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판 성수대교 참사? 이탈리아 서북부 항구도시 제노바에서 고속도로 다리가 무너져 수십 명의 사상자가 났다. 이탈리아 소방 당국은 8월15일(현지시각) 이 사고로 다리 위를 달리던 차량들이 추락해 최소 39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 다리는 총길이 1km로 1968년 완공된 이탈리아 최초의 사장교다. 이탈리아 소방 당국은 이번 사고가 안전 점검 소홀에 따른 인재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본다. 이번 사고는 1994년 10월 서울에서 벌어진 성수대교 붕괴 참사를 떠올리게 한다. 이 사고로 버스와 승합차 등이 추락해 32명이 죽고 17명이 다쳤다. 당시 정부는 사고의 원인이 총체적인 부실 공사와 안전관리 소홀이라고 결론 내렸다.
자고 나면 1대씩 불타는 BMW? 잇따른 화재로 제품 결함 논란이 일고 있는 BMW 차량에서 8월15일 올해 들어 40번째 불이 났다. 정부는 ‘안전’을 이유로 BMW 운행정지 명령을 전국 각 자치단체에 요청하는 등 긴급 대책을 마련했다. 하지만 리콜 대상이 아닌 차량의 조처는 빠져 있어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올 들어 불이 난 40대 가운데 리콜 대상이 아닌 차량은 11대다. 4대 중 1대꼴이다. 운행정지 대상은 BMW 리콜 대상 차량 10만6천여 대 중 안전진단 기한인 8월14일까지 점검받지 않은 2만여 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리콜 대상이 아닌 차주들도 불안감에 서비스센터에서 안전점검을 받는 실정이다.
열대야가 물러났다. 멈출 줄 모르던 열대야 속 ‘잠 못 이루는 밤’이 8월17일 끝났다. 이날 서울의 밤사이 최저기온은 21.7도로 하루 사이에 가을 날씨로 변했다. 열대야는 저녁 6시1분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밤사이 최저기온이 25도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 현상이다. 갑자기 선선해진 날씨에 놀란 시민들은 “이제야 살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에는 7월22일부터 8월16일까지 26일간 열대야가 지속되면서 ‘최악의 폭염’이 기승을 부린 1994년의 기록(24일)을 갈아치웠다. 이 기간 전국의 평균 폭염 일수는 28.8일로 1994년의 같은 기간 기록(27.3일)을 뛰어넘었다. 열대야가 물러나면서 한반도 기상관측 사상 최악 수준인 올여름 폭염의 기세도 누그러지는 듯 보인다.
김연기 기자 ykkim@hani.co.kr‘…첫 남북대결서 승리’(JTBC), ‘…남북대결 완승’(TV조선), ‘AG 첫 남북대결…’(), ‘남북대결… 한국이 웃었다’(). 8월14일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핸드볼 한국과 북한의 경기 뒤 각 언론이 뽑아올린 제목입니다.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남북대결’이라고 표현했더군요. 남북이 ‘대결’에서 ‘화해’로 넘어가는 이 시기, 스포츠 분야에선 남북대결이란 살벌한 표현이 여전합니다.
사실 남북대결은 남북이 첨예하게 대립하던 시대 ‘어두운 저편의 기억’입니다. 한때 ‘남북대결에서 지면 안기부에 끌려가고 한일전에서 지면 몰래 귀국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돌기도 했습니다. 남북대결과 한일전이 최고의 흥행카드였던 ‘5공’ 시절입니다. 마음만 먹으면 남북 정상이 서울에서, 판문점에서, 평양에서 쉽게 만나는 지금 남북대결은 더 이상 흥행카드가 못 됩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선 개회식 때 남북 선수들이 한반도기 아래 함께 입장했습니다. 여자농구 등 일부 종목에선 단일팀이 구성됐습니다. 남북은 이번 아시안게임을 화해와 평화를 일구는 장으로 삼고 있습니다. 코트 위에서 남북 여자핸드볼 선수들은 적으로 만나 싸워야 했지만, 관중석의 팬들은 남북 모두를 응원했습니다. 경기 전 남북 선수들의 만남도 무척 살가운 모습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이데올로기 냄새가 진하게 풍기는 ‘20세기 단어’가 마치 난공불락이라도 되는 양 언론에서만큼은 건재합니다. 독자 여러분 생각은 어떤가요? 저만 ‘남북대결’이 불편한 건가요? 앞으론 남북대결보다는 ‘남북 우정의 맞대결’, 아니면 그냥 ‘북한전’이라고 쓰는 건 어떨까요?
김연기 기자 yk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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