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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큐레이터] 다쳐도 아무도 책임 안 져요

등록 2020-10-24 10:36 수정 2020-10-24 18:55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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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죽어간다. 과로로 죽어간다. 혹여나 과로사 하더라도 회사엔 책임이 없다고 사인하고 죽어간다.

“본인의 의사에 따라 산업재해보상보험 적용제외 신청서를 직접 작성하고 서명 날인합니다.”

10월8일 택배 배송 중 사망한 CJ대한통운 소속 택배노동자 김원종씨가 9월 자필로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서’에 적힌 문구다. 하지만 대행사인 회계법인이 대필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반근로자는 사업주가 산재보험료 100%를 납부한다. 하지만 택배기사 같은 특수형태고용종사자는 산재보험료를 사업주가 50%, 특고종사자가 50% 납부한다. 사업주 입장에서는 적용제외 신청을 하면 산재보험료 50%를 내지 않아도 되니까 특고종사자에게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서를 제출하도록 강요하거나, 서로 돈 내지 말자고 설득해 적용제외 신청서를 내게 하는 게 관행이다.

“아빠는 레미콘 운전일을 하고 계시는데 얼마 전 현장에서 사고를 당했습니다. 넘어지지 않으려고 무언가를 짚었는데 레미콘 돌아가는 통이었고, 오른쪽 엄지손가락이 빨려 들어갔습니다. 치료를 받고 앞으로 살아가려면 산재처리가 되어야 할 것 같은데, 아빠가 하고 계신 일이 특수형태근로인데 어차피 건설사들은 산재처리 안 해주려는 게 다반사여서 적용제외 신청을 하였다고 합니다. 건설사에 물어보니 아빠 회사랑 얘기하라고만 하네요.” 2019년 6월 지식인에 비공개로 올라온 질문이다.

‘보험 적용’을 강제하는 제도가 있었더라면, 올해 과로로 숨진 택배노동자들과, 지금도 현장에서 다치고 있는 노동자들이 좀더 나은 환경에서 보상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죽음에 대한 보상을 뛰어넘어 죽지 않게 해달라. 정치권이 뒤늦게 특고노동자 보호를 위해 움직이고 있다.

정성은 콘텐츠 제작사 ‘비디오편의점’ 대표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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