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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레이터] 20대 못 이룬 1호 법안

등록 2020-04-25 14:12 수정 2020-05-03 04:29
한겨레 김봉규 선임기자

한겨레 김봉규 선임기자

시작은 ‘험지쓰’였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 수도권 험지 출신 모임인 ‘험지쓰’는 2016년 구성된 모임으로, 이 모임 소속 의원들의 지역구는 서울 강남, 서초, 송파, 마포, 양천을 비롯해 경기도 성남 분당 등 주로 고가 아파트가 밀집된 곳들이다. 이들은 줄기차게 1가구 1주택자에 한해 주택담보비율과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완화를 핵심적으로 요구하며 정부의 부동산 규제 대책과 대비되는 주장을 펼쳐왔다. 총선 막바지에 이르러서는 이인영 원내대표와 이낙연 전 국무총리까지 종부세 완화에 합세해 이들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험지쓰’가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과 정면 충돌하면서까지 놓치고 싶지 않던 유권자는 누구일까. 이들이 한목소리로 보호해야 한다고 외친 사람들은 바로 ‘실수요자’다. 실제 거주 목적으로 주택을 사려는 사람에게는 정부가 규제를 완화하고 주택을 살 수 있도록 더욱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 기저에 깔린 핵심 전제다. 험지쓰 의원들이 생각하는 ‘주거안정’이란 ‘내 집 마련’으로 일컫는 자가 소유이고, 이것이 주거정책의 목표가 돼야 한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이들의 바람만큼이나 집을 구입하는 것이 쉽다면 좋으련만 부동산 시장은 실수요자만을 위한 외딴섬처럼 존재하지 않는다. 실거주 목적으로 집을 사려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특히 험지쓰와 같이 고가 주택이 밀집한 지역의 주택 수요가 증가할수록 주택가격은 상승 압력을 더욱 강하게 받고 이런 연쇄작용은 높은 집값을 유지하는 동력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주거정책의 목표가 곧 ‘내 집 마련’으로 귀결되는 순간, 주거정책은 소득을 훨씬 웃도는 집값을 감당할 수 있는 주택금융을 중심으로 설계된다. 2008년 전세계를 덮친 금융위기, 그리고 코로나 팬데믹과 같이 전 지구적인 재난 속에 불확실성이 높은 주택금융에 의존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위험할 뿐만 아니라 시한폭탄을 다음 세대에 계속 전가하는 일이다.

모든 사람이 원하는 집에 살고, 그 집에서 쾌적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은 주택 소유 여부와 상관없어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나라를 비롯해 모든 나라는 세입자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주택임대차보호법과 유관 정책을 만드는 것이다. 4년 전, 20대 국회 더불어민주당의 1호 발의 법안은 세입자가 원한다면 한 번 더 주택임대차계약을 연장할 수 있는 계약갱신청구권이 담긴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국회 때 못 이룬 1호 법안의 통과, 이번에는 꼭 이루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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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지 학생, 연구활동가
관심분야 - 주거, 도시




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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