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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렁썰렁

자살을 택한 철거민 박준경씨와

열수송관 파열로 사망한 손아무개씨
등록 2018-12-08 10:40 수정 2020-05-03 04:29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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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t size="4"><font color="#008ABD">도시에서의 두 죽음</font></font>

재건축·재개발 사업은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도시정비법)에서 규정하는 ‘도시정비사업’이다. 법은 “도시환경을 개선하고 주거생활의 질을 높이는 데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한다. 재건축과 재개발은 엄청난 부를 낳기도 한다. 하지만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누군가는 쫓겨난다. 이렇게 쫓겨난 이 가운데 한 명이 한강변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

<font color="#008ABD">서울 마포구 아현동의 한 단독주택에서 10년 동안 어머니와 함께 살았던 박준경(37)씨가 12월4일 서울 양화대교와 성산대교 사이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font> 경찰은 박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 지하철 2호선 아현역과 이대역 사이에 위치한 아현2구역에 살던 그는, 지난 9월6일 강제집행으로 살던 집에서 쫓겨난 뒤 재건축 구역에 있는 빈집을 전전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가 재건축 지역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아현2구역 재건축조합 관계자들과 철거 용역들이 11월30일 박씨를 끌어냈다. 박씨의 흔적이 발견된 건 사흘 뒤였다. 박씨가 망원 한강공원에 두고 간 신발과 옷가지, 유서가 발견된 것이다. 유서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font color="#008ABD">”전 마포구 아현동 ○○○-○○호에 월세로 어머니와 살고 있는데 3번의 강제집행으로 모두 뺏기고 쫓겨나 이 가방 하나가 전부입니다. 추운 겨울에 씻지도 먹지도 자지도 못하며 갈 곳도 없습니다. 3일간 추운 겨울을 길에서 보냈고 내일이 오는 것이 두려워 자살을 선택합니다. 저는 이대로 죽더라도 어머니께서는 전철연(전국철거민연합) 회원과 고생하시며 투쟁 중이라 걱정입니다. 어머니도 갈 곳이 없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렇게 가더라도 저희 어머니께는 임대아파트를 드려서 저와 같이 되지 않게 해주세요.”</font>

빈민해방실천연대,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 등은 박씨의 죽음에 대해 <font color="#008ABD">“사회적 타살“</font>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간사업 성격이 강한 재건축은 재개발과 달리 철거민 이주대책 관련법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도시정비법은 ‘정비기반시설’을 ‘도로·상하수도·공원·주민의 생활에 필요한 열·가스 등의 공급시설’이라고 규정한다. <font color="#008ABD">박씨가 세상을 떠난 12월4일 밤 경기도 고양시 백석역 인근 지하에 매설된 열수송관이 파열되며 송아무개(68)씨가 숨졌다</font>. 딸과 예비 사위와 저녁 식사를 마치고 차를 몰고 귀가하던 중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가 벌어지면 반복되는 한국 사회의 전형적인 풍경이 어김없이 펼쳐졌다. 감사원이 지난 9월 지역난방공사에 열수송관 위험도를 측정하는 구체적인 규정이 없어 관리 상태가 엉망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시정 조처를 요구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전국의 열수송관 2164㎞ 가운데 686㎞(32%)가 20년 넘은 노후 배관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부랴부랴 대책에 나섰다.

오늘도 곳곳에서 도시정비사업이 진행된다. 새로운 사업도 계속 추진되고 있다. 도시환경과 주거생활의 질은 높아진 것일까. 무엇을 정비하는 게 먼저일까.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font color="#A6CA37">블라블라/ 산이의 웅앵웅</font>


그런 여자는 없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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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4일이 포함된 지난주는 ‘세계 여성 폭력 추방 주간’이었다. 여성단체의 시위가 있기도 했지만, 가장 분주한 이는 따로 있었다. 래퍼 산이는 이라는 노래를 발표하고, 유튜브 동영상도 찍어 올리면서 바쁜 한 주를 보냈다. ‘웅앵웅’은 넷 공간에서 상대방이 하는 말을 듣지 않겠다는 의도로 쓰는 말이다.
이 래퍼의 창작력을 자극한 사건은 12월2일 브랜뉴뮤직의 합동 공연에서 벌어졌다. 참가자들에 따르면 공연에 산이가 나타나자 사위가 조용해졌다. 관객석에는 드문드문 ‘추이야 산하다’(‘산이야 추하다’를 변형한 인터넷 조어) 피켓을 든 이들이 서 있었다. 무대에 돼지 인형이 던져지자 그는 “여기 오신 워마드, 메갈 너희에게 한마디 해주고 싶은 건 아이 돈트 기브 어 ○○○, 워마드는 독, 페미니스트 노, 너희 정신병” 등의 말을 했다.
공연 당일 브랜뉴뮤직 대표 라이머가 공식 사과를 했고 4일에는 회사 소셜 계정을 통해서도 사과문을 게재했다. 그러나 산이는 4일 오후 공중파 뉴스 보도에 대해 “여혐 래퍼 프레임에 맞추려고 짜깁기”했다며 비판하고 “제가 계속 말하고 있던 건 양성평등… 성희롱을 당한 건 오히려 나”라고 발언하는 동영상을 제작해 유튜브에 올렸다.
가사에는 합동 공연에서 한 ‘정신병’ 발언을 포함했다. 공연에서 발언이 충동적으로 이루어진 게 아니란 말이다. 라임은 조악하다. ‘페미나치 패망 마치 뻔해.’ 여성 간 편가르기가 또 등장했다. ‘진짜 여성은 알지.’ 그가 말하는 진짜 여성은 누굴까. 군대 가겠다 하는 여자? 산이의 디스곡 (NO YOU ARE NOT)에서 제리케이는 “맞아도 되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비슷하게 산이가 말하는 그런 여자는 없다. 서지현 검사도 산이에게 하는 말이 있다. 제발 참조하시길. <font color="#C21A1A">(1241호 “피해자에게 용기 내세요, 말하지 못하겠어요”▶바로가기)</font>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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