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신문>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아시타비(我是他非·내로남불)를 선정했다.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뜻에 대응하는 한자를 합쳐 고안된 신규 성어다. 흔히 역지사지가 이뤄지지 않고 특히 자신에게 관대한 이중잣대를 비판할 때 쓰인다. 2001년부터 <교수신문>은 주요 독자인 교수들의 설문조사로 사자성어를 선정해왔다. 역대 주요 사자성어로는 2016년 사상 초유 대통령 탄핵과 2017년 이르게 치러지는 대선을 앞두고 각각 군주민수(君舟民水·임금은 배, 백성은 물), 파사헌정(破邪顯正·사악한 것을 부수고 생각을 바르게 함)이 있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1186명에게 물었다. 그들이 선택한 사자성어는 무엇일까. 바로 우환질고(憂患疾苦)다. 근심, 걱정, 질병, 고생을 모두 아우르는 말로 2020년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몹시 힘들고 어렵다는 뜻의 간난신고(艱難辛苦)에 이어 근소한 차이로 3위를 기록한 사자성어는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온갖 고생을 견뎌내며 부지런히 노력한다는 뜻을 가진 각고면려(刻苦勉勵). 뜻하지 않은 위기 속에서도 묵묵히 제 몫을 하며 살아온 시민들의 일상을 떠올리게 한다. 아시타비의 선정 이유인 ‘일부 정치인, 지식인, 언론인들의 소모적인 정쟁과 건설적인 문제 해결을 등한시하는 모습’과는 대비된다.
5명 미만 사업장을 운영하는 소상공인들은 거주양난(去住兩難·가야 할지 머물러야 할지 결정하기 어려운 상황)을 선택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300개 중소기업을 설문조사한 결과다.
일부 교육청과 지방자치단체는 사자성어를 통해 교육도청, 도정, 시정 운영 방향을 제시한다. 김병우 충북교육감은 코로나19로 달라진 교육 환경을 강조하며 승풍파랑(乘風破浪·바람을 타고 물결을 헤치고 나가 원대한 포부를 이룸)을, 송하진 전북도지사는 영정치원(寧靜致遠·안정되고 평안해야 멀리까지 이룰 수 있다)을, 은수미 경기도 성남시장은 성남의 뿌리가 되는 광주 대단지 사건 50주년을 기억하고 앞으로 50년을 내다보는 성남시로 도약하는 한 해를 만들자며 원견명찰(遠見明察·멀리 보고 밝게 살핌)을 꼽았다.
유난히 슬픔과 아픔 그리고 혼란이 많았던 한 해를 갈무리하며 당신만의 사자성어를 선정해보면 어떨까. 혹은 새해 다짐 차원에서도. 우선 필자는 부작용 없는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를 기원하며 ‘코로나뿅’을 제시해본다.
임경지 학생, 연구활동가
관심분야 - 주거,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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