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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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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대 변이 바이러스, 코로나19 2라운드

영국발 변이 28개국 확산… 백신 본격 보급 2021년이 고비
등록 2021-01-01 20:21 수정 2021-01-03 10:13
2020년 12월22일 영국 동남부 켄트주 램즈게이트의 국제공항에 대형 화물트럭들이 발이 묶인 채 늘어서 있다. 앞서 한 달 전께부터 이 지역을 중심으로 기존 코로나바이러스보다 감염력이 70%나 센 변이 바이러스가 세계 전역으로 급속히 확산하면서 프랑스 등 유럽 인접국들이 잇따라 영국과의 국경을 닫아걸고 있다. AFP 연합뉴스

2020년 12월22일 영국 동남부 켄트주 램즈게이트의 국제공항에 대형 화물트럭들이 발이 묶인 채 늘어서 있다. 앞서 한 달 전께부터 이 지역을 중심으로 기존 코로나바이러스보다 감염력이 70%나 센 변이 바이러스가 세계 전역으로 급속히 확산하면서 프랑스 등 유럽 인접국들이 잇따라 영국과의 국경을 닫아걸고 있다. AFP 연합뉴스

꼭 1년이 지났다. 2019년 12월31일, 중국 허베이성 우한의 보건 당국이 세계보건기구(WHO)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발병 사실을 공식 보고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명명된 전염병 대확산의 서막이었다.

2020년 1월 중국은 인구 1100만 명의 대도시 우한을 석 달 가까이 통째로 봉쇄했고, 3월 말에는 13억 인구의 인도가 두 달 동안이나 필수 인력을 뺀 전 국민의 집 밖 출입을 금지했다. 유럽, 중동, 미국 등 거의 모든 나라가 잇따라 빗장을 걸어 잠갔다. 그럼에도 코로나바이러스는 불과 100여 일 만에 세계 152개국으로 퍼졌다. 2020년 3월 중순 WHO는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했다. 1948년 창설 이후 세 번째다.

목숨값은 나라마다 다르다

사태 초기에 일부 전문가는 “코로나19 대유행이 길게는 1년까지 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망은 현실이 됐다. 2020년 12월31일 현재, 전세계 누적 확진자 수는 8250만 명을 넘어섰고, 180만 명이 숨졌다. 불과 1년 새 바이러스가 앗아간 목숨이 대량살상이 난무했던 한국전쟁 3년 동안 교전국 군인과 민간인 사망자를 모두 합친 수(약 137만 명)를 훨씬 웃돈다. 확진자 수는 미국이 약 2천만 명으로 가장 많다. 국민 17명 중 1명꼴이다. 인도(약 1천만 명), 브라질(약 750만 명), 러시아(약 310만 명)가 뒤를 잇는다. 유럽 상황도 여전히 심각하다. 감염병 확산 차단을 위해 공연과 스포츠 경기는 물론 종교 행사와 일상적인 모임조차 통제받는 ‘집콕 생활’이 길어지면서 ‘코로나 블루’(코로나19 지속에 따른 우울증)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2020년은 코로나19로 시작해 코로나19로 막을 내린, 말 그대로 우울한 한 해였다.

2021년 새해에는 희망을 되찾을 수 있을까? 그동안 전세계 보건의료 전문가와 제약회사들은 백신 개발과 임상 시험을 통한 안전성 확립에 전력을 기울였다. 의료 전문가들은 백신 보급이 대중화하면 코로나19 급증세도 꺾일 것으로 기대한다. 2020년 12월 초부터는 영국을 시작으로 미국, 유럽연합(EU), 브라질, 인도, 멕시코, 아르헨티나 등 사태가 심각한 나라들부터 백신 긴급사용 승인과 접종이 본격화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12월28일 현재 미국에서만 약 210만 명이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것으로 집계했다.

각국 정치 지도자와 보건 책임자들이 백신을 먼저 공개 접종하는 사례도 눈길을 끈다. 백신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높이고 접종을 독려하기 위해서다. 미국에선 조 바이든, 카멀라 해리스 정부통령 당선자와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이 보란 듯이 시범 접종을 했다. 안드레이 바비시 총리(체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이스라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사우디아라비아)도 자국에서 맨 먼저 코로나19 백신을 맞았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등 서구 강대국 최고 지도자들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가 완치된 덕분에 백신 접종이 필요 없다는 사실도 코로나 시대의 진풍경이다.

나라마다 백신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인류 공동의 질병 재난 사태 앞에서 사람 목숨의 값어치는 소속 국가에 따라 달랐다. 미국을 비롯해 몇몇 부유한 나라는 백신이 개발되기도 전에 대량 입도선매에 나섰다. 반면 가난한 약소국들에 백신은 ‘먼 나라 이야기’다.

12월15일 미국 <뉴욕타임스>가 듀크대학과 유니세프(UNICEF) 등이 수집한 백신 계약 자료를 분석한 보도에 따르면, EU는 인구의 2.5배, 영국과 미국은 4배 이상, 캐나다는 무려 6배 분량의 백신(1회 접종 기준)을 확보했다. 한국도 백신 확보 물량 순위에서 12위에 올라 상위권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신문은 WHO와 미국 빌게이츠재단이 후원하는 비영리 자선기구들이 지구적 ‘백신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92개 빈곤국과 개발도상국에 지원할 최소 10억 회 투약 분량의 백신을 확보하기 위해 나섰다고 보도했다.

코로나바이러스와의 전쟁에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긴 것도 주목된다.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VUI–202012/01)의 출현과 확산이다. 기존 바이러스보다 전파력이 최대 70%까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9월 영국 동남부 지역에서 처음 확인된 이 변이 바이러스는 12월 말 현재 유럽을 넘어 중동과 아프리카, 북미, 아시아까지 급속하게 퍼지고 있다. 12월29일 현재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의 발생 또는 유입이 확인된 나라는 한국을 비롯해 28개국에 이른다.

변이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 발생국

변이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 발생국

기존 바이러스보다 전파력 70% 강해

바이러스는 유전정보를 저장한 핵산(DNA 또는 RNA)과 그 외피인 단백질막, 두 가지로만 구성된 극히 단순한 생명물질이다. 최소한의 세포 구조(단세포)도 갖추지 못한데다, 숙주에 기생하지 않고는 독자 생존할 수 없다는 점에서 생명체가 아니라는 견해도 많다. 코로나바이러스의 유전체 구조는 RNA형이다. DNA가 마치 밧줄처럼 이중나선형 구조로 꼬여 튼튼한 것과 달리, RNA는 단선 가닥이다. 유전정보 복제와 전달 과정에서 일종의 ‘불량품’이 발생할 확률이 크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유난히 변종, 변이가 많은 이유다. 영국발 코로나바이러스 변이종이 우려를 낳는 이유는 바이러스가 숙주세포에 침입하는 도구인 돌기(스파이크 단백질)에서 돌연변이가 발생해, 기존 바이러스보다 침투력이 훨씬 강력해졌기 때문이다.

이 변이 바이러스가 빠른 속도로 기존 바이러스를 대체해 확산하는 추세도 주목된다. 12월20일 영국 국립통계청은 11월 런던에서 신규 확진자의 4분의 1이 변이 바이러스 감염자였으며, 12월 중순 이 수치는 거의 3분의 2 수준으로 치솟았다고 발표했다.

이제 세계의 관심은 막 보급되기 시작한 백신이 변이 바이러스에도 작용할지 여부다. 전문가들은 “거의 확실히 그렇다” 또는 “최소한 현 단계에선 그렇다”는 쪽에 무게를 싣는다. 백신은 인체 면역체계가 외부에서 침입한 바이러스의 여러 부분을 동시다발로 공격하도록 작동하므로, 코로나바이러스 변이가 미미한 정도라면 백신은 여전히 효력을 보일 것이란 근거에서다. 다행히 아직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가 독성이 더 강하다거나 치명률이 높다는 증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변이 맞춰 백신 수정 쉽다” 전망

그러나 마냥 안심할 순 없다. 영국의 바이러스 전문가인 라비 굽타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공영방송 에 나와 “코로나바이러스가 더 많은 돌연변이를 일으킨다면 우려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는 잠정적으로 백신 회피를 향한 첫 단계를 밟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데이비드 로버트슨 글래스고대 교수는 “(코로나바이러스는) 독감과 비슷한데, 우리는 그에 맞춰 독감 백신을 정기적으로 업데이트할 필요가 있다”며 “다행히도 우리가 현재 가진 코로나19 백신들은 (바이러스 변이에 대응한) 효능 수정이 매우 쉽다”고 말했다. 백신이냐 변이냐? 2021년은 인류와 코로나바이러스가 각각 새로운 무기로 결전을 벌이는 해가 될 전망이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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