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즐겨 부르던 노랫말이었지만 이젠 많은 이에게 기억하고 싶지 않은 가사가 돼버린 곡이 있다. 교학사 초등학교 음악 교과서에 실려 초등학생들이 불렀던 노래 이야기다. 25년 전 만들어져 지금도 유튜브 콘텐츠로 꾸준히 재생되는 동요 <아기다람쥐 또미>의 작사가 한예찬(53)씨가 아동을 대상으로 성추행을 저지른 혐의가 있음이 알려지면서, 세상이 발칵 뒤집혔다. 구독자가 140만 명 이상인 한 동요 유튜브 채널은 사건이 알려지자마자 곧바로 문제가 된 동요 콘텐츠를 사이트에서 비공개 처리했다.
한씨는 자신이 직접 가르쳐온 초등학생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돼 2년6개월간 재판받았고, 2020년 12월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한씨에게 징역형을 선고하며 “교육적으로 순응하기 쉬운 초등학생을 상대로 뽀뽀나, 입에 혀를 넣고 포옹하는 것에 피해자의 동의가 있다고 보는 것은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한씨는 1심 판결을 받아들이지 않고 항소했고, 검찰 역시 형량이 적다고 보고 항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작사가뿐만 아니라 동화작가로도 활동해왔다. ‘서연이 시리즈’ 등 어린이용 판타지 만화와 성교육 도서를 써온 작가이기에 충격은 크다. 그가 써온 동화 내용 역시 문제적이라는 지적이 한발 늦게 쏟아진다. 그가 낸 시리즈 중 일부가 아이로 돌아간 성인과 미성년자의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사건이 알려지자 한씨의 책을 펴내던 출판사는 재빠르게 조처에 들어갔다. 2월15일 대형 서점에서 한씨의 책을 모두 회수하고 판매를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도서관에서도 회수와 열람 제한이 시작됐다. 국립중앙도서관,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서울시교육청 소속 16개 어린이도서관도 15일부터 열람과 대출을 모두 막았다. 그의 책은 더 이상 널리 읽히지 않고, 노래 역시 예전만큼 자주 불리지 않고 잊힐지 모른다. 하지만 아동을 대상으로 콘텐츠를 제작하던 이가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은 잊히지 않고 뼈아프게 남아 있다.
천다민 유튜브 <채널수북> 운영자
관심분야 - 문화, 영화, 부귀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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