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씨네21 누리집 갈무리
부산의 한 조선 회사를 6년 다닌 A(32)씨는 최근 개봉한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을 보고 한숨이 나왔다. 극 중 1990년대를 재연한 모습이 2020년에도 다를 바 없었기 때문이다. A씨는 6년 동안 회사에 다니며 하루도 빠짐없이 치마 유니폼을 입었다. 바지 유니폼을 만들어달라 제안했지만 반역자 취급을 당했다. 남자 직원은 배에 타야 해서 작업복이 필요하다지만 사무직 여성은 왜 입어야 했을까? 이유를 묻자 회사에서 “외부 손님을 응대해야 해서”라는 말을 들었다.
“회사에 여자가 몇 명인데 화분이 시드냐?” 팀장은 매주 성차별적 발언을 하지만 여직원들은 따질 곳도 없었다. 그곳은 중년 남성이 회사 내에서 담배를 피워도 뭐라 못하는 지방 회사였고, 회식 땐 여직원만을 대상으로 장기자랑을 지시했으며, 잘한다는 의미로 여직원의 손에 1만원을 쥐여주는 곳이기 때문이다. 결국 A씨는 못 견디고 나왔지만, 지방엔 이런 곳이 한둘이 아니라고 했다.
서울의 커리어우먼은 어떨까? 2000:1 경쟁률을 뚫고 지상파 방송사에 입사한 B(29)씨는 선배가 성차별적 발언을 할 때마다 받아 적은 노트가 있다고 했다. 위로와 응원을 담아 황선우 작가의 칼럼 ‘일 욕심 많은 여성들이여, 이제 더 높은 곳에서 만납시다’라는 글을 보내며 ‘국장도 되고, 사장도 되세요’ 하자 B씨는 자신의 목표는 ‘저 선배’라며, ‘능력 출중하지 않아도 롱런하는 평범한 남직원 같은 여자가 되겠다’고 했다. ‘저 선배보단 내가 나으니까 더 오래가겠다’의 ‘저 선배’가 될 거라고.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그럼에도 희망이 있는 건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같은 영화가 나오고 이런 이야기를 주간지에 실을 수 있다는 것 아닐까? 아이 캔 두 잇, 유 캔 두잇, 위 캔 두잇이다.
정성은 콘텐츠 제작사 ‘비디오편의점’ 대표PD
관심분야 - 웃기고 슬픈 세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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