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1일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재판장 조미연)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직무정지 명령이 위법·부당하다며 낸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번 결정은 수개월간 지속된 추 장관과 윤 총장의 대립 속에 나온 법원의 첫 판단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9쪽짜리 결정문에서 재판부는 형사소송법·국회법·검찰청법과 대법원 판례를 인용하며 ‘검찰의 독립성’과 ‘민주적 통제’가 양립할 방안을 제시했다.
먼저 재판부는 검찰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 보장이 법률로 보장돼 있음을 분명히 밝혔다. 검사의 수사권(제195조)과 지휘권(제196조), 공소권(제246조)을 규정한 형사소송법을 나열하며 “대한민국의 법체계는 검사에게 수사와 공소의 제기 및 수행 업무에 관해 강력한 권한을 부여”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검찰총장 임기를 2년으로 보장(제12조)하고, 법무부 장관이 구체적 사건에서는 검찰총장만 지휘·감독(제8조)하도록 규정한 검찰청법을 언급하며, “검사에 부여된 막중한 권한이 공정하게 행사되도록 검사의 수사와 공소의 제기 및 유지 권한은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행정부, 특히 검찰청이 소속된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최대한 간섭받지 않고 행사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다”고 했다.
검찰청이 법무부에 속한 행정기관임에도 복종만이 아니라 독립성을 보장받은 이유를 재판부는 이렇게 판단했다. “검찰총장이 법무부 장관의 지휘·감독권에 맹종할 경우 검사들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은 유지될 수 없다. 입법자는 검찰총장으로 하여금 부당한 정치권력에 휘둘리지 않도록 임명 전에 국회의 인사청문회를 통해 철저히 검증하고 일단 임명되고 나면 소신껏 일할 수 있도록 보장했다.”
또한 재판부는 검찰의 위험성을 지적하며 선출된 권력의 민주적 통제가 필요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검찰이 그 독립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다보면 검찰 스스로 정치적 중립성과 공정성을 잃게 될 위험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통령은 국민에 의해 직접선거로 선출된 국정운영의 대표자라는 점에서, 법무부 장관은 그러한 대통령의 위임을 받은 자라는 점에서 검찰에 대한 지시와 명령은 민주적 정당성을 갖는다.”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 인사제청권과 더불어 지휘·감독권을 갖는 것을 민주적 통제 장치의 사례로 들었다. 그래도 결론은 명료했다. “법무부 장관의 검찰, 특히 검찰총장에 대한 구체적인 지휘·감독권의 행사는 법질서 수호와 인권 보호, 민주적 통제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최소한에 그칠 필요가 있다.”
결국 추 장관이 윤 총장의 직무를 정지한 것이 ‘필요최소한의 민주적 통제 장치’였는지가 쟁점이 됐다. 추 장관은 윤 총장에 대한 직무정지의 권한이 ‘재량행위’라고 주장하지만 재판부는 4가지 근거를 들어 받아들이지 않았다. 첫째, “검찰총장은 대통령에 의해 임명되고 그 임명 과정에서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해 검증이 이뤄지는 것을 고려하면, 그(직무정지) 필요성을 더욱 숙고해야 한다”. 둘째, “검찰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검찰총장의 임기를 2년 단임으로 정한 검찰청법 등 관련 법령의 취지를 몰각하는 것”이다. 셋째, “직무집행정지가 이뤄질 경우 검찰 업무 수행에 지장과 혼란이 발생한다”. 넷째, 윤 총장과 추 장관은 이 사건 징계 사유의 존부에 관해 매우 치열하게 대립해 “방어권 부여 등 절차를 거쳐 충분히 심리한 뒤 (직무집행정지가) 이뤄지는 게 합당하다”.
법원의 결정 직후 윤 총장은 대검찰청으로 출근해 업무에 복귀했다.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는 12월10일에 열린다. 해임·면직 같은 중징계가 내려지면 윤 총장은 다시 행정소송을 낼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공은 다시 법원으로 넘어갈 것이다.
신지민 기자 godji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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