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을 거부하는 당에 아무런 미련이 없다. 다만 보수 정당의 재건은 이제 어려워졌다는 생각이 나를 괴롭힌다.”
자유한국당 조직강화특별위원회 위원에서 37일 만에 ‘문자 해촉’ 된 전원책 변호사가 11월14일 기자회견에 나섰다. 그는 “적어도 (한국당 의원) 절반은 물갈이해야 한다. 지금까지 보스 흉내를 냈던 분들은 자중하라”며 작심발언을 쏟아냈다.
한국당 지도부와 비상대책위원회는 전 변호사를 영입하는 데 공을 들였다. ‘십고초려’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한국당은 시사 프로그램 에서 대중적 인지도를 쌓은 전 변호사가 당의 혁신에 이바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전 변호사는 활동 기간 내내 예측할 수 없는 돌출 행동을 하면서 ‘월권’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보수 대통합의 범위’와 차기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 시기’를 놓고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과 정면충돌했다.
전 변호사는 기자회견에서 “보수 단일대오와 ‘박근혜 끝장토론’ 을 요구하고,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다하지 못한 분은 물러나라고 했다. 당권, 대권을 운위하는 분들에게 자기반성과 희생을 보여달라고 한 것이 월권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당대회 시점과 관련해선 “처음부터 (내년) 2월 전당대회는 불가능하다고 말해왔다. 12월15일까지 인적 청산을 하라는 것은 어떤 청산도 하지 말라는 말”이라고 주장했다. 한국당의 인적 쇄신을 강조했던 전 변호사는 내년 6∼7월에 전당대회를 치러야 한다고 말해왔다.
전 변호사는 조강특위 위원 임명 청탁과 관련해 폭로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입을 열지 않았다. 그는 문자 해촉을 당한 11월9일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조강특위에 특정 인물을 넣어달라고 한 게 갈등의 시작이었다. 처음 약속과 너무 달랐다. 제가 허용했으면 아무 일 없었을 것”이라고 밝혀, 김 비대위원장이 청탁한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에 언론의 관심이 쏠렸다.
“미완의 보수 재건 활동을 계속할 생각이다. 흔히 말하는 보수 궤멸을 막기 위해 미력이나마 힘을 보태겠다”며 정치활동을 계속할 것을 선언한 그는 기자회견 이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했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의원 10명과 함께 새로운 보수 건설을 위한 포럼 형태의 네트워크를 만들겠다. ‘혁신과 대안’이라고 이름 붙인 보수 진영 네트워크를 통해 보수 통합의 촉매제 역할을 하겠다. 내년 초 신당으로 갈 수도 있다.” 그는 3∼4명 단위로 만나서 논의 중이고 앞으로 여성 의원들과도 만날 계획이라고 밝혔을 뿐 구체적인 내용은 함구했다.
전 변호사의 기자회견은 본격적인 정치 행보를 알리는 ‘출사표’가 됐다. 그는 기자회견을 앞두고 과 한 통화에서 “먹던 우물에 침을 뱉고 싶지는 않다. 이회창 전 대통령 후보 캠프에 몸담았을 때도 의견이 안맞아서 떠나긴 했지만 지금까지 연락하고 잘 지낸다. 최근에도 연락해서 조언을 구하고 있다. 지금 당장 모든 내용을 말할 수는 없지만 언젠가 기회 되면 인터뷰하겠다”고 했다.
전 변호사가 떠난 자리는 오정근 한국금융정보통신기술(ICT)융합학회 회장이 맡게 됐다. 한국당 비상대책위원회는 보도자료를 내고 “오 회장은 금융경제학자이자 보수 재건의 확고한 의지를 가진 분”이라며 선임 이유를 밝혔다.
이재호 기자 ph@hani.co.kr블라블라/ 아일랜드 성폭행 무죄 평결 후폭풍
끈팬티가 동의라고요?
한국의 일부(였으면 좋겠는데요) 남성들이 공유하는 “안 돼요 안 돼요 하다가, 돼요 돼요 된다”의 글로벌 버전이 ‘끈팬티’인 모양입니다. 한국에도 끈팬티에 견줄 만한 많은 ‘강간 신화’(여성의 거부는 진짜 거부가 아니다라는 통념에 기반한 강간 정당화의 논리)의 클리셰들이 있지요. 안희정 사건 1심 재판부의 판결문은 실상 ‘피해자를 믿을 수 없다’는 한마디로 요약되는데요, 재판부가 제시한 불신과 의심의 근거들 가운데는 “간음을 당한 직후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오면서 귀걸이를 다시 착용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것까지 들어 있습니다. 안 전 지사의 단골 미용실을 갔다는 것도 문제 삼았죠. 팬티는 속옷일 뿐, 귀걸이는 액세서리일 뿐, 미용실은 그가 아니라 미용사 때문에 간 것일 뿐, 오해하지 맙시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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