 매료돼 시를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ㅂ니다’로 거듭되는 문장 자체가 겸손하고 다정하다. 시건 사진이건 일종의 번역이리라. 배우자 이슬아의 소설을 영어로 번역 중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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