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깝지만 예상했던 결론이라 당황스럽지는 않다. 오히려 조폭 연루, 스캔들, 일베, 트위터 계정주 사건 등 온갖 음해가 허구임이 밝혀진 것에 감사한다.”
검찰이 결국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법정에 세운다. 경기도 수원지검 성남지청과 수원지검 공안부는 12월11일 경찰이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친형 강제 입원 시도, 검사 사칭 누명 주장, 성남 대장동 개발 업적 과장 등 세 가지 의혹에 혐의가 있다고 보고 기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전·현직 대통령을 비방한 트위터 계정(@08__hkkim)의 소유주로 지목돼 수사를 받아온 이 지사의 부인 김혜경씨에 대해서는 증거 부족을 이유로 불기소 처분했다. 이른바 ‘혜경궁 김씨’ 사건은 진실을 알 수 없게 됐다. 검찰은 배우 김부선씨와의 스캔들 의혹과 조폭 연루설도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이 지사는 가장 논란이 뜨거웠던 트위터 사건과 스캔들 의혹을 벗게 돼 치명타는 피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이 지사에게 적용한 세 혐의 중 ‘뇌관’은 직권남용이다. 이 지사가 성남시장 재직 중이던 2012년 4~8월께 악성 민원을 반복해서 제기하는 친형(이재선씨·사망)을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시키기 위해 공무원들에게 반복적 지시를 한 것이 직권남용에 해당한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이 지사 쪽은 “친형이 2002년부터 정신질환을 앓았고, 가족과 시민·공무원들에게 위해를 가해 시장 자격으로 관련법(정신보건법)에 따라 강제 입원을 시도하다 중단했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검찰은 “공무원들에게 강제 입원을 위한 문건 작성과 공문서 기안 등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것’ 자체가 범죄”라고 본다.
현행 형법은 직권남용에 대해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린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장은 일반 범죄로 금고 이상의 형을 받거나 선거법 위반죄로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직을 내려놔야 한다.
검찰은 이 지사가 지난 5월29일 경기도지사 후보 방송토론회에서 이런 사실 자체를 부인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을 유포했다고 보고 있다. 이 지사는 직권남용 혐의를 벗어야 ‘강제 입원을 지시한 적이 없다’는 발언의 선거법 위반 혐의도 벗을 수 있다.
이 지사는 검찰의 이러한 결정이 보도된 뒤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당의 단합을 위해 필요할 때까지 모든 당직을 내려놓고 평당원으로 돌아가 당원의 의무에만 충실하겠다. 당의 단합을 위해 백의종군하겠다”고 밝혔다. 이 지사는 더불어민주당 당헌에 따라 광역단체장으로서 당연직인 ‘당무위원‘을 맡고 있었다.
이 지사는 이렇게 당직을 내려놓음으로써 당의 징계를 피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12월12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지사가 ‘당을 위해 백의종군하고, 재판이 끝날 때까지 모든 당직을 내려놓겠다’고 (오늘) 페이스북 글을 쓰면서 저에게도 전화했다. 당원이 일치단결해 당이 분열하지 않도록 마음을 모아주길 바란다. 재판 과정을 지켜보겠다”고 했다.
김영환 바른미래당 전 경기도지사 후보는 검찰이 이 지사의 부인 김씨를 불기소한 것에 대해 재정신청을 냈다. 재정신청은 검찰의 불기소 처분의 적절성에 대해 법원에 심사를 요청하는 제도다.
이재호 기자 ph@hani.co.kr블라블라/ ‘인류세’의 새로운 기준 ‘치킨’
먼 훗날 닭뼈를 주우리
‘치킨게임’은 겁쟁이 게임이다. 제임스 딘이 출연한 에서 보듯 차를 타고 절벽으로 돌진하다 먼저 운전대를 돌리는 사람이 ‘치킨’이 된다. 경제학에서 ‘치킨게임’은 두 기업이 다 생존할 수 없는 시장 상황에서 한 치 양보 없는 경쟁을 벌일 때 쓴다. 한국 곳곳은 치킨집 ‘치킨게임’의 절벽이다.
불수능의 미래가 ‘치킨게임’이라서다. 고등학교에서 문과를 가든 이과를 가든 결국은 치킨집을 하게 된다는 ‘치킨집 수렴의 법칙’(문과 선택-경영대 진학-취직-명퇴-치킨집 창업, 이과 선택-공대 진학-취직-명퇴-치킨집 창업)에서 보듯 프랜차이즈 4곳 중 한 곳은 치킨집이다.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창업 기업의 40.2%는 1년 내에 폐업하고, 2년 후 53.7%, 5년 만에 폐업률은 69.1%(2016년)에 이른다. 2017년 하반기 자영업 폐업률(2.5%)이 창업률(2.1%)을 앞질렀다. 치킨게임을 벗어나기 위해 자영업자들은 다른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이 택시였다. 이 포화된 시장에 일반차량의 택시업을 허용하는 ‘카풀’도 뛰어들었고 택시업자들은 한발 물러나면 낭떠러지인 듯 시위를 벌인다.
최근 ‘치킨’이 ‘인류세’를 정의하는 ‘지표화석’의 유력한 후보라는 주장이 나왔다. 캐리스 베넷 영국 레스터대 지질학자 등 연구진의 ‘왕립학회 공개 과학’ 논문에서다. 이전에는 지표화석으로 ‘생물’이 아닌 방사성 물질,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플라스틱과 콘크리트가 제기됐다. ‘인류세’란 홀로세(현세) 중 인류가 지구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친 시점(대략 제2차 세계대전 뒤)을 지질시대 기준으로 삼자는 비공식적인 개념이다. 지난해 도축된 닭이 658억 마리에 이른다. 미래의 지구 생물은 닭다리를 주우며 인류를 생각할 것이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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