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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큐레이터] “군인으로 죽고 싶다”던 변희수

등록 2021-03-06 09:29 수정 2021-03-06 09:45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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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트랜스젠더라고 밝힌 직업군인 변희수 전 하사가 세상을 떠났다. 교사이자 정치인이던 성소수자 김기홍씨가 생을 마감한 지 일주일 만에 들린 부고다.

변 전 하사는 의료 목적의 국외 휴가 승인을 얻어 성전환수술을 하고 돌아왔다. 이는 육군참모총장에게 한 대면 보고였다. 그가 소속된 여단장과 군단장은 그의 복무를 지지했고 계속 복무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수술을 마치고 돌아온 그는 군인으로 복무할 수 없는 심신장애 3급 판정을 받았다. 이에 변 전 하사는 법원 성별 정정 결정 이후에 전역심사를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육군은 거절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전역심사위원회 연기를 육군참모총장에게 권고했으나, 육군은 이 또한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과는 강제 전역이었다.

군인의 꿈을 안고 부사관 특성화고등학교에 진학한 뒤 복무 생활을 하던 그에게 강제 전역은 집을 잃고, 일을 잃고, 동료를 잃은 것과 같다. 하루아침에 ‘민간인’이 된 그에게 군대 밖 세상은 지독히도 낯설고 차가운 곳이었을 것이다. 박한희 변호사는 “많은 트랜스젠더는 사진과 성별이 달라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거나, 트랜스젠더임이 알려지면 탈락을 면치 못한다”고 말했다. 유엔 인권이사회 전문가들은 “변 전 하사의 전역은 일할 권리와 성정체성에 기초한 차별을 금지하는 국제인권법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정부에 서한을 보냈다.

변 전 하사의 죽음을 두고 육군 관계자는 “민간인 사망 소식에 따로 입장 낼 것이 없다”는 말을 했다고 전해진다. “죽더라도 군인으로 죽고 싶다”던 그의 바람을 군은 늦었지만 지켜줘야 한다. 그의 명예 회복을 위한 조처로 강제 전역을 취소해야 한다. 그리고 최고의 예우를 갖춰 장례를 지원해야 한다. “소수자를 배척하지 않고 그들까지 포용한다면 더 나은, 전투력 있는 국군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유지를 받들어야 할 것이다. 참고로 변희수 전 하사 복무 당시 육군참모총장은 현재 국방부 장관 서욱이다.

임경지 학생, 연구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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