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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의 나날들

등록 2020-04-04 16:24 수정 2020-05-03 04:29
한겨레 김혜윤 기자

한겨레 김혜윤 기자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이다. 각 대학 온라인 강의의 혼란과는 비교 불가일 것이다. 세상 걱정이 직업이다보니 노트북 등 장비를 갖추지 못한 저소득층 가정은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의문이 생긴다. 다행히 저소득층에 태블릿PC 등 스마트 기기를 지원한다고 한다.

일부 관료는 저소득층 가정이라도 스마트폰 정도는 갖고 있지 않으냐는 인식을 내비쳤다. 서울시가 밝힌 바에 따르면, 컴퓨터나 스마트 기기를 갖춘 저소득층 가정도 많다고 한다. 하지만 지방의 상황은 어떨까? 지방에 거주하는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은 코로나19 발생 이전에 이미 소외돼 있었던 게 아니었는지, 걱정이다.

기기를 지원해도 걱정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와이파이 등 연결망 문제는 없을까? 통신3사가 데이터 무상 제공에 나선다고 하고, 정부 역시 교육방송 데이터 이용액 모두 감면해준다고 하니 그나마 안심이다. 서울시와 정부가 지원한다는 노트북과 스마트 기기에 LTE 모뎀 등이 제대로 탑재돼 있길 기대한다.

이 정도면 정부도 촘촘한 정책적 방역망을 만들기 위해 나름 노력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어딘가 있을지 모를 사각지대를 찾아내고 해소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불안을 계속 말하는 이유는 이미 소상공인 대출 지원 등의 과정이 만족스럽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다시 진영을 넘어 보수야당 선거 지원에 나선 김종인 미래통합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무슨 대책이라고 계속 발표하는데 혜택을 봤다는 사람은 없다”고 했다. 전적으로 맞는 얘기는 아니지만 뭐라고 반론하기도 쉽지 않다.

물론 그도 믿음직하지 못한 건 마찬가지다. 김종인 위원장은 ‘100조원’을 말했지만, 선거 끝나고 국회를 소집해 본예산의 항목을 바꾸는 방식으로 소득보전 재원을 확보하자는 건 당분간 돈 쓰지 말자는 거나 다름없다. 이런 비판을 의식해서인지 국회 소집이라는 대목은 곧 대통령의 긴급재정명령권 발동으로 바뀌었다.

보수야당의 못 미더운 점은 이러면서도 다른 데선 돈 쓰는 일의 위험성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박형준 미래통합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정부와 여당을 향해 “돈풀기에 급급하다” “매표 욕망을 드러내고 있다”면서 재정건전성을 해치지 않는 방법으로 경제를 살리는 능력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을 정확히 하지 못하는 정부를 비판하기 위해 꺼낸 말이겠지만, 돈을 풀자는 건지 말자는 건지 헛갈리는 건 어쩔 수 없다.

재난 대책도 결국 자기 유리할 대로만 쓰는 것은 현대 정치의 숙명일지도 모르겠다. ‘사학 스캔들’ 재점화로 위기에 몰린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코로나19 대응을 사임 거부 논리로 활용한다고 한다. 정치적 변덕에 방역 대책을 종속시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비슷한 행동을 거듭하고 있다.

외국의 이런 사례는 기득권 체제 유지를 위해 방역 대책을 희생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세계가 한국의 대응을 칭찬하는 이유는, 방역에 실패하지 않으면서도 체제 유지 방법을 찾은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체제를 바꿔야 근본적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고 믿지만, 한편으로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했으면 하는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일 수 있지만 그 실패조차 감당할 준비가 안 돼 있다는 게 우리의 가장 큰 문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김민하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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